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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봄이 왔다. 그리고 우리가 봄을 즐기는 것을 아무도 막지 못한다.' - 조지오웰

포항에도 봄이 왔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지진을 겪고,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기 두려운 이곳에도 '봄'이 와 버렸습니다. 이젠, 더 이상 겨울의 장벽 안으로 우리를 가둬놓을 수가 없네요. 며칠 사이 활짝 피어버린 봄을, 몇 개의 장면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장면 하나. '부지런한 꿀벌'이 무조건 옳습니다. 춘곤증으로 시도때도 없이 몸은 나른해지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겨울을 끈질기게 견뎌낸 꿀벌은 부지런히 꿀을 모으고 있어요. 게으름으로 가라앉는 인간은 아직 겨울을 잡고 있는데, 제일 먼저 피워낸 매화의 향기는 이미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게으른 것은 저 뿐인가요?
▲ 나른한 봄날, 부지런한 꿀벌 이렇게 좋은 날, 게으른 것은 저 뿐인가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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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둘. 동해의 푸른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봄바다에 새로 채워지는 생명은 또 다른 의미에서 봄의 상징이기도 하겠죠? 선배가 그러던 걸요, 봄을 해산물에서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이른 아침 방금 떠오른 아침의 햇살이 동해바다에 깔아놓은 황금의 한 가운데에, 출선을 서두른 어부가 황금빛 햇살아래의 명당에 자리를 잡았네요. 선장님~ 만선을 기원할게요!

금빛으로 물든 봄바다, 아침부터 부지런한 고깃배가 한가득입니다.
▲ 아침햇살이 반짝이는 동해바다 금빛으로 물든 봄바다, 아침부터 부지런한 고깃배가 한가득입니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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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셋. 지난 겨울의 형산강은 남쪽의 강물답지 않게 꽁꽁 얼어붙었답니다. 얼음 위로 종종거리는 물새들을 바라보며, 저 아이들이 얼음이란 걸 본 적은 있을까, 걱정을 했어요. 이제는 더 이상 형산강에서 '얼음'이나 '겨울'을 찾아볼 수는 없구요, 이런 우주비행선 같은 물체만 보이네요! 와,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보았던 미래의 건물들 같은 외관을 가진 이 아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UFO가 아닐까 하며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헛소리 하지 말라네요. 하하!

봄날의 산책에 놀라운 발견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동네에 불시착한 UFO인가봐요!
▲ UFO의 기지일까요? 봄날의 산책에 놀라운 발견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동네에 불시착한 UFO인가봐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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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렸을 법한 '목련 나무'입니다(사진의 제목은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의식하며 붙였습니다). 역시, 봄은 목련의 계절이지요? 겨우내 움츠러들어 그 안에서 살아남기는 했을지 걱정스러웠던 꽃봉오리가, 며칠 동안 따뜻하게 비춘 햇살만으로도 이렇게 탐스러운 꽃을 피워냈어요.

급기야 오늘은, 정오의 햇살 아래 눈을 뜨지 못할 만큼 눈부신 '목련의 하늘'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답니다. 항상, 놀라게 되요. 목련이 견뎌낸 지난 겨울도, 이렇게 눈부시게 채워낸 목련의 하늘도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역시, 봄의 시작은 탐스러운 목련입니다. 이런 사진이 찍힌 줄도 모를 만큼, 눈이 부신 하늘이예요.
▲ 목련의 계절, 반고흐의 아몬드 나무를 떠오르게 하는 하늘 역시, 봄의 시작은 탐스러운 목련입니다. 이런 사진이 찍힌 줄도 모를 만큼, 눈이 부신 하늘이예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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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 이상 봄을 밀어낼 수는 없을 것만 같아요.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이 짧고도 아름다운 계절을 놓치지 마세요!


태그:#일상 비틀기, #목련의 계절, #형산강의 봄, #포항의 봄, #동해바다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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