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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7년 부패인식지수(CPI) 결과에서 우리나라의 부패수준이 부끄러운 수준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100점 만점에 54점을 얻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180개 국가 중에서 51위를 차지하였으며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29위로 거의 바닥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에서 10권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참으로 창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CPI 점수는 2008년 56점을 기록한 이후 등락을 보였지만 2012년 이후에는 완만하지만 하락 추세이다. 국가별 순위에서는 2010년 이후 뚜렷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2016년에는 CPI 조사가 이루어진 이후 가장 낮은 52위로 추락하였으며 2017년에도 51위로 나타나,  국민권익위원회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위권은 아직 멀기만 하다.

부패인식지수 점수와 국가 순위
 부패인식지수 점수와 국가 순위
ⓒ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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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점수가 왜 이렇게 낮은지를 조금 더 들여다보도록 하자.

CPI는 세계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조사를 근거로 산출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직접 조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력 기관들이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점수가 왜 이렇게 낮은지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CPI산출에 사용된 원천자료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한국의 CPI 계산에 사용된 원천자료는 10개이다. 여기에는 세계경제포럼(WEF), 베텔스만재단(SGI, TI),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사법프로젝트(WJP), IHS 글로벌인사이트(GI) 등에서 조사한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최근 6년간 각 원천자료 결과를 살펴보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자료가 있고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자료가 있으며 등락이 혼재하는 자료도 있다. 먼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자료로는 WEF가 있다.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유일한 자료이다. 하락하는 자료는 TI, IMD, SGI, PERC가 있다. WJP는 상승하다가 하락으로 전환되었으며 GI는 하락에서 상승으로 추세가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PRS와 EIU는 변화가 없다.

원천자료 연도별 변화 추이(점)
 원천자료 연도별 변화 추이(점)
ⓒ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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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자료들의 변화 추세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 10개의 원천자료를 자료가 주로 조사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룹화하였다. 먼저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정부의 공무원에 대한 부패 억제 정책의 효과를 조사하고 있는 SGI, TI, WJP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었다. 그리고 수출입 업무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 정부로부터 인허가 등의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뇌물 등의 부패관행을 주된 조사 내용을 하고 있는 WEF, GI를 하나의 그룹으로 하였다. 그리고 국민연금 등과 같은 각종 공적자원의 관리와 운영에 대한 내용을 주로 조사하고 있는 EIU를 또 하나의 그룹으로 하고 국가 전반의 뇌물이나 부패를 묻는 포괄적인 조사를 하는 IMD, PERC, VDEM, PRS를 하나로 묶었다(자세한 내용은 http://blog.daum.net/raguna9/7823504 참조).

그룹별 변화 추이
 그룹별 변화 추이
ⓒ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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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별 변화 추이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부패억제를 조사한 자료는 최근 모두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기업 활동과 관련된 뇌물과 부패를 측정한 자료들은 최근 모두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국가 전반의 뇌물과 부패를 조사하는 자료들은 추세가 악화되거나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점은 경제활동과 관련된 관공서의 일선 창구에서의 부패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이러한 공무원의 부패에 대한 정부의 반부패정책은 도리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정리하면,

첫째, 일상적인 경제활동과 관련된 관공서의 민원창구에서의 부패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조사하는 다른 조사(GCB)나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조사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부패바로미터(GCB)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의 부패는 선진국 수준이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05346 참조).

둘째, 공무원의 직권남용이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공무원의 부패를 막기 위한 정부의 반부패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의 직권남용, 특히 거대한 권력형 부패가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두 전직대통령과 삼성 등 대재벌기업에 대한 조사나 재판에서 드러난 권력형 부패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임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셋째, 국가 전반의 부패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부패가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권력형 부패가 사회 전반의 부패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소위 반향실효과(echo-chamber effect)로 이를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 사회의 실제적인 부패수준과는 달리 과도하게 부패인식지수가 나쁘게 나온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부패 관행이 여전하거나 도리어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많다. 최근 드러난 공기업 채용과정에서의 부패나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부패백화점이 단지 이들 사례에서만 그럴 것인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CPI 20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까?

정부는 부패추방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하면서 CPI 개선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하다. 청탁금지법의 실행이 CPI 점수 개선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부패인식지수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부패를 추방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패는 우리사회의 오랜 관행이나 사회문화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를 관통하는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성인들 보다 부패에 대해서 더 관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음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까? 여러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사회 전반의 가치관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부패를 추방하고 부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CPI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먼저 해결할 일은 공무원의 권력남용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꼽고 싶다. CPI결과 분석에서도 공무원의 권력남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의 부패는 이와 직접 관련이 있는 CPI 원천자료의 지수 악화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부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영향을 주어 사회 전반의 부패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는 측면이 있다.

공무원을 비롯한 권력층의 권한남용은 우리에게 너무나 지겨운 뉴스다. 각종 권력형 부패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일은 권력형 부패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가지는 부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권력형 부패는 그 자체로 문제이지만 사회적인 위화감을 확산시키고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공무원을 비롯한 권력층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각종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을 바꾸어내지 못하고서 CPI점수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청렴한 사회를 만들어내는 일은 멀고도 먼 이야기일 뿐이다.


태그:#부패인식지수, #CPI, #국제투명성기구, #한국투명성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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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한국본부 /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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