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 홍보 이미지

▲ tvN 새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 홍보 이미지 ⓒ tvN


tvN 새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공개되기 전부터 극 중 두 주인공의 나이 차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던 드라마다. 그리고 지난 3월 21일 방송을 시작하고 난 뒤에는 첫 회에 등장한 사채업자의 폭행 장면을 둘러싸고 보기 불편했다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2회분이 방송된 이 드라마는 유명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잔혹 버전처럼 느껴졌다. 지난 방송분에서는 잘못 배달된 뇌물 봉투를 매개로 주인공인 동훈(이선균 분)과 지안(이지은 분)의 인생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게 된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같이 일하는 회사 내부의 권력 다툼 양상, 동훈이 분가 후에도 가장 노릇을 하고 있는 본가의 사정, 사채와 할머니 병구완에 허덕이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지안의 암울한 사연 등이 숨 가쁘게 묘사됐다.

스무 살 남짓 먹은 지안에게 지금 한국 사회는 지옥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그는 동료가 아닌 '투명인간' 같은 존재이며, 사채업자로부터 불법적인 빚 독촉 행위와 폭행을 당하면서도 혼자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지금껏 2회가 방송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만큼, 지안은 지극히 메마른 인생을 살고 있다.

사채업자 광일(장기용 분)은 그런 지안에게 "네 인생은 종쳤어. 평생 내 돈 못 갚을 거고, 나한테 시달리면서 이자만 갖다 바치다가 뒤질 거야"라고 말한다. 그가 갚아야 할 돈은 1800만 원. 분명 못된 말이지만 지안이 놓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한낱 악담으로 치부해버리지 못할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즉 이런 설정은 수년 전부터 이른바 '헬조선'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누군가에겐 희망을 꿈꾸는 일조차 불가능하게 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신랄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드라마 주요 인물 대부분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결국 돈 문제다.

동훈의 큰형이 정리해고를 당한 후 이혼을 한 것도, 동훈의 동생이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아들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도, 동훈이 선뜻 뇌물 봉투를 내치지 못한 것도, 그의 회사 임원들이 암투를 벌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돈 때문에 벌어진 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의 아저씨> 1회는 이처럼 금전에 관한 문제를 중심에 두고 주요 인물들을 소개했다. 대담하면서도 다소 과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혀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건 지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시대정신이 다름 아닌 황금만능주의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tvN 새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 1회 예고편 한 장면 캡처 이미지

▲ tvN 새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 1회 예고편 한 장면 캡처 이미지 ⓒ tvN


물론 이에 대해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거나 가난은 다만 불편한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 통용되고 있기는 하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돈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라는 교훈이 담긴 격언들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지안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같이 허망한 이야기들이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빚의 악순환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라면 뜬구름 같은 소리에 불과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인간의 삶에 사회적인 안전망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 것도 그런 시대적인 배경 때문이다. 이를테면 몇 년째 일없이 놀고먹는 동훈의 큰형이 그나마 웃으며 살 수 있는 이유는 그에게 가족이라는 안전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반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도무지 웃을 일 없는 지안이 희망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 건 그가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제도적인 안전망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이 제대로 갖춰진 사회였다면 애당초 지안이 그와 같이 고립된 상황으로 몰리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한국 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각자도생의 풍조라든지 이런 상황 등을 풍자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기는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나의 아저씨> 홈페이지 내용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인간의 매력'이란 다름 아닌 아이 같은 순수함, 인간 본연의 따뜻함과 우직함 등을 가리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지난 2회까지 이야기에서 오롯이 돈에 울고 웃는 사람들의 사연을 보여주며, 누군가에겐 지옥이 돼버린 지금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인간성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듯하다.

그 와중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어두워도 너무 어두운 아이유의 얼굴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고 동시에 극 중 지안이 놓인 상황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아이유가 연기하는 지안의 무표정한 얼굴은 기실 메말라가고 질식해가고 있는 지금 한국 사회 청춘들의 초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굳어버린 얼굴에 웃음을 되찾아주는 과정에서 이 드라마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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