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야통' 류중일 감독의 KBO리그 공식 복귀전을 망치며 개막전 승리를 차지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24일 통합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개막전에서 LG트윈스를 4-2로 꺾었다. 시범경기에서 1승5패에 그치며 올 시즌에 대한 불안함을 내비쳤던 NC는 역시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강팀답게 개막전에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NC에서 새로 영입해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선 대만 출신의 외국인 선수 왕웨이중은 7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LG 타선을 6안타1볼넷6삼진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9회 1사 후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원종현이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지며 세이브를 기록했고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막전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기대만큼 우려도 컸던 KBO리그 최초의 대만 출신 외국인 선수 

 프로야구 구단 NC 다이노스가 대만 출신 빅리거 왕웨이중과 계약했다.

프로야구 구단 NC 다이노스가 대만 출신 빅리거 왕웨이중과 계약했다. ⓒ NC다이노스


1998년부터 시작된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역사에서 대만 선수가 활약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래도 대만 야구의 수준이 한국보다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프로 정예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대만에게 패한 적이 거의 없다. 2015년 대만리그에서 타율 .380 31홈런30도루를 기록했던 대만 최고의 타자 린즈셩(중신 브라더스)이 KBO리그 진출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선뜻 나서는 구단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NC는 지난 1월 27일 통산 56승의 에릭 해커를 대체할 새 외국인 선수로 대만 출신의 좌완 투수 왕웨이중을 선택했다. 왕웨이중이 대만리그에서 정체돼 있던 선수가 아니라 2013년 미국에 진출해 메이저리그의 시스템을 경험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NC는 수년 전부터 왕웨이중이 마이너리그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젊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외국인 선수 선발 기준에 맞춰 KBO리그 최초로 대만 선수를 영입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사실 왕웨이중의 NC 입단이 확정됐을 때 그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비교적 준수한 편이지만 엄밀히 말해 왕웨이중은 메이저리그의 '실패한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116경기 중에 선발 출전 경기가 67번에 달한다곤 하지만 트리플A레벨로 한정하면 선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2016년에는 선발로 5경기에 출전해 1승3패 4.85에 그쳤고 2017년에는 47경기 모두 불펜으로만 등판했다.

그렇다고 왕웨이중을 불펜 투수로 활용하기도 난감하다. 3명 보유 2명 출전의 규정이 있는 KBO리그에서 로건 배렛이 등판하는 날에는 왕웨이중이 강제 휴식을 취해야 한다. 4번 타자 스크럭스를 라인업에서 제외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만약 왕웨이중이 외국인 선수라면 당연히 해내야 하는 '풀타임 선발'을 소화할 수 없다면 NC의 '젊고 새로운 도전'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단 89개의 공으로 7이닝을 먹어 치운 152km의 좌완 특급

왕웨이중은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며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왕웨이중은 국내 야구팬들에게 첫선을 보인 지난 17일,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5.2이닝8피안타4실점을 기록하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타자들과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사사구를 최소화(0개)한 것은 좋았지만 변화구가 몰릴 때는 너무 쉽게 안타를 허용하는 단점이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지 못했음에도 김경문 감독은 왕웨이중을 LG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LG는 115억 원을 주고 데려온 초대형 FA 김현수와 빅리그 통산 244경기를 소화했던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영입하며 겨울을 알차게 보낸 팀이다. 물론 왕웨이중이 좌완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LG의 간판 좌타자 박용택이나 김현수는 투수의 유형을 가리는 선수들이 아니다.

실제로 왕웨이중은 2회 가르시아와 김현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3루의 위기를 내준 후 채은성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자칫 첫 등판에서 대량실점이 나올 것 같았지만 실제 왕웨이중의 실점은 1점이 전부였다. 왕웨이중은 3회 1사 1, 2루에서 LG의 간판타자 박용택을 병살로 유도했고 4회와 5회에도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고도 더블아웃으로 위기를 넘겼다(물론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행운이 따랐고 NC 수비들의 도움을 받은 점은 부정할 수 없다).

7회까지 삼진 6개를 잡아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정리했을 때 왕웨이중의 투구수는 단 89개였다. 왕웨이중의 젊은 나이(1992년생)를 고려하면 충분히 8회에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8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했고 왕웨이중은 7이닝 1실점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내용을 남기고 KBO리그 공식 데뷔전을 마쳤다. 빠른 공은 무려 시속 152km까지 나왔다.

NC는 이민호, 김진성, 원종현, 임창민으로 이어지는 '단디4'가 건재하고 좌완 강윤구와 베테랑 유원상이 합류하며 불펜이 한층 강해졌다. 하지만 작년 시즌 24승을 합작했던 해커와 제프 맨쉽을 모두 교체하면서 선발진에는 많은 의문이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왕웨이중이 개막전만큼의 구위를 유지한다면 NC는 선발진의 좌우균형까지 이룰 수 있다. 아직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훈훈한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왕웨이중은 충분히 '마산의 보물'이 될 조짐이 보이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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