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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과거 자신이 당한 성추행 고백으로 미투 운동이 사회 각층으로 확산되었다.

성폭력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종교다. 종교는 가장 도덕적이어야 하지만 신의 이름을 빌리거나 위계질서를 이용한 성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삼일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가 함께 가칭 '기독교반성폭력 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교반성폭력 센터' 설립을 준비중인 법무법인 하민 소속 박종운 변호사를 지난 21일 서울 교대역 근처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미투 운동과 '기독교반성폭력 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종운 변호사
 박종운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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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투 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흐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저는 작년부터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작년부터 <문단 내 갑질 및 성폭력>과 관련하여 인권 차원의 운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 미투운동, 위드유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미투 운동이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몇 사람만 미투해서 오히려 그 피해자들이 제2, 제3의 피해만 입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번에야말로 많은 여성과 남성이 위드유로 뭉쳐서, 사회 전체적인 성인식의 변화, 여성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 전반적 인식의 변화로 가면 좋겠어요.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법적인 처벌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인 처벌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에 했던 행위에 대해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것 또는 사회적으로 대가를 치르고 사회적으로 처벌을 받는 거죠.

예를 들어 여러 이유로 형사 처벌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이 사퇴한다거나 연예인이 활동을 중단하는 것 등은 사회적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이것은 남자 대 여자의 싸움이 아니라 남녀를 포함한 전체 인류를 위한 싸움이고 그 과정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성인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죠. 남성의 경우에는 예전의 가부장제적인 태도와 습관을 내려놓고 새롭고 평등한 성 윤리를 정립할 필요가 있고, 여성의 경우에는 성폭력 관련 피해에 대해 그것을 본인의 잘못으로 생각하거나 감추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공개해서 가해자가 처벌받게 하고 가해자에 대해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묻도록 용기를 주는 새로운 사회로 변화되어야만 미투 운동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 미투 운동이 가해자를 유명인에 한정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일반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도 많은데.
"사회적 혹은 법적인 처벌이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사회적 지위와 연결되는데, 지금 미투 운동에서 가장 우선적인 폭로대상이 되는 것은 사회적인 위계질서로 억압을 가하는 가운데 일어난 성폭력이 핵심인 거예요. 무엇을 우선적으로 미투 운동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 있어요., 사회적 지위나 역할이 높아진 사람일수록 폭로로 인한 충격이 크죠. 하지만 사회적 지위나 역할이 높지 않은 일반인도 그에 합당한 사회적 처벌이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유명인이라면 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사회적 대가나 처벌이 크겠지만, 유명하지 않은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자기 주변 사회라는 게 있잖아요. 그 주변 사회에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거죠. 다만 그걸 모든 사람이 널리 알지는 못한다는 점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우선적으로 가부장제적인 사고방식, 상하 수직적 위계질서하에 이뤄진 억압적 성폭력이나 성추행이 우선적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일반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조금 등한시되는 것처럼 보이지요. 이 운동이 조금 더 활발하게 일어나면 사회적 명망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발언하게 되고, 그것이 미투 운동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 일부에서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시각이 존재해요, 이런 시각이 불편한 남성도 있는데.
"만약 우리나라가 모계 사회였다면 여성으로부터 남성이 당하는 성폭력이 더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남자라서 당연히 잠재적 성폭력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사회가 가진 오랜 관습이나 문화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사회질서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입장에서 남자는 다 나쁜 놈이라거나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하고, 남성 입장에서는 남성으로 태어난 게 무슨 죄냐면서 남성 대 여성의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저는 가부장제적인 관습이나 문화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 유전인자나 사고 체계에 조금씩이라도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다면 미투 운동 속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남성은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여성을 성 상품화한다거나 자기중심적인, 마음으로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본 건 아니었는지, 자신에 대한 자각과 자기반성이 필요한 거지요.

여성 입장에서는 남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 있어요. 남성이 그러한 문화와 관습 속에서 잘못된 성 관념을 가지게 됐다면, 그걸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물론 공격적으로 대응해서 법적, 사회적 처벌을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체 사회 관습 속에서 잘못된 성 관념을 가지게 된 남성성에 대하여 적확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예컨대 성추행이 발생할 당시에 여성 쪽에서 분명하게 거절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성들은 사랑하는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라거나 서로 동의하면서 한 행위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변명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변명을 하지 못하도록, 본인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남성들이 시도할 때, 여성들이 과감하게 이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용기가 필요합니다."

- 일부에서는 미투 운동에 대한 음모론도 나와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미투운동이 문재인 정권을 흔들려는 세력이 조작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는데.
"음모론적 관점에서 보면, 왜 진보진영 인사들만 공격의 대상이 되느냐는 건데요. 그건 진보진영에 있는 가해자나 피해자가 조금은 더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미투 운동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조금은 더 진보적인 여성일 수 있고, 그분들이 속한 집단에서는 이러한 운동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그룹이 형성되어 있고요. 가해 남성 또한 조금은 더 진보적일 수 있어요. 그러니, 상대적으로 조금은 더 쉽게 미투 운동에 참여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보수적인 그룹에 속한 분들은 우선, 가부장제적인 사고방식에 이미 복종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주변 환경상 그것을 밖으로 표출할 만한 자유나 용기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는 거죠. 예컨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도 표현하는 걸 보면 가부장제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 구조 아래에 있는 사람은 감히 미투에 대한 용기나 자유로움을 갖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저는 조금 더 진보적인 진영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고 보고요. 그러나 이게 조금 더 활발해지면 그 대상이 명망가에서 일반인으로 확산되듯이, 진보 보수를 떠나 조금은 더 자유롭고 용기를 얻은 사람들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해요, 그래서 저는 음모론에 대해서는 그리 비중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미투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허위사실을 가지고 그러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분들과 이걸 악용해서 자기의 적이 될 사람들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건 아닐자 우려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아직은 그런 걸 걱정할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악의적인 경우라면 수사 과정에서 밝히게 되겠죠. 기본적으로 미투와 위드유 운동이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를 오해하거나 그러한 우려를 통해 미투와 위드 유 운동의 확산을 막으려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미투 운동을 통해 폭로하는 여성의 발언이 100% 맞는지 틀린지를 제가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있었던 사실을 용기 내어 발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양 당사자 간의 반응과 수사 결과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더 봐야 되겠죠. 그렇지만 발언 자체를 놓고 섣불리 거짓말이라거나 서로 사랑했다는 둥 가해자적 관점에서 의견을 남발하는 건 피해자에게 제2의 피해를 유발시키는 것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 성폭력 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게 교회잖아요. 교회에서 성폭력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원래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인 성도들이 서로 평등하게 예배드리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게 원칙이죠. 그래서 우리나라에 처음 기독교가 들어왔을 땐 양반 상놈의 신분제 사회에서 기독교 복음에 따라 이것을 철폐해야 한다는 게, 조선 시대 말의 우리나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거든요.

그 당시 신분제도로 보면, 양반과 상놈이 같이 예배드리는 건 말이 안 되지만, 기독교에서는 같이 예배를 드렸고 남녀도 마찬가지죠. 한국사회에 평등의 관념을 확산된 건 기독교의 영향이 크죠. 문제는, 현재의 교회가 마치 성도 내부에 상하 수직적 위계질서가 있는 것처럼 위계질서 상층부에 의한 하층부 성도 특히 여성 성도들에 대한 성폭력이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쉬워져 버린 거죠. 목사는 말씀을 가르치는 조금은 더 특화된 직분일 뿐이지 위계질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개신교 목사 중 일부는 마치 예전 가톨릭의 교황처럼 교회 내에 군림하게 되면서 모든 돈과 명예와 권력이 그쪽으로 쏠리게 되죠. 그 밑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수직적 위계질서의 하층부처럼 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성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 교회 내 성폭력 대표주자는 전병욱 목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목사 사건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전 목사 사건은 저도 초기부터 관여했었는데요, 지금 전 목사가 홍대새교회를 세워서 목회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전 목사의 목사 직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아직 관철되지 않고, 다만 삼일교회 측에서 전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전 목사가 여러 건의 성추행을 한 사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청구가 일부 인용됐어요. 민사소송에서 그렇게 되니까 많은 분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게 되었지요.

제가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작년에 삼일교회에서 기독교 내부 성폭력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단체를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인큐베이팅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사실 삼일교회는 전 목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교회인데, 삼일교회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해 삼일교회가 기여하고 싶다는 선한 마음으로 제안을 해 온 것이지요.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결국, 그런 제안을 받아들여서 '기독교 반(反) 성폭력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지금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개최하여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었고, '요더 성폭력,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북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 기독교반성폭력 센터는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기독교가 아닌 일반 시민사회에도 성폭력 상담소가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고민하는 건, 상담만으로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제도 개선까지 나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그 사건에 대해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소 고발을 돕는다거나 이 피해 여성을 위한 상담을 한다거나 심리치료를 한다거나 의료나 법률지원을 하게 될 것이죠.

저희가 고민하는 건 성폭력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피해자 구조가 일차적으로 우선되어야 하고 가장 중요하지만, 가해자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더라고요. 이 사람이 법적 처벌을 받거나 사회적 대가를 치르든 간에, 이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거나 잘못된 제도를 함께 바꿔주지 않으면, 유사한 사건이 다른 데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피해자 구조와 구제를 일차적인 목표로 하지만 이차적으로는 가해자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고, 또 그러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각 교회마다 성폭력 예방 지침이라거나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한다거나 여러 가지 홍보나 교육을 통한 사전예방책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 사례에 대해 조사나 연구를 한다거나, 가해자를 어떻게 징계하고 처벌할 것인지 나아가 치유와 회복으로까지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교회 내에서 목회자나 직분을 가진 사람이 성폭력 가해자라면 당연히 징계를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징계가 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범죄행위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상당 부분 밝혀져도 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해자를 어떻게 징계하고 처벌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단순히 잘못했으니 처벌받아야 한다는 응보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다시는 이런 죄를 범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식과 제도의 개선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어요.

기존에 성폭력상담소들이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경험들을 기본적으로 배우겠지만, 더해 사전예방적인 부분, 교회 내의 제도개선 같은 걸 포괄적으로 진행해야만 기독교반성폭력 센터가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국교회에서 위계질서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보다 빠른 시일 내에 근절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 언제 즈음 설립을 목표로 하나요?
"7월 초순이에요. 그래서 홈페이지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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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