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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최고의 벚꽃 명소인 경화역. 하지만 오전 10시만 넘어도 사람들로 혼잡하다. 그러니 아침 일찍 가야 한다.
▲ 진해 경화역 벚꽃길 진해 최고의 벚꽃 명소인 경화역. 하지만 오전 10시만 넘어도 사람들로 혼잡하다. 그러니 아침 일찍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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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만한 대도시나 중소 도시는 물론 유명 사찰, 놀이공원 등 어디에나 벚꽃은 우리 곁에 있다. 하천을 따라, 호수를 따라, 강변을 따라, 거리를 따라 지자체들이 워낙 많이들 심어서 벚꽃 없는 곳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의 국화를 왜 우리 땅에 이렇게 심어서 '왜놈'들 문화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벚꽃놀이 문화를 주체성 없이 즐기느냐 하며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 목소리가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휙 날아갈 정도로 이미 벚꽃은 우리의 봄꽃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다. 

꽃을 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눈은 크게 틀리지 않다. 봄꽃이 여럿 있지만, 여러 그루의 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예쁘고 화사하게 피기로는 벚꽃이 으뜸이긴 하다. 일단 눈을 즐겁게 하고, 마침 이때쯤 진정한 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동백이나 매화가 필 때 꽃샘추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경우는 있어도, 벚꽃이 필 때 눈 내리는 일은 없다. 만약 벚꽃이 필 때 눈 내리면 심각한 기상 이변이다. 따라서 벚꽃은 완연한 봄이 왔음을 의미이다.

3월 말부터 약 2주간 벚꽃의 물결이 전국 각지에 들불처럼 번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벚꽃 명소들에 발길을 돌린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자기 동네 벚꽃은 뒤로 하고, 굳이 복잡하고 사람 많은 명소들로 몰린다.

그 중 해마다 가장 사람 많은 벚꽃 명소 빅 4는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진해 벚꽃, 경주 벚꽃, 화개-쌍계사 벚꽃길이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엄청나게 사람 구경 할 수 있는 곳들이다. 그렇게 사람 많아서 걷기도 힘들 정도라는 이곳들은 혼잡하다 뭐라 해도 해마다 북새통이다. 그래도 좋다고 가니 학습 효과가 전혀 없다.

여좌천 아래로 내려가면 여좌천을 따라 계속 걸어갈 수 있다. 다양한 조형물과 꽃들이 이어진다.
▲ 여좌천 길 여좌천 아래로 내려가면 여좌천을 따라 계속 걸어갈 수 있다. 다양한 조형물과 꽃들이 이어진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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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입소문'이 '넷소문'이 되는 세상에서는 '벚꽃 명소 여기가 좋다' 하면 SNS를 타고 방방곡곡으로 퍼져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골고루 다들 몰려간다. 그러나 역시 구관이 명관, 그렇게 벚꽃 명소가 많아졌어도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가는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르게 말하면 경쟁력이 있는 셈.

일부러 기차 타고 버스 타고 4~5시간 걸리고 교통 체증이 일어나도 기어이 가고야 마는 한국인의 의지가 필요한 곳, 그래서 죽기 전에 한번 정도는 가보면 좋을 곳, 수많은 명소들 중 제주도를 제외하고 육지에서 가장 먼저 벚꽃이 만개하는 곳, 경상남도 창원의 벚꽃 명소를 소개한다. 다른 말로 진해 벚꽃. 워낙 유명하니 여기서는 언제 어디로 가야 좋을지를 중심으로 안내한다.

만개한 벚꽃이 여좌천 양쪽으로 벚꽃 터널을 이룬다.
▲ 진해 여좌천 벚꽃길 만개한 벚꽃이 여좌천 양쪽으로 벚꽃 터널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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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할 진해 벚꽃 (군항제: 4월 1일~4월 10일)

정확한 행정구역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과거 마산시, 진해시, 창원시가 통합되어 통합 창원시이며, 인구는 105만을 헤아린다. 조만간 광역시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과거 진해시의 벚꽃을 창원 벚꽃이라 하지 않는다. 진해시 시절부터의 관습 탓에 여전히 진해 벚꽃이다. 창원 벚꽃이라 하면 사람들에게 생소하기에 창원시 측에서도 굳이 창원 벚꽃이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이미 진해 벚꽃은 국제적인 명소이다. 3월 말부터 4월 초에 걸쳐 진해에 가면 전 세계 다양한 인종과 민족, 국민들을 한 도시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렇게 글로벌한 축제 풍경은 여름의 보령 머드축제, 겨울의 화천 산천어축제 등 몇몇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그만큼 아무 정보 없이 그냥 가면 말 그대로 '사람에 치인다.' 그 혼잡함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괴로울 정도이다. 시내 전체는 교통 정체에 시달리고, 거리에는 벚꽃나무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래서 차를 갖고 들어가면 안 된다. 주차할 데도 없다. 차가 애물단지가 된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창원시 차원에서 교통을 통제한다. 더구나 축제 기간 중에는 마산과 창원 시내에서 진해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많이 운영하기 때문에 차는 버리고 가는 게 좋다. 

본래 축제의 명칭은 진해 군항제다. 하지만 군항제를 목표로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의 해군 기지,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해군의 해군 기지가 들어선 고장이라 시내는 계획도시의 흔적이 여전하며, 일제 때부터 남아 있는 건물들도 제법 있다.

이미 진해 벚꽃길은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국제적인 명소가 됐다.
▲ 경화역 벚꽃길 이미 진해 벚꽃길은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국제적인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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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벚꽃을 보러 가면 일단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두 곳 있다. 경화역과 여좌천 일대이다. 충고하건대 가능하면 아침에 일찍 진해 시내에 들어가야 하며, 그 중 가장 먼저 가야할 곳이 경화역이다. 이미 2006년에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은 다했지만, 대신 기찻길 옆으로 만발한 벚꽃길이 기찻길과 어울려 낭만의 길로 소문나서 지금은 진해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오전 10시만 지나도 경화역 기찻길에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다. 흔히 강이나 저수지에 물고기가 많을 때 '물 반 고기 반' 이라 하는데, 이 말에 빗대면 '벚꽃 반, 사람 반' 이다.

특히, 기찻길에 세워 놓은 기차 한 량은 사진 촬영 명소로 소문나 사진 찍으려면 두 팔로 만세를 불러야 한다. 아니면 셀카봉으로 찍어도 꽃보다 사람이 많이 찍힌다. 그러니 제일 먼저 경화역에 가라.

여좌천 길도 사람이 만만치 않지만 길이가 길어서 사람들이 좀 분산된다. 그래서 두 번째로 갈 것. 시내 벚꽃 명소들을 도는 셔틀버스만 타면 알아서 내려 준다. 정신이 없어 어딘지 모르겠다면 그냥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내리는 데서 내리면 된다. 거기가 경화역 아니면 여좌천이다.

드라마 촬영 이후 로망스다리라고 이름 붙은 다리는 여좌천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이다.
▲ 여좌천 로망스다리 인근 드라마 촬영 이후 로망스다리라고 이름 붙은 다리는 여좌천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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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좌천은 진해 바다로 흘러나가는 실개천이다. 봄에는 물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여좌천 양 옆의 벚나무가 여좌천으로 가지를 내려 벚꽃 터널을 이룬다. 이 여좌천을 양옆에서 따라가는 길은 진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낭만의 산책길로 통한다. 곳곳에 천을 건너는 나무 다리들이 있는데, 중간쯤에 있는 로망스다리가 가장 유명하다. 2002년 MBC 드라마 <로망스> 촬영지라 로망스다리의 이름을 얻었다.

윗길에서 여좌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곳곳에 있는데, 여기에는 졸졸 흐르는 하천을 따라 유채꽃을 심어 놓았다. 벚꽃보다 유채가 조금 늦게 피기 때문에 유채의 화사한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하얀색의 벚꽃과 노란색의 유채는 색채상으로 잘 어울린다. 다정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다음에 가야 할 명소는 제황산공원. 제황산공원은 시내 중심가 중원로터리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산 위에 있다. 걸어 올라가거나 모노레일을 타야 하는데, 모노레일은 12시만 지나도 줄을 길게 서야 한다. 굳이 걸어 올라갈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패스할 것. 다만 자연스러운 공원의 벚꽃 풍경과 산에서 내려다보는 진해 시가지와 바다 풍경은 포기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출입이 금지되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오픈된다. 하지만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하고 사진 촬영도 일부 제한된다.
▲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벚꽃길 평상시에는 출입이 금지되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오픈된다. 하지만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하고 사진 촬영도 일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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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평상시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관광객들에게 개방한다. 평상시에 못 가는 곳이니 이럴 때 한번 가는 건 어떨까. 사령부 바깥에서 안으로 셔틀버스가 운행하지만, 거리가 1.5km 정도라서 걸어서 오갈 수 있으므로 굳이 셔틀버스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아니면 들어갈 때는 걸어갔다가 나올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청소와 관리가 워낙 잘 되어 있어 거리는 깨끗하고 벚꽃길도 제법 운치가 있다. 무엇보다 혼잡함이 덜하다. 다만 정해진 길만 가야하고 조금만 길을 벗어나도 안 된다. 건물 사진을 찍으면 잡혀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해군 헌병들이 곳곳에서 감시의 눈을 번뜩인다. 만약 이게 싫다면 패스.

진해에서 창원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아래로 터널이 뚫려 한적해졌다. 야경 명소이자 전망 좋은 길이다.
▲ 안민고개 벚꽃길 진해에서 창원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아래로 터널이 뚫려 한적해졌다. 야경 명소이자 전망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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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안민고개 벚꽃길. 진해 시내에서 창원 시내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지금은 고개 아래로 안민터널이 뚫려 이 고갯길을 오가는 차들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비교적 한적하다.

안민고개는 셔틀버스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고갯길과 나란히 가는 벚꽃의 행렬이 예쁘고, 무엇보다 이곳의 야경이 좋다. 시내의 번잡함이 별로 없어 더욱 괜찮다. 그리고 고갯길에서 내려다보는 시내와 바다 풍경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있다면 택시를 타더라도 가볼 만한 곳이다.

이외에도 좀 더 있으나, 이제 나머지는 동네 벚꽃길 수준이니 굳이 시간 내서 갈 건 없다.

전체적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경화역→여좌천 일대→제황산공원→해군 진해기지사령부→안민고개. 필자가 추천하는 표준 코스다.

당일 사정과 시간 여유에 따라 한두 곳 쯤은 생략해도 좋다. 또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대신 해군사관학교에 가도 된다. 이건 선택.

그리고 좀 알려진 진해 맛집 찾아가려면 식사 시간을 피해라. 한 없이 줄서야 한다. 오전 11시쯤 가거나 오후 2시 이후에 갈 것. 가능하면 오전 11시경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맛집 주방과 직원들이 쌩쌩할 때 가는 것이 좋다. 이들도 지친다.

여좌천 아래에 천을 따라 다양한 꽃들을 심어 놓았는데, 유채꽃만 빼면 모두 조화이다.
▲ 여좌천길 여좌천 아래에 천을 따라 다양한 꽃들을 심어 놓았는데, 유채꽃만 빼면 모두 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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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기어이 차를 끌고 진해 시내에 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이 있다면, -아마 한 번도 진해군항제 기간에 진해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일 거다- 오전 9시 전에 들어가라. 그래야 주차할 공간도 있다.

그 이후에 가면 많은 시간을 차 속에서 보내야 할 거다. 글쎄, 옆자리에 뭐를 해도 즐겁고 그냥 쳐다만 봐도 좋은 연인이 있다면 모르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다면 온갖 불평과 투덜거림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진해 시내에서 인근 마산과 창원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 이외에 진해 시내에서 명소들만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따로 있다. 북원로터리 - 진해역 - 여좌천 - 경화역 등을 계속 돈다. 무료로 운행하니 이 셔틀버스를 적극 활용할 것.

진해 시내에 있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오래된 우체국. 지금은 전시관 기능을 한다. 사적 제 291호.
▲ 진해우체국 진해 시내에 있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오래된 우체국. 지금은 전시관 기능을 한다. 사적 제 2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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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해 군항제, #경화역, #여좌천 로망스다리,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안민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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