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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로고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로고
ⓒ 트리 오브 세이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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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게임 원화가가 SNS로 여성단체 계정을 구독하고,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글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누리꾼에게 공격받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에 대처하는 게임사 대표의 해명문에 해당 직원에 대한 '사상검증' 내용이 담겨 논란이 커지고 있다.

25일 밤 디씨인사이드 '소울워커' 갤러리에는 IMC 게임즈가 만들고 넥슨이 '퍼블리셔'로 서비스하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TOS)>의 원화가 성아무개씨의 트위터 계정을 갈무리한 글이 올라왔다. 성씨는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등의 계정을 팔로우(구독)했고, '낙태죄 폐지' 주장, 드라마 <나의 아저씨> 비판, 생리대 가격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글 등을 리트윗 해놓았다.

성씨가 페미니즘이나 젠더 이슈에 관해 직접 쓴 트윗은 없었음에도,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씨가 '메갈'(메갈리아 유저의 준말)이 아니냐며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결국 성씨는 26일 오후 자신의 계정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하여 죄송하다"며 "메갈을 옹호하지 않으며 옹호할 생각도 없고 여자, 남자로 편을 갈라서 싸우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서 26일 밤 <트리 오브 세이비어> 넥슨 홈페이지에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가 올린 <TOS 원화가 트위터 메갈 논란 관련 입장 공지>가 올라왔다. 그런데 이 해명문이 올라오며 SNS상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김 대표가 성씨에게 사실상 '사상검증'식 질문을 던졌고, 페미니스트들의 행동을 '반사회적 혐오 행동'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된 유저들의 항의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문제의 근원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논란이 된 성씨와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면담의 결과에 대해 "성OO씨는 메갈의 주장이나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도 않고, 그런 활동에 동참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문제가 될 내용이 리트윗되었고, 문제가 될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았다"고 밝히며, 질문 내용과 이에 대한 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가요?", "한남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등의 질문을 했다.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가 올린 글은 '사상검증'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가 올린 글은 '사상검증'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넥슨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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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성씨의 SNS 활동에 대해 "직장을 잃어야 할 정도의 범죄 행위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라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이전에 메갈과 관련된 인물들이 당장 문제가 되니 사과문으로 면피를 했다가 뒤에 가서는 다시 본색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속적이고 전사적인 교육을 비롯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글을 마쳤다.

김 대표의 해명문은 SNS상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누리꾼은 넥슨 공식 계정과 김학규 대표의 트위터 계정을 향해 항의글을 보내고 있고, '#넥슨_민우회_사상검증'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사건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넥슨 불매운동'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논란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페미니즘 관련 트윗 공유하면 '메갈'로 낙인 찍히는 게임업계

최근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일명 '메갈 색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게임 제작에 참여한 여성 직원들의 SNS 계정을 찾아서 이들이 페미니즘에 관련된 언행을 하거나 글을 공유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소녀전선>, <마녀의 샘>, <클로저스>, <소울워커> 등의 게임이 비슷한 공격에 시달렸다.

과거에도 '메갈' 논란으로 게임에 참여한 성우가 교체당하는 일이 있었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클로저스>의 성우 김자연씨가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개인 SNS에 올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티셔츠는 메갈리아 4 페이지에서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작한 티셔츠다. (관련기사: 한국 게임이 또... 넥슨은 왜 죄 없는 성우를 하차시켰나)

 김자연 성우가 자신의 트위터(@KNKNOKU)를 통해 올린 포스팅. 티셔츠에 쓰인 문구도, 그녀가 사진과 함께 올린 대사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김자연 성우가 자신의 트위터(@KNKNOKU)를 통해 올린 포스팅. 티셔츠에 쓰인 문구도, 그녀가 사진과 함께 올린 대사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 @KNKNO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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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이들에 대한 이른바 '사이버 불링'(온라인 내 괴롭힘)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게임 내에 남성 유저가 다수인 구조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2017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온라인게임 이용률이 약 2배 차이가 난다. (남 50.4% vs. 여 26.8%). 게임업계가 수익을 고려한다면 남성들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게임 관련 전략이나 담론 등이 오가는 '루리웹', '인벤', '디씨인사이드' 등의 유저는 상당수가 남성들이고 '반 페미니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커뮤니티에서 게임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결과적으로 게임 운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남성 커뮤니티 유저들이 자신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게임 관계자를 찾아내, 집단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렇듯 '페미니즘 검열'을 정당화하며 압력을 가하는 일은 게임 업계만이 아니라, 남성 커뮤니티 유저들이 주요 독자이거나 소비자인 업계 어느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지난 12월, SBS <배성재의 텐> 막내 작가는 인스타그램에 "너 때문에 여성 인권이 후퇴했어"라는 미드의 한 장면을 올리고, 프로필에 페미니스트라고 썼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다. <배성재의 텐>은 스포츠 커뮤니티 유저들과 인터넷 방송을 보는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이에 작가는 사과문을 쓰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겨야 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 억압... 여성 노동자들 생계까지 위협할 수 있어"

 다섯 명의 여성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이야기 도중 A가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았다. B가 말했다. "나도 그런 적 있어" C가 말했다. "나도" D가 말했다.
 여성들은 자신의 SNS를 스스로 검열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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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특정 업계에서는 남성 소비자들의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통해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사상의 자유가 침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폭력적인 행위"로 본다며 "최근 <82년생 김지영>을 봤다고 밝힌 아이린씨에 대한 폭력에서 보듯 과거의 매카시즘이나 반공 이데올로기 같은 반 소수자 행위들이 가속화되고 있다.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이 잘못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가 아니고, 성을 근거로 한 불평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시정하자는 운동"이라며 "지금 (페미니즘을 반대한다는) 이분들은 성을 근거로 한 인간 사회의 불평등에 동의하고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지적했다.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는 '메갈 색출' 현상에 대해 신 교수는 "이것은 단순한 성별 문제가 아니라, '폭력'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 사건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게임 업계도 돈벌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자신의 SNS을 통해 "메갈 검열에 찬성하는 예스컷의 재탕"이라고 현 상황을 풀이하며 "기어코 밥그릇을 빼앗아 짓밟겠다는 알량한 의지가 도달하는 곳을 보면 여초의 불매와 남초의 불매가 성격이 현저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초가 싸웠던 대상은 대체로 우리가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들이지만, 대대적인 남초의 준동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생계 박탈로 이어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만약 소비자들이 특정한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해고를 요구하고, 그 요구를 회사에서 받아들였다면 명백한 불법이다"라며 "단순히 '일베 회원'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할 수 없는 것처럼 좌우가 상관없는 문제고, 양심과 사상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에는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는 27일 오후 <게임제작사 imc게임즈의 노동권 침해 및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한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민우회는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 가부장적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반사회적'이라면 우리는 '반사회적'이다. 우리는 '변질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하며 "게임업계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전반적 성차별 실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다방면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987년에 만들어진 한국의 대표적 여성단체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수많은 여성 정치인을 배출해낸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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