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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미 야당이 반대를 천명했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물러서지 않을 기미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개헌을 합의한 것도 있었지만, 개헌을 하지 않으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 쌓여 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헌법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합니다. 자치와 분권,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 잡아달라는 건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입니다. 국민 모두가 어디서나 차별받지 않고 골고루 잘 사는 사람 중심의 균형발전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 모두가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했고, 정치권은 모두 경제적 집중과 양극화 해소, 불공정 거래와 갑질 근절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제 구호가 아닌 행동이 필요합니다. - 개헌안 2차 발표 중 발췌

국회에 제출된 정부 개헌안 김외숙 법제처장이 26일 오후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송부하려고 국회 입법차장실을 방문해 진정구 차장에게 대한민국헌법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외숙 법제처장이 26일 오후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송부하려고 국회 입법차장실을 방문해 진정구 차장에게 대한민국헌법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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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쉽게 고칠 수 없는 문제들. 청와대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나섰는데, 경제민주화는 그중 하나였다. 경제민주화가 없이는 민주주의 역시 지켜지지 않으며,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두 번째 개헌안 발표를 하면서 양극화, 소득불균형이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가 성장하면 국민도 성장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계 10권 규모의 경제 강국입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 간의 소득 격차,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의 붕괴 등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이번 개헌을 통하여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고 실질화 하려고 합니다. - 개헌안 2차 발표 중 발췌

이어서 그는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실천방안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토지공개념에 대해 개념을 분명히 하였으며,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상생'이란 단어와 함께 '사회적경제'를 언급했다. 2007년부터 시작해서 근 10년 동안 언급되어 왔지만 법적으로는 특별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사회적 경제를 아예 헌법에다 싣겠다고 했다.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 - 개헌안 2차 발표 중 발췌

사회적 경제와 행정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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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물론 2000년대 중반 '사회적기업' 개념이 도입되면서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장려함에 따라 대세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그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 사회적경제 자체의 개념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정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회적경제기업으로 분류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을 보자. 현재 이들을 관리하는 주무부서는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로서 각기 다르다. 그러나 보니 전형적인 칸막이 행정으로 말미암아 이들 간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어디 그뿐인가. 중앙과 지방의 벽도 존재한다. 각각의 기업들을 관리하는 중앙의 부처는 각기 다르지만, 관리 수준이 지방으로 오면 그 모든 것을 관할하는 주체는 지자체의 특정 부서로 일원화되기 마련이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동일한 부서가 다른 상위 부처의 지시를 받고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게다가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제는 사회적경제의 정착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사회적경제는 그 용어부터 낯선 만큼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공무원들이 사회적경제를 이해할 만 하면 부서를 옮기는 일이 다반사다 보니 최소한 행정에서는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전문가가 키워지지 않는다.

또한, 행정의 성과주의 역시 문제다. 사회적경제는 소셜미션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하는데, 현재 행정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얼마나 만들었느냐에만 치중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과 평가방법이 없으니 그 모든 걸 일자리로만 연결시키고 정량적 수치에만 목숨을 건다.

결국,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법이 포괄적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등 몇몇 국회의원들은 몇 년 전부터 관련 법안을 계속 발의해 왔다. 그러나 결국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각 정당의 이해득실로 말미암아 사회적경제가 정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는 아예 사회적경제를 개정 헌법에 명시했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가 반드시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다른 수준의 논의를 제기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주의 경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상임·특위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상임·특위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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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와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이 또다시 빨간 색안경을 꺼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현재 문 대통령의 개헌을 사회주의 개헌이라 칭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토지공개념을 토지국유화로, 사회적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로 호도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의 경우 그 이름도 비슷한 탓에 사회주의 경제를 들먹이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것 같은데,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주장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이미 본 기자와 논쟁을 한 바가 있다.

지난해 10월 18일자 <장제원 의원님, 사회적경제는 사회주의 경제가 아닙니다> 기사에서 기자는 국감장에서 사회적경제와 사회주의 경제를 혼동해서 사용한 장제원 의원의 실수를 지적했고, 이에 대해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덕분에) 사회주의 경제와 사회적경제도 구별 못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라며 사회적경제와 사회주의 경제가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부디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해 진지하고 본격적인 토론을 해주기를 바란다. 상위 1%가 토지 55%를 소유하고 있는 사회에서 토지공개념이 왜 불필요한지, 소득 양극화가 극심해져 가는 사회에서 왜 사회적경제가 쓸모없는지 근거를 대주기를 부탁한다. 무조건 '공산당이 싫어요'는 너무 오래된 레퍼토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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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