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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 설명을 위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민주당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 설명을 위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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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청와대의 대국민 개헌안 보고가 끝난 직후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았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보고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한다는 이유였다. 개헌안 공개를 마치고 26일 발의까지 예고한 시점에서 개헌의 공을 청와대에서 국회로 확실히 넘기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행보다.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은 한 수석의 예방을 거부했다.

한 수석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직접 만나 청와대발 개헌안 발의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한 수석은 "국회에서도 2016년 12월에 특위가 구성된 후 지금까지 1년 3개월 동안 논의를 했지만 아직까지 단일안이 나오지 않았다"라면서 "국회에서 개헌안을 완성하기 위해 시급히 논의하고 협력해주셨으면 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한 수석은 또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부터 국민께 약속 드린 사항"이라며 오는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청와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국회의 총리추천·선출에 대해서는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거나 임명하는 총리추천·선출제는 대통령 중심제와 맞지 않아 개헌안으로 받을 수 없었다"라고 일축했다.

한 수석은 현재 한국당이 국회 의석수 116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을 설득시킬 수 있겠나'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개헌안 발의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설득하기 위해 정성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만 답했다.

[민주당] 화기애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헌안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민주당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헌안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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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수석의 이날 국회 방문은 오후 1시부터 숨가쁘게 이어졌다. 오후 4시 30분께 국회를 떠날 때까지 3시간 30분 동안 한 수석은 개헌안 설명 자료가 담긴 하얀 봉투를 들고 여야를 오갔다.

첫 번째 방문지는 안방인 여당이었다. 추미애 대표가 "국민 기본권 강화·직접 민주제 도입·선거제도 개혁·지방분권 강화 등 시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한 개헌안이 만들어졌다"라며 한 수석을 반겼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추 대표는 한 수석에게 "눈보라가 쳐도 때를 만나면 기어코 활짝 피는 벚꽃처럼 대한민국이 개헌을 통해 시대과제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덕담했다.

추 대표는 이날 한 수석의 예방을 거부한 한국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상당히 유감스럽다"라며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개헌 발의권을 부정하는 것은 위헌적 태도다, 부디 국민의 목소리가 담긴 대통령 개헌안을 정쟁거리로 삼지 말라"고 촉구했다.

"여당이 개헌안 준비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화답한 한 수석은 10분여 간의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곧장 정의당 당 대표실로 향했다.

[정의당] 신경전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2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운데) 등 당직자와 악수하고 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2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운데) 등 당직자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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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 "여기까지 오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말씀하세요. 하하. 저만 말을 많이 한다고들 하셔서..."
한병도 : "그럴까요 그럼? 하하하."

처음엔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정의당에선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정의당은 최근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반대하며 개헌 투표 일정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늦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개헌안에서 '근로'란 용어를 '노동'으로 바꾼 것이나 18세 선거권 도입, 토지 공개념을 천명한 것, 선거 비례원칙을 명시한 것 모두 시대적 요구를 잘 담았다"라고 평가하면서도 "개헌 논의가 단순히 '개헌안'에 머무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렇게 좋은 개헌이 자칫 잘못하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라면서 "'개헌안'이 아니라 '개헌'이 돼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를 날려버려선 안 된다"라며 "훌륭한 개헌을 위해 훌륭한 타협의 정치가 필요하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 수석은 이에 "여러 차례 국회에 논의를 요청했음에도 아직 국회 단일안이 나오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라며 "아직 늦지 않았다, 대통령의 26일 개헌안 발의가 다시 한번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응수했다.

앞서 민주당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대표와 한 수석 사이에 10여 분 정도의 비공개 회담이 이어졌다.

[국회의장] 비밀

다음 행선지는 국회의장실. 한 수석은 평소 '20대 국회 내 개헌'을 수차례 강조해온 정세균 국회의장과 35분 동안 비공개 만남을 이어갔다. 이날 회동 중 가장 긴 시간 동안 비공개 회의가 진행된 것.

한 수석은 '국회의장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개헌안을 마련해온 과정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라고만 대답했다. '6월 개헌 투표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던 정세균 의장과 개헌 시기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오늘은 개헌안을 보고 드린 날이었다"라고만 언급했다.

한 수석과 함께한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을 빠른 시간 내에 도출할 수 있었던 건 그간 정세균 의장 주도로 국회에서 이뤄져 온 개헌 논의가 바탕이 됐다는 말씀을 드렸고, 대통령도 국회의 합의안이 마련된다면 그것을 존중할 뜻이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라고 귀띔했다.

[바른미래당] 훈계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2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대통령 개헌안을 전달하고 설명하기 위해 바른미래당을 찾아 박주선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2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대통령 개헌안을 전달하고 설명하기 위해 바른미래당을 찾아 박주선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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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석 일행이 하얀 봉투를 들고 찾아간 마지막 장소는 바른미래당 당 대표실이었다.

박주선 : "여기 뭐하러 오셨나. 하하."
한병도 : "앉으나 서나 대표님이 뵙고 싶어서 왔죠."
박주선 : "한국당에 퇴짜 맞아서 왔나? 하하."

뼈 있는 농담이었지만 웃음기는 여기까지였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한 수석을 향해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국회의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개헌안이 통과됨에도 청와대가 사전 협조도 구하지 않은 채 국회에 개헌안을 던진 것은 국력 낭비이자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일"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와 오만이 만들어낸 행태"라고 꼬집었다.

박 공동대표는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가 정부·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고도 주장했다. 그가 본 청와대발 개헌안 발의의 정치적 이유는 이렇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모든 책임은 야당이 지게 된다. 그러면 개헌을 바라는 국민들이 야당을 비난하게 되고, 지선에서도 야당에 대한 거부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국민투표는 따로 선거 운동이 가능해지니 개헌 투표를 위한 선거운동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병존해 대한민국을 선거운동의 쓰나미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결국 국회에서 개헌안이 부결돼도 여당이 유리하고, 가결돼도 여당이 유리한 결과 나온다. 이 점을 정부가 각별히 유념해줘야 한다."

이와 같은 박 공동대표의 '훈계'에 한 수석은 "국회에서 개헌에 대한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아 청와대가 발의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앞서 정의당에서 했던 취지의 말을 되풀이했다. 한 수석은 박 공동대표와도 10여 분 정도의 비공개 회담을 마친 뒤 국회를 빠져나갔다. 한 수석은 기자들에게 "개헌과 관련해 여야의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4월에도 국회에 계속 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 수석 예방을 거부한 한국당은 이날 오후 개헌 의총을 열고 "6.13 관권 선거 시도를 당장 멈추라"면서 단체 피켓 시위까지 불사했다. 민주평화당도 "개헌은 '문재인 개헌'이 아니라 위대한 국민의 '촛불 개헌'이 돼야 한다"라며 "청와대는 개헌안 발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태그:#개헌, #국회, #한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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