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22일(한국시간) 중국 난닝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18 차이나컵'에서 웨일스에 0-6으로 참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최다 점수차 패배다.
 
피파랭킹 20위의 웨일스는 지난 유로 2016에서 4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월드컵은 1958년 스웨덴 대회를 끝으로 인연이 없었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본선 진출에 실패하여 리빌딩이 진행 중이다. 최근 피파랭킹은 높지만 아직 세계적인 강호라고 하기는 어려운 팀이었다. 중국 언론과 팬들은 내심 홈에서 웨일스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막상 전반에만 4골을 내주며 일방적인 패배를 당하자 충격에 빠졌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에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던 가레스 베일이 헤드트릭을 기록했고, 사령탑 라이언 긱스는 감독 데뷔전에서 승리를 맛봤다. 중국 팬들은 자국 선수들의 졸전에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지만 냉정히 말하면 '아시아와 세계축구의 수준차'를 현실로 확인한 장면이기도 했다.

스포츠 강국 중국, 하지만...
 
중국은 세계의 대국이자 스포츠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유독 축구만큼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중국은 A조 5위에 그쳐 본선 진출에 좌절됐다. 처음이자 마지막 본선행은 2002 한일월드컵이 유일하며 이후 4회 연속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동생 격인 23세 이하 대표팀도 지난 1월 열린 아시아 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2010년대 들어 '축구굴기(蹴球崛起)'를 내세워 자국 리그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좌절을 거듭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중국의 굴욕을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심드렁하게 바라봤을 한국 축구지만, 지금의 상황은 약간 미묘하다. 한때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만큼 중국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 축구는, 2017년 리피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중국과는 두 번의 맞대결에서 1무 1패에 그치며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3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역대 최초로 중국 원정에서 패배하는 '창사 참사'를 당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도 지난해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중국과 2대 2로 비기며 설욕에 실패했다. 물론 중국과 달리 힘들게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말이다.

중국 축구 굴욕, 남일 아니다

 2018러시아월드컵 시험무대가 될 북아일랜드 평가전을 하루 앞둔 축구국가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23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2018.3.24

2018러시아월드컵 시험무대가 될 북아일랜드 평가전을 하루 앞둔 축구국가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23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2018.3.24 ⓒ 연합뉴스


한국 축구도 최근까지 위기설에 시달린 게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지난해 10월 첫 유럽원정에서 러시아(2-4), 모로코(1-3)에 잇달아 완패하며 감독교체설까지 거론될 만큼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다행히 콜롬비아전 승리를 기점으로 동아시안컵 우승과 터키 전훈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했지만 여전히 신태용호를 바라보는 여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유럽파를 망라한 최정예 멤버들이 모인 대표팀은 24일 북아일랜드, 28일 폴란드를 상대한다. 평가전이지만 사실상 러시아월드컵 본선체제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북아일랜드-폴란드전은 출범 이후 세 번째 유럽원정이다. 지난해 1차 원정은 국외파 선수들 위주로, 올해 1월 2차 원정(터키 전훈)은 국내파 선수들로만 꾸려지며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 그대로 최정예멤버가 모두 소집됐다. 공식적인 최종엔트리 발표는 5월이지만 지금의 멤버가 80~90% 이상 월드컵 본선까지 함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태용호 출범 이후 어느덧 1년 가까운 시간이 되면서 지금은 전력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번 북아일랜드-폴란드전이 단순한 평가전을 넘어 '월드컵 본선을 향한 모의고사'로 여겨지는 이유다.
 
북아일랜드와 폴란드는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한 팀이다. 피파랭킹 24위의 북아일랜드는 지난 유로 2016에서 16강에 진출했고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는 탈락했지만 조 2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특히 유럽 예선 10경기에선 단 6실점에 그치는 짠물 수비만큼은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국 수준'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이중 5실점을 독일전에서만 허용했다는 것이다. 북아일랜드의 수비를 얼마나 공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신태용호의 화력이 월드컵에서도 통할지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피파랭킹 6위의 폴란드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자 유럽 최고의 골잡이 중 한 명인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을 앞세운 공격진은 우승 후보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고질적인 수비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신태용호로서는 폴란드전에서 월드컵에 어울리는 수준의 수비를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태용호에 남겨진 숙제들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전반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전반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 최전방의 손흥민, 중원의 기성용을 중심으로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시프트& 파트너'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 수비에서는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전술 변화 사이에서 안정적인 조합을 확정해야 한다. 이번 3월 유럽 원정은 지난 9개월간 신태용호의 월드컵 준비에 관한 중간점검인 셈이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야 할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모두 세계 무대에서도 알아주는 강팀들이다. 한국이 작년 유럽 원정에서 패했던 러시아-모로코나, 중국을 대파한 웨일스보다 한 수 위의 전력으로 꼽히는 강호들이다. 북아일랜드와 폴란드는 사실상 스웨덴-독일을 염두에 둔 스파링파트너로 평가받는다. 이 팀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웨일스에 대패한 중국처럼 '참사'에 가까운 결과라도 벌어진다면 신태용호를 바라보는 전망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국은 '약체'로 취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임박한 세계 주요 언론들의 전망에서도 한국을 조별 리그 최하위로 예상하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래서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뻔한 결과를 뒤집는 반전에 있다. 이번 유럽 원정을 기점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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