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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을 넘는 상황. 공덕의 한 신혼집을 방문하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이제 막 아이가 생긴 직장인 A씨(34)는 벌써 며칠째 창문을 다 닫은 채로 공기청정기만 틀어 놓고 있다고 전합니다.

공기청정기의 미세먼지 상태는 '아주 좋음'이라 떴지만, 막상 제가 방문해 보니 바깥 공기를 장시간 차단한 상태라 만원 버스에 올라탄 것 마냥 답답합니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요?

"아, 이제 환기할 때가 되었네요."

라며 창문을 열지만, 5분간 짧게 환기할 때도 아이가 있는 방문은 굳게 닫습니다. 아이는 방문을 닫을 때마다 답답한 듯 울음을 터트렸지만, 부모는 환기가 끝날 때까지 아이의 방문을 열어주질 않습니다.

바깥은 미세먼지 농도는 100, 실내는 1(㎍/㎥).

매우 나쁨 수준까지 올라간 전국 대기질 현황
 매우 나쁨 수준까지 올라간 전국 대기질 현황
ⓒ 한국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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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일반 아파트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봅니다. 한국환경공단 서울 전체 측정치와 유사한 100으로 뜹니다.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실제로 초미세먼지를 측정해 본 결과 환경부의 측정치와 유사한 100을 가리키고 있다.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실제로 초미세먼지를 측정해 본 결과 환경부의 측정치와 유사한 100을 가리키고 있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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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A씨처럼 창문을 다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면 얼마까지 떨어질 수 있을까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한 시간 고속으로 틀어본 결과, A씨의 집처럼 초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A씨처럼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강풍으로 하자, 30분 정도 뒤에 초미세먼지 수치가 ‘1’까지 떨어졌다.
 A씨처럼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강풍으로 하자, 30분 정도 뒤에 초미세먼지 수치가 ‘1’까지 떨어졌다.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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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1'이란 수치가 의미 없어질 만큼 집안 곳곳에서 매캐한 냄새와 답답함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실내에서 공기청정기가 작동을 하더라도 실내 산소부족과 이산화탄소 과잉 등의 이유로 주기적으로 앞뒤 창문을 활짝 열고 3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환기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누리꾼은 새로운 응용법을 생각해 냅니다. 아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창문을 열어놓은 후 커튼으로 바깥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그 사이에 공기청정기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바깥 공기가 공기청정기가 공기를 빨아들이는 부분에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한 네티즌이 커튼을 이용해 외부와 환기하면서 공기청정기를 함께 돌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이 커튼을 이용해 외부와 환기하면서 공기청정기를 함께 돌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 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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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평범했던 시민들을 이렇게까지 하도록 만들었을까요? 한국쓰리엠에서 지난해 오픈 서베이를 통해 조사한 결과 가정집 2곳 중 1곳은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집에 하루종일 있으면서도 아예 환기를 안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록적인 초미세먼지는 많은 것들을 바꾸었습니다. 온라인에는 아기를 데리고 잠깐 외출하는 것도 무섭다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정부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청와대 청원 글에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하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해 심각성을 토로하는 청원글
 미세먼지에 대해 심각성을 토로하는 청원글
ⓒ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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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에 A씨는 미세먼지 뉴스들을 한참 찾아보다가 스스로 잠근 창문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1주일 내내 비 소식이 없네요. 언제까지 이렇게 닫고 지내야 할까요?"

A씨의 집안이 다시금 이산화탄소와 악취로 쾌쾌한 냄새를 풍기고 있을 무렵,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숫자는 조용히 '1'을 가리켰습니다.


태그:#미세먼지, #시민들,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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