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이하 한국 시각) 기준으로 KBO리그가 개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메이저리그 역시 개막을 1주일 남겨두고 있다. 보통 시즌 길이는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가 약간 길지만, 가을 잔여경기 일정이 있는 데다 올해 아시안 게임 중 휴식기가 겹친 KBO리그가 일정이 더 길어지면서 메이저리그 개막이 상대적으로 늦은 느낌이 되었다.

개막이 1주일 남으면서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캠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각 팀은 미국 플로리다 주(동부 그레이프푸르츠리그)와 애리조나 주(서부 캑터스리그)에 차려졌던 캠프장에서 철수하여 정규 시즌을 치르는 경기장으로 돌아가 남은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40명의 보호선수와 초청선수까지 수십 명의 선수단으로 시작했던 캠프 인원의 규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개막전에 들어갈 수 있는 로스터는 25명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신분을 유지하는 보호선수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하고, 누구는 부상자 명단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초청선수들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할 시기다. 보호선수 명단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캠프에 참가했기 때문에 대부분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되는데, 재기를 위해 초청선수로 참가한 일부 베테랑들은 스프링 캠프에서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옵트 아웃을 행사하는 조항을 계약 조건으로 넣기도 한다.

23일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 있는 한국인 선수들은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3명이다. 최지만(밀워키 브루어스)은 아직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호선수 40명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초청선수 신분이다.

커브도 완벽해진 류현진, 정규 시즌 등판 준비 완료

 류현진이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2017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후반기 처음이자 26일 만의 선발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 ⓒ 연합뉴스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보장받은 류현진은 스프링 캠프에서 커브에 변화를 주고 투심 패스트볼을 새롭게 던져보는 등 자기 발전을 위한 실험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제구가 잘 되지 않아 연습경기에서 많이 맞고 교정해야 했기 때문에 시범경기 평균 자책점이 이전까지 14.29에 달했다.

그러나 23일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던 류현진은 이전과 달라졌다.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75구)하며 시범경기 평균 자책점도 8.44까지 크게 내렸다. 그 동안 실험하던 새로운 커브가 완벽해졌고, 지난해보다 빠른 공의 위력도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공이 정규 시즌을 맞이하면서 더욱 위력적인 공이 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바로 이날 경기에서 있었다. 에인절스의 간판타자 마이크 트라웃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44타석 연속 무삼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은 1회부터 상대한 2번타자 트라웃을 상대로 3구 삼진을 잡아냈다.

이 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2회에 잭 코자트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안드렐톤 시몬에게 안타, 루이스 발부에나에게 볼넷을 내주며 첫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만루 상황에서 류현진을 일으켜 세운 것은 새로워진 커브였다. 마틴 말도나도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2개를 잡은 뒤 커브가 완벽하게 떨어지면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것이다.

4회에서는 다소 아쉬운 실투가 있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회에 볼넷을 내줬던 발부에나에게 홈런을 내준 것이 이 날 경기의 유일한 흠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홈런 한 방에 흔들리지 않고 말도나도의 루킹 삼진을 포함하여 4타자 연속 범타를 만들어낸 뒤 5이닝을 채우고 승리투수가 됐다.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5이닝을 충분히 던질 수 있는 투구수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린 것이 고무적이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했던 2013년에도 처음에는 지역 언론이 다른 선발 경쟁자들과 비교하며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꾸준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국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고, 마지막 시범경기에서는 에인절스를 상대로 4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어깨 수술을 받고 2년을 쉬었던 류현진은 작년에는 시즌 내내 입지가 불안했고, 풀 타임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마무리투수로 한 차례 등판했으며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더욱 건강해진 올해에는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했을 때처럼 개막에 맞춰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고 다시 한 번 건강한 풀 타임 시즌을 보낼 준비를 마쳤다.

반등 필요한 추신수, 무난한 개막 준비

추신수는 7년 대형 계약을 맺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의 5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하지만 추신수는 지난 4년 동안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첫 해인 2014년에는 다른 동료들이 집단으로 부상자 명단을 들락날락하며 꼴찌가 되는 바람에 팔꿈치와 발목 통증을 안고 시즌을 뛰어야 했다.

2015년에는 후반기 놀라운 반등을 일으키긴 했지만, 처음 한 달 동안은 최악이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에서 타율이 가장 낮은 0.096까지 타율이 내려갔던 추신수는 한동안 플래툰으로 출전하는 등 입지 자체가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후반기 반등을 통해 팀을 극적으로 지구 우승에 올려놓고 자신도 9월의 선수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부상자 명단을 너무 자주 다녀왔다. 전반기에는 몸 맞는 공에 다리 부상을 입었다가 복귀전에서 또다시 부상이 재발하기도 했고, 허리 통증으로도 부상자 명단을 다녀왔다. 후반기에는 또 몸 맞는 공 때문에 팔뚝에 금속판으로 철심을 고정시키는 수술까지 받았다.

2017년에는 어느 정도의 활약은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몸값을 감안하면 팀의 기대에 맞지는 않았으며, 너무 잦은 부상 이력 때문에 본래 포지션인 우익수보다는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빈도가 점점 더 늘어나게 됐다. 결국 2018년에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외야 수비 역할을 넘기고 지명타자로 고정되는 모양새가 됐다.

일단 추신수는 시범경기에서 정규 시즌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시범경기 타율이 23일까지 0.300이며 출루율 0.417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전에 비해 주루와 수비의 역할이 줄고 타격의 역할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진 나쁘진 않다. 40타수 12안타 중 장타가 5개로 2루타 3개에 홈런 2개, 도합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장타율 0.525).

1경기로 가치 인정받은 오승환, 오수나 대안으로도 거론

오승환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계약이 다소 늦게 이뤄지면서 그에 대한 취업 비자 발급도 늦어졌다. 캐나다에 연고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의 비자를 동시에 챙겨야 했고, 이 때문에 시범경기에서는 1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대신 오승환은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등판하는 만큼 더 많은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다. 최대한 실전 감각을 맞춰 놓은 오승환은 드디어 등판했던 시범경기에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7구)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신고식을 마쳤다.

시범경기 기록은 1이닝밖에 없지만, 이미 블루제이스에서는 오승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블루제이스의 주전 마무리투수는 로베르토 오수나로 통산 95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걸출한 경험을 가진 투수이다.

오수나는 2016년 39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그의 평균 자책점도 2점 대가 아닌 3.38까지 크게 올랐으며 블론세이브도 10회나 되었다. 세이브가 많아진 것은 그의 등판 경기가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오른 것이며 이전에 비해 불안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블루제이스에서는 오승환이 만일의 경우 오수나를 대신하여 마무리투수를 맡을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모두 마무리투수를 맡아봤던 이력까지 언급되면서 지역 언론 내셔널포스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었을 때도 처음에는 트레버 로젠탈의 앞에 등판하는 8회 셋업맨이었다. 하지만 로젠탈이 부상이 겹치며 부진에 빠졌고, 결국 가장 안정적이었던 오승환이 마무리투수 역할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오수나가 부진에 빠질 경우 오승환이 마무리 '보험' 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잘 하고는 있는데... 로스터 진입 불투명한 최지만

3명의 선배들과는 달리 최지만은 주전보다도 일단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초청선수 자격으로 아직까지 시범경기 출전 기회를 얻고는 있지만, 선발 출전보다는 대타 출전이 많아 불규칙한 출전 기회를 살리기 힘든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지만은 시범경기 타율 0.371(35타수 13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일단 나오는 경기에서 최대한 출루하기 위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3일 경기에서는 주전 1루수 에릭 테임즈가 휴식을 취한 덕분에 좌익수 겸 4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석 2볼넷(무안타)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지만은 17일에 갈비뼈 통증으로 결장한 이래 타격감이 부상 이전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건강한 상태에서 경쟁해도 로스터에 들어가기 힘든 마당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끝나가는 스프링 캠프에서 입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최지만의 입지는 메이저리그 신분이 보장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없고 여전히 초청선수 명단에 있다. 초청선수들은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고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지만, 최지만은 그나마 3할 대 후반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기에 아직까지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일단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하면 연봉 85만 달러를 받게 된다. 200타석을 채우면 옵션 20만 달러, 이후 100타석마다 1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으며 최대 65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스프링 캠프 종료 시점 또는 6월 중순에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초청선수들이 옵트 아웃을 넣는 경우는 대부분 선수 경험은 많이 쌓였으나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 또는 재기를 노리는 베테랑들이 계약에 추가하는 조항이다. 최지만의 경우는 마이너리그 FA 자격에다 룰5 드래프트까지 거쳤던 선수이기 때문에 다른 유망주처럼 마이너리그 옵션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서 계약에 이러한 조항이 들어간다.

일단 스프링 캠프는 거의 끝나가는데 브루어스에 최지만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전 1루수로는 KBO리그에서 MVP까지 수상했던 에릭 테임즈가 버티고 있고, 백업 1루수 자리에도 헤수스 아퀼라가 있다. 게다가 트레이드 거래 등으로 인하여 외야수 라이언 브론까지 1루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최지만이 외야수로도 출전하지만 테임즈 역시 데뷔 포지션이 좌익수였다.

결국 최지만은 이 시점에서 옵트 아웃을 실행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첫 번째 시점이 왔다. 다만 지금은 다른 팀들도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를 거의 다 맞춰가는 상황이라 팀을 옮기더라도 당장 메이저리그 한 자리를 보장 받을 수는 없다. 6월 중순에 옵트 아웃을 실행하더라도 후반기에 자신의 자리가 다른 팀에 생긴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몇 년 전 한국인 선수 중에서는 6월에 옵트 아웃을 실행했던 이학주가 있었다. 이학주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옵트 아웃을 실행했으나 끝내 다른 팀을 찾지 못하고 KBO리그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해외파 2년 유예 조항으로 인하여 현재까지 무적 상태로 있으며, 빨라도 올 가을에나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학주의 경우는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수술을 받으면서 이로 인해 면제 판정을 받은 사례다. 정영일(SK 와이번스)의 사례처럼 2년 유예를 기다린 뒤 드래프트를 거쳐 입단하고 바로 군 복무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 1991년생의 최지만은 상무 피닉스나 경찰청에 입단할 수 있는 나이를 넘겨 버린다.

게다가 치료 목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약물 이력이 있는 만큼 군경팀에 입단하는 것도 까다로울 수 있다. 이대은의 경우 프리미어 12에 참가하면서 국가대표 이력으로 유예기간을 면제받고 경찰청에 입단할 수 있었지만 최지만은 이력 문제로 국가대표 선발도 힘들다. 이 때문에 최지만은 향후 거취 결정에 있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이제 메이저리그 개막도 1주 앞으로 다가왔다. 류현진과 오승환은 올 시즌 성적에 따라 향후 진로가 달려 있으며, 추신수는 새로운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지만은 자신의 진로를 새롭게 결정해야 할 중요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 있는 야구 팬들이 이들의 소식으로 또다시 밤잠을 설치게 될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 만큼 선수들이 밤잠 설칠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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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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