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에게 기분 좋은 하루였다. 24일 오후 5개 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으로 KBO리그 정규시즌 레이스가 시작됐다. 개막전부터 9만 6천여 명의 팬들이 입장해 고척(한화-넥센)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 구장에서 매진 사례가 기록됐다. 이는 역대 KBO리그 개막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관중 수다.

선수들은 겨우내 야구를 기다린 팬들에게 화려한 플레이로 보답했다. 신인 강백호가 지난해 20승 투수 헥터를 상대로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는가 하면,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토종 선발이었던 윤성환(삼성)은 두산 타선을 꽁꽁 묶으면서 소중한 첫 승을 챙겼다.

전 구장 3점 차 이내 승부, 개막전부터 접전 펼쳐졌다

 삼성과 두산이 맞붙은 잠실구장에서는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모든 표가 판매됐다.

삼성과 두산이 맞붙은 잠실구장에서는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모든 표가 판매됐다. ⓒ 유준상


5경기 모두 점수 차는 3점 이내였다. 1점 차로 막을 내린 인천(롯데-SK), 광주(kt-KIA) 경기는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채워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5개 구장 가운데 경기가 가장 늦게 끝난 인천에서는 롯데와 SK가 경기 내내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7회 말 김동엽의 솔로포로 리드를 잡은 SK가 8회와 9회를 잘 막아내면서 개막전 첫 승을 신고했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경기는 바로 광주 경기였다.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과 최하위 팀의 만남이었고, KIA는 지난해 20승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를 헥터로 선발로 예고한 만큼 KIA의 우세가 점쳐진 경기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kt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강백호는 고졸 신인 사상 최초로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하는 동시에 올 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외국인 타자 로하스는 6회 초와 7회 초에 각각 홈런 한 개씩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큰 보탬이 됐고 7회부터 마운드를 책임진 고창성부터 이상화, 엄상백까지 총 세 명의 투수가 무실점으로 리드를 지켰다. 올 시즌 개막전에 일어난 최대의 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kt와 더불어 하위권으로 처졌던 삼성 또한 지난 시즌 준우승팀을 꺾고 원정에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윤성환의 호투와 각각 3안타씩 몰아친 러프와 이원석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반면 두산은 1번~4번 타자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에 그쳐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한화와 넥센이 만난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넥센의 새 외국인 투수 로저스가 전 소속팀 한화를 상대로 6.2이닝 동안 3실점(2자책)으로 여전한 위력을 선보였다. 9피안타를 허용하며 피안타가 다소 많기는 했지만 한 점씩 내준 1, 2회를 제외하면 큰 위기는 없었다. 타선에서는 '돌아온' 박병호가 멀티히트,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김태완과 8, 9번에 배치된 이정후와 박동원 역시 2안타씩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마산에서는 대만 출신 외국인 투수 왕웨이중이 LG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단 한 점만을 내주는 짠물 피칭을 펼쳤다. 국내 언론 이외에도 대만에서도 왕웨이중을 보러 마산구장을 찾은 취재진이 적지 않았는데, 개막전부터 뚜렷한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LG는 김현수의 합류에도 그로 인한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개막 엔트리 합류한 신인 4인방,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첫 경기 소화

이번 개막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고졸 신인이 4명이나 엔트리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강백호였다. 스프링캠프부터 언론의 관심을 받을 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졌고, 개막전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질세라 또 한 명의 신인 야수, '롯데 주전 3루수' 한동희도 첫 타석부터 장타를 날렸다. 상대 선발 켈리의 초구를 밀어쳐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렸다. 담장을 넘긴 강백호에 비해 덜 부각됐을 뿐 한동희도 롯데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마운드에서는 '두산의 미래' 곽빈과 한화 마운드를 이끌 '좌완' 박주홍이 불펜 등판해 기량을 점검했다. 곽빈은 잠실(삼성-두산) 경기에서 김강률에 이어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와 7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면서 주어진 임무를 무사히 수행했다. 박주홍은 심수창에 이어 네 번째 투수로 등판, 3구를 던지면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사자군단의 차세대 에이스' 양창섭을 비롯해 개막전에 출전하지 않은 영건들도 꽤 있다. 네 명 모두 팀에 힘을 더해준 것처럼 구단별로 눈여겨보는 신인들의 활약도 이제 막 시작된 시즌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부터 '흥행 대박' 조짐이 보이고,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고됐다. 변수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즌이라 순위 및 결과 예측을 쉽게 할 수 없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진 시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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