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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추미애 대표. "요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주류 비주류도 없이 추미애 대표만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불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추미애 대표. "요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주류 비주류도 없이 추미애 대표만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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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이 있는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전직 고위 당직자 A씨. 이른바 '친노'로 분류되는 그는 "요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주류세력'은 없고, 추미애 대표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 정치는 각각의 정치세력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여 당권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가치와 방향대로 당을 운영하는 책임정치"라면서 "이렇게 당권을 쥔 세력이 주류가 되고, 주류의 가치와 방향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비주류로 상존하며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건강한 정당인데 지금의 민주당은 주류·비주류는 없고 추미애 대표만 있는 해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A씨는 "광주전남의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자 여론조사 1위였던 이개호 의원이 전남도지사를 나가겠다고 하는데도 주저 앉혀버리는 독선을 추미애 체제의 중앙당은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라면서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 극구 반대하는 인사를 입당시키겠다고 '원 포인트' 당원자격심사위를 다들 쉬는 일요일에 소집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말하는 입당 자격 심사를 앞둔 이는 최근 전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장만채 전 전남도교육감이다. 민주당은 입당을 신청한 장 전 교육감의 자격을 심사하기 위해서 25일 일요일 당원자격심사위를 소집했다.

A씨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전남지역 권리당원인 B씨와 C씨가 전라도 특유의 어법으로 한 마디씩 툭 던졌다.

"여그도 '나는 추미애의 사람이기 때문에 전략공천 받는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디 호남에서 전략공천 하는 순간 민주당은 다 망했지라, 지난 19대 총선에서처럼."

"사정이 쪼금만 좋아지믄 지역에 전혀 기반도 없는 자기 측근들 데려다가 전략공천해서 선거 망치고,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으로 자치분권한다는디 당은 대통령 인기 믿고 경선도 안 해불라 하고, 호남에 그렇게 사정하고 다닐 때가 엊그젠디 벌써 잊고 저라요."

전남 서부권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 중 이른바 '추미애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는 두 명이다. 당직자 몫으로 청와대로 갔다가 영암무안신안 국회의원 재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백재욱 전 청와대 행정관과 신안군수 선거에 나선 천경배 추미애 당 대표 비서실 전 정무팀장이다.

서울에서는 강희용 추미애 당 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5일 동작을 지역위원장에 임명됐고, 추 대표 보좌관 출신인 최동민씨가 동대문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남지역 두 권리당원의 전언처럼 추 대표가 '자기 사람'인 두 사람에게 은밀하게 전략 공천을 약속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백재욱·천경배 두 예비후보가 자기 입으로 "추 대표가 나를 전략 공천해줄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을 리는 없다.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끊이지 않고 도는 것일까?

당에 공정한 룰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경선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 룰은 당권을 쥔 이가 자기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바꿔버릴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전략공천'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다. 정당이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전략공천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권장할 일이다. 그런데 왜 유독 민주당의 전략공천은 '폭망'의 지름길이 되는 것일까.

다른 지역도 아닌 호남에 전략공천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호남은 '자기텃밭'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생각이, 호남엔 아무나 꽂아도 당선 된다는 정치적 무례를 반복적으로 자행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민주당이 호남에서 전략공천을 해서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 19대 총선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은 광주 지역구 세 곳에 전략공천을 했다. 지역 기반이 전혀 없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에 대한 전략 공천은 역풍의 진원지가 됐다. 민주당은 광주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전멸했다. 전남에서 겨우 1석을 얻는 대참패를 당했다.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차갑게 돌아선 호남 민심을 돌리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썼다. 부인 김정숙 여사는 '호남 특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 했다. 그리고 대선 승리, 민주당에 대한 현재의 높은 지지율은 당에 대한 지지도가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임을 호남 지역민들도 알고, 민주당 당원들도 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사건으로 낙마한 이후 추미애 대표가 차기 대권 행보를 위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돌고 있다. 추 대표의 사람들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선거 등에 나서는 것은 추 대표의 차기행보를 위한 바닥 다지기라는 해석도 곁들여지고 있다.

추 대표의 대권을 향한 의지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호남에 추미애 사람 심기식 전략공천'은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남에서 자기 기반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호남인들에겐 그리 미더운 정당이 아니다. 힘들 때와 잘 나갈 때 호남을 대하는 자세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을 잡아주는 세력이 필요한 정당이 민주당이다. 그러나 추미애 대표에 대한 견제세력이 없다. 이른바 친노·친문 세력들은 자기선거 치르느라 여념이 없다. 상시적인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는 지역별 직능별 최고위원제로, '감히' 대표의 의견에 대놓고 반대할 정치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박근혜의 레이저'에 비견되는 '추미애의 레이저'가 최고위 회의 전후로 등장했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들린다.

전남 한 지역위원회 간부는 "예전에는 친노세력이 당을 사당화 한다며 당의 비주류들이 전부 들고 일어나 싸웠다"며 "그러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바로 잡을 것은 바로잡았는데 지금은 중앙당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라고 탄식했다.

"요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주류세력'은 없고, 추미애 대표만 있는 것"이라는 A씨의 진단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태그:#추미애, #민주당, #지방선거, #전략공천, #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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