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경기도교육감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고도 이를 관내 학교에 공문으로 시행하면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였으므로 경기도교육청 관내 학교들은 휴대폰 일괄 강제 수거를 규정하고 있는 ‘학교생활인권규정’을 즉각 개정하라는 명시적 내용을 넣지 않았다.
 경기도교육감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고도 이를 관내 학교에 공문으로 시행하면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였으므로 경기도교육청 관내 학교들은 휴대폰 일괄 강제 수거를 규정하고 있는 ‘학교생활인권규정’을 즉각 개정하라는 명시적 내용을 넣지 않았다.
ⓒ 임정훈

관련사진보기




형식은 인권위 권고 수용, 내용은 사실상 '수용 거부'

2017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이성호)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아래와 같은 권고(17진정0193700) 결정을 내린다.

"학생의 통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도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관련규정을 점검하여 실질적으로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규정을 개정하도록 지도할 것을 권고한다."

대부분의 초중고교에서 일과 시간 동안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하라는 권고였다. 즉, 아침에 등교와 동시에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걷어서 하교할 때 돌려주는 학교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것 등을 이유로 들어 해당 규정을 개정하라고 한 것이다.

경기도교육감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고도 해를 넘기도록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겨우 올 2월 말이 되어서야 '2018 학교생활인권규정 운영 안내'라는 모호한 제목의 공문으로 이를 학교 현장에 전달했다.

그런데 이 공문에는 경기도교육감이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였으므로 경기도교육청 관내 학교들은 휴대폰 일괄 강제 수거를 규정하고 있는 '학교생활인권규정'을 즉각 개정하라는 명시적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공문의 표지에 "각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법령의 범위 내에서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사를 반영하여 일부 수정-변경 운영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휴대폰 일괄 강제 수거 규정을 개선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사를 반영하여 수정-변경할 수 있는 것처럼 해 놓았다.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사를 반영하여 휴대폰 일괄 강제 수거를 계속 해도 된다고 오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겉으로는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고 이를 학교에 전달하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이를 수용하지 않는 태도다. 경기도교육감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는 듯하면서, 실제로는 일선 학교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셈이다. 인권위 권고가 나온 지 거의 반년 만에 시행한 공문에서 인권위 권고 수용의 명시적 내용은 전혀 없고 단위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공문을 시행한 것이다.

이는 마치 교육청에서 학교에 알리기는 했으나 학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거나 단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는 식의 옹색하고 무책임한 대답이라도 미리 준비해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같은 구색을 갖추려는 듯 다른 문서 2개와 함께 인권위 결정문을 첨부파일로 붙여놓았다. 공문의 표지에서는 인권위 권고 내용은 물론 이의 수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첨부파일에 다른 문서 파일과 함께 인권위 결정문을 끼워 넣어 보낸 것은 누가 봐도 숨은 의도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더욱이 도교육청이 공문을 시행한 날짜가 2월 22일인데, 이때는 학교에서 교원들의 인사이동이 있는 무렵이라 공문이 정상적으로 집행되기 어렵다. 이러한 어수선한 시기에 일상적 공문도 아닌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공문을 학교에 보낸 의도 역시 인권위 권고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는 인권위 권고 수용 등 알리지도 않아

. 휴대폰 강제 일괄 수거를 담임이 학급규칙으로 걸어놓은 교실
▲ . 휴대폰 강제 일괄 수거를 담임이 학급규칙으로 걸어놓은 교실
ⓒ 임정훈

관련사진보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휴대폰 강제 일괄 수거의 피해자인 학생들은 이 같은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경기도교육감이 국가인권위 권고를 수용함에 따라 더 이상 학교에서 아침 조례 시간에 강제로 휴대폰을 일괄 압수당한 후 하교할 때 돌려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인권위가 경기도교육감에게 학교에서 휴대폰 일괄 강제 수거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사실도 모르고, 경기도교육감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도 모르며, 경기도교육감이 인권위 권고와 거리가 있는 내용으로 학교에 공문을 시행한 사실은 더더욱 모른다. 경기도교육청도 학교도 학생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초중고교에서는 3월 학년(학기) 초 면학 분위기 조성 등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규율을 더욱 강력히 집행하고 있다. 때문에 휴대폰 강제 일괄 수거 역시 아주 강력한 규율로 학생들에게 집행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하거나 일정 기간 교사가 압수해 돌려주지 않는 일까지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행하고 있다. 지금 현재 경기도교육청 관할의 학교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일들과 관련해 지난 3월 15일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인권위 권고를 무력화하는 공문을 발송한 경기도교육청의 잘못을 지적하는 토론이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생인권심의위원장 최형규 서종중 교장은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도교육청이 당당했으면 싶다.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는 공문을 보낼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도교육청이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전국 최초로 만들었던 경기교육의 원칙을 지켜주기 바란다"는 말로 도교육청의 행태를 비판했다.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랐던 교육청의 의도와 달리 학생인권심의위원장까지 나서서 교육청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서자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에서는 4월 중 해당 공문을 수정해 다시 학교에 보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즉각적인 공문 재시행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검토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인권위 권고 공문 시행을 부담스러워 하는 도교육청의 속내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징표일 뿐이다.

경기도교육감이 말하는 '학생중심'은 무엇? '학생'은 누구?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학생인권 옹호 활동을 해야 할 학생인권옹호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오래된 문제 현상이다. 인권을 옹호하고 살펴야 할 그들이 교육 관료가 되어 버렸다는 말들이 경기 교육계에 떠돈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 사미경 회장은 "학생인권옹호관은 인권조례에 따라 학생들의 인권 옹호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학생 인권을 살피고 옹호하는 일을 해야 할 그들이 교육청 입장을 대변하는 관료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측은하다. 이제는 존재 가치조차 사라져버린 그들이 과연 지금 한창 논란 중인 평택 A여중 성폭력 같은 사건이 생겼을 때 제대로 학생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4명이나 되는 옹호관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경기도교육감은 2014년 취임 이후 '학생 중심'이라는 구호를 교육정책의 최고 가치로 내걸었다. 지난 20일 경기도교육청 브리핑 실에서 진행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도 교육감 재출마를 선언한 배경을 말하면서도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한 학생 중심을 경기교육에 뿌리내리게 하려고 재도전을 결심했다"라고까지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경기도교육감의 '학생중심'이라는 말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14년 11월 28일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돕겠다며 학생자치 활동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인 '학생자치활동 앱'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홍보관까지 마련해 이재정 교육감이 직접 방문해 둘러보았다. 하지만 2년여 전부터 해당 앱은 현재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그보다 1년여 앞선 2013년 3월, 2천여만 원을 들여 개발한 '경기학생인권의 광장' 어플리케이션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과 인권 옹호 활동을 지원하고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앱들을 개통 1~2년여 만에 모두 무용지물로 처리하고 말았다. 또한 학교에서 교복 위에 덧입는 외투를 허용하지 않아서 추위에 떠는 학생들이 있다는 보도가 해마다 이어지지만 경기도교육감은 이 역시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휴대폰 강제 일괄 수거를 중단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 이를 전달하여 학교가 민주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도록 지원하고 조력하기보다는 적당히 외면하는 자세를 취하는 지금의 행태가 낯설지 않은 것도 이러한 전적들 때문이다.

그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한 학생 중심을" 왜 이토록 홀대하는지, 그가 말하는 '학생 중심'의 학생은 누구인지,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교육감은 응답하라!

 학생들의 자치 활동과 인권 옹호 활동을 지원하고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앱들을 개통 1~2년여 만에 모두 무용지물로 처리하고 말았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과 인권 옹호 활동을 지원하고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앱들을 개통 1~2년여 만에 모두 무용지물로 처리하고 말았다.
ⓒ 임정훈

관련사진보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