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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한 시민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에서 발언하고 있다
▲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한 시민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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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도 받기 전인 어린 나이에 집 앞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문장은 바로 이어지지 못 했다. 2초간의 한숨과 '하..'라는 짧은 탄식을 뱉고 나서야 A(23)씨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집에 가서 일기를 썼다. 제가 겪은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기장에 한 글자, 한 글자 썼다. 어머니가 일기장을 펼쳐 보셨고 제 옆에 오셔서 '일기장 지워라. 이 일을 잊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라고 하셨다."

A씨는 "제 손으로 그 글자를 지웠지만 머릿속에서는 지울 수 없었다"라며 "우리는 타인에 의해 기억을 지우고 살아야 했지만 더 이상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자 '#MeToo, #WithYou'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힘내라,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사전에 발언을 신청한 이들이 청계광장에 설치된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말하는 기획이다. 사전 신청을 못 한 이들도 광장에 마련된 접수대에서 발언을 신청할 수 있다.

이어말하기는 이날 오전 9시 22분 34명의 참가자가 미투운동을 상징하는 검은천을 옆 사람의 천과 서로 묶는 퍼포먼스로 막을 열었다.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최진협 활동가는 "34명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상에 던지고 싶었지만 못했던 이야기들이 광장을 채워나갈 것이다"라며 "34명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맺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확히 2018분이 되는 23일 오후 7시 변화를 여는 힘, 지지하는 용기가 이 광장을 메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잊을 수 없다, 참고 살 수 없다... 그래서 고발한다

나이, 직업, 인종 등이 달랐지만 여성들은 마이크 앞에 섰다. 고발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이는 꽃마리(익명)씨였다. 그는 6살, 20살 때 겪은 일들을 꺼내 들었다. 10년, 20년 전 일이지만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쭉 공격 대상이 됐다. 모르는 아저씨가 삼촌 친구라며 다가왔고 아무것도 모르는 6살짜리 어린 여자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다. 어린 여자 아이에게 손을 댄 사람은 또 있었다. 20대 삼촌, 고등학생 사촌들, 아버지의 직장 동료 등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잊지 못 할 것이다."

그는 "우리(피해자)가 잘못됐다고 느끼게 하는 사회가 잘못이다"라며 "성폭력 일으킨 사람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해라"라고 외쳤다. 이어 그는 "그들은 용서를 바라서도 안 된다. 죽어도 용서할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주여성들도 나섰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온 레티마이투, 초은레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이주여성들이 가족, 회사 사장 등에게 성폭력을 겪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주여성들은 피해를 입어도 참고 살 수밖에 없다. 가해자가 회사 사장이거나 동료인 경우, 이주여성노동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증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법도 잘 모르는 상태여서 피해 증거를 모으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 불가능한 일이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증명해내지 못해 가해자에게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당하기도 하고 가해자가 있는 사업장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에 놓인다."

초은레이씨는 "이주여성들은 인간답게 살기를 원합니다.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 저희에게 용기와 지지를 보내주세요"라고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현장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현장
▲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현장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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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발언도 나왔다. 이날 발언에 나선 안지영(23)씨는 "앞서 발언을 한 사람들에게서 용기를 얻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발언할 수 있었다"라며 "미투를 응원하고자, '위드유'를 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씨는 기자들에게 "운이 좋았을 뿐, 생존을 걱정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밤을 무서워하는 잠재적 피해자다"라면서 "미투를 하시고 발언에 나선 분들에게 감사인사와 함께 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날 발언을 위해 2~3시간 동안 원고를 다듬었다는 윤한나(28)씨는 "최근에 '미투운동이 정말로 싫다, 요즘 애들 앞에선 무슨 농담을 못하겠다'라고 말하는 남자분들을 사석에서 만났다. 문화예술계에 있는 사람이었다"라며 "그분들은 자기 말 한 마디에, 자기 이름 앞에 '#'자가 붙을 것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 미투운동은 가해자이거나 혹은 잠재적 가해자, 방관자였던 남성들을 일깨울 기회다. 밥 먹듯이 여성혐오를 하면서도 본인들이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라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거울을 들이밀 수 있는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약하고 실수가 많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계속 연대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현장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현장
▲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현장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분 동안 이어말하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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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오지 못한 이들은 글로서 연대의 뜻을 전했다. 청계광장 한 편에 마련된 나무 게시판에는 시민들이 시민행동에 보낸 글과 대자보가 붙었다. '우리는 살아있고 계속 말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란다' 등의 짧은 문장부터 '초등학교 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에게 재미있는 것을 알려준다며 사촌이라는 사람이 저에게 성추행을 하던 게 엊그제 같이 생각납니다'라는 '미투' 등이 있었다.

한편 이어말하기는 다음날인 23일 오후 7시까지 2018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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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