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포스트>촬영현장의 스필버그 감독 ⓒ CGV아트하우스
자신이 제작 연출한 가상현실 블록버스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개봉을 앞두고
홍보활동 중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2일 ITV News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거인 넷플릭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스필버그는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곳의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가 아카데미 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제작비를 모으거나 극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 제작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SVOD(Streaming Video On-Demand)를 통해 돈을 얻으려 할 것이다. 어쩌면 일주일 상영이 수상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TV 포맷을 선택한 이상 넷플릭스의 영화들은 TV영화이다. 그러므로 그 영화 들은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에미상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발언은 이번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약진을 보여준 넷플릭스 영화들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우선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인 <머드바운드>는 2008년 발표된 힐러리 조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작품으로 디 리스 감독이 연출했다. <머드바운드>는 194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흑백 가족 간의 갈등과 공존을 그린 영화로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받았었다. 하지만 최종 후보작 리스트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여우조연상(메리 J, 블라이즈)을 비롯해 각색상 (버질 윌리엄스 외 1명) 주제가상 (Mighty River) 촬영상 (레이첼 모리슨)까지 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특히 촬영상 후보로 오른 레이첼 모리슨의 경우 아카데미 사상 최초의 여성 촬영 감독 후보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스트롱 아일랜드>와 <이카루스>가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카루스>는 장편 다큐멘터리상까지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넷플릭스 영화의 영화제·영화시상식 진출에 대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영화는 넷플릭스가 투자 배급한 영화 중엔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되었지만, 현지에서 극장 상영작품이 아니기에 후보자격이 없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당시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줄 순 없다"며 대놓고 넷플릭스 영화들을 저격하는 발언을 했었다. 한동안 TV영화의 세계 유수 영화제 및 시상식 진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