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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26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전문과 11개 장, 137조와 부칙이 포함된 대통령 개헌안을 '드디어' 발의됐다. 통과된다면 31년만에 최장수 헌법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안이 실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연일 맹비난을 퍼부으면서 결사적인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6일만 해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이 사회주의 헌법개정쇼를 하고 있다"며 이번 개헌안 발의를 "좌파정권의 안착을 위해 사회체제에 대한 변혁까지 시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 역시 문대통령의 개헌안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사회주의 헌법으로 간판을 바꿔 달려는 것"이라며 "내용을 들여다 볼 필요도 없고, 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가 손을 댈 이유도 없고 손대지도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과거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날선 반응을 보면,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사유재산을 철폐하거나 재벌기업의 재산을 모두 국가에 귀속시키는 조치라도 개헌안에 명시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런가?

국회가 총리 뽑아야 대통령 통제?

홍준표 "좌파폭주 저지 국민운동 검토할 것"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체제변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폭주를 막는 국민 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홍준표 "좌파폭주 저지 국민운동 검토할 것"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체제변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폭주를 막는 국민 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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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사회주의 헌법'을 들먹이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에게 넘겨주고,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 대신,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역대 대통령이 그랬듯이 막강한 대통령을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빼는 대신, 한차례 연임을 허용해 권력 연장의 길만 터줬다는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구치소로 들어간 마당에 이런 지적은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는 바로 그 당이 어마어마한 혐의로 구치소에 있는 두 전직 대통령의 임기 동안 제왕적 대통령을 떠받들던 제왕적 정당이었다는 점을 잠시 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이 정당이 과거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휘둘렀을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감행한 단 하나의 행동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이 단지 국회가 총리를 선택할 권한이 없었다거나 대통령을 저지할 총리의 권한이 약해서 인 것 같지도 않다. 정말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를 저지하고 싶었으나, 그럴 힘이 없었다는 것인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물론 문제다. 그러나 대통령을 견제하고 통제할 능력과 자격이 국회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긍정적으로 답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두 전직 대통령의 전횡에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다행일지는 몰라도, 우리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밑바닥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국회는 항상 압도적으로(!) 신뢰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에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에서도 국민이 별로, 또는 전혀 청렴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의 압도적 1위는 역시 국회였다. 무려 89.8%가 그렇게 답했다.

두 거대 정당도 제왕적 정당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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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왕적'이라는 표현이 자신의 권한보다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거대 정당은 모두 '제왕적'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당장 6.13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을 보라. 서울시의 경우 선거구획정안 초안에서는 35개였던 4인 선거구를 계속 축소해 7개만 간신히 남겨 놓았지만, 이마저도 서울시의회는 4인선거구를 모두 쪼개 2인선거구로 만들어 버렸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 소수정당 시의원들의 참석을 가로막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 담합한'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중선거구제의 취지가 소수정치세력의 진입을 보장해 의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한다면, 두 거대정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제왕적 행태를 보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2016년 20대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당득표 25.5%를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은 41%의 국회의석을 차지했다. 33.5%를 얻었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40.7%를 차지했다. 반면 26.7%를 얻었던 당시 국민의당은 12.7%를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20대 국회가 예외적인 것이었냐고? 역대 선거 결과를 보라. 항상 1당과 2당은 소수정당의 득표를 갈아먹으며 제왕적으로 군림해 왔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도 '표의 비례성'이 포함된 것 아닌가?

현실이 이럴진대,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국회가, 그것도 자신이 얻은 표의 비례성보다 훨씬 더 많은 기득권을 가져가고 있는 거대 제왕적 정당들이 대통령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공천은 곧 당선'의 등식으로 지방자치를 거대 정당의 하부 기구로 전락시키고 있는 2인 선거구제를 보란 듯이 합의하고 있는 정당들이?

대통령 개헌안, 아쉬운 점 있지만....

이번 개헌안의 진짜 문제는 대통령이 정말 제왕적일 때, 마땅한 자격을 가진 이들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헌안에는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근거는 만들어 놨지만, 대통령을 소환할 길은 열어두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시도나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앞두고 거리로 쏟아졌지만, 막상 국회나 헌법재판소 엘리트 판관의 입만 보고 있어야 했던 국민에게 최종 선택의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또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이나 국무위원의 해임에 대한 조항은 꼼꼼히 달아 놓았지만 국회의원 소환에 대한 기준은 모두 법률로 위임한 것 역시 이 제도의 실효를 의심케 한다. 과연 4인 선거구를 모조리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정당이 자신의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울 것인가? 보나마나 누더기가 될 게 뻔하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개헌안 김외숙 법제처장이 26일 오후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송부하려고 국회 입법차장실을 방문해 진정구 차장에게 대한민국헌법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맨 오른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 국회에 제출된 정부 개헌안 김외숙 법제처장이 26일 오후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송부하려고 국회 입법차장실을 방문해 진정구 차장에게 대한민국헌법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가운데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맨 오른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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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개헌안에 대해 논할 부분은 많다. 그동안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국민의 개헌발의권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법률안 발의권에 머물렀다. 논란이 된 생명권이나 성평등 문제는 물론, 지방자치, 평화 통일 국면에 부합하는 조항 개선 등 각자가 할 말도 많고 입장도 다를 것이다.

이런 것은 토론이 필요한 일이다. 국민적 토론이 활성화되기에 시작이 부족하다면 새로운 개헌 투표시기를 합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국회를 무시한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이라 논의조차 할 수 없다고? 이것이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그들이 건국절로 숭상하는 1948년에 만들어진 우리 제헌헌법을 보라. 경제적 자유를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경제발전의 한계 내에서만 보장했고, 공공성을 가진 자원과 기업은 국유 또는 공영으로 했다. 더구나 사기업의 근로자에게는 기업의 이익분배를 균점할 권리까지 부여했다.

그래서 1948년 6월 23일, 제헌의회 헌법기초위원장인 서상일 의원은 제헌헌법의 정신을 "우리 3천만은 물론이고 자손만대로 하여금 현 시국에 적응한 민족사회주의국가를 이루자는 그 정신의 골자가 이 헌법에 총집되어 있다"고까지 말했던 것이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사회주의는커녕 복지국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회는 일을 하라!

문제가 되는 조항이 있다면 공론을 모으라. 무엇보다 국민이 개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고 국민이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라. 만일 이런 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헌 토론의 시간이 부족하다면, 개헌투표 시기를 조금 연기하자는 주장에 큰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으로 국민과 제왕적 대통령을 들먹이며 딴지만 걸고 있는 거대 정당의 행태는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 이제 제발, 국회는 낡은 이념 타령은 그만두고 일을 하라. 국민의 대표라면, 국민을 대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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