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7살 김정민, 국회 앞에서 삭발하다
ⓒ 김혜주

관련영상보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 눈물의 삭발식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어깨춤까지 내려오던 머리카락이 바리깡의 소음과 함께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선거권은 인권이다' 붉은 글씨가 적힌 대자보 천이 가운을 대신했다. 흰 천에 검은 머리칼이 후드득 떨어졌다.

4월 국회에서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알리기 위해 삭발까지 결심한 터였다. 머리를 다 미는 동안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김윤송(16)양은 함께 삭발을 하는 친구들의 삭발이 끝나길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삭발을 지켜보는 이들이 눈물 흘려도 내내 담담하던 김윤송양은 갑자기 툭 눈물을 쏟아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삭발해도 처음에만 반짝 하고 잊혀질 거라는 얘기가 내부에서도 있었어요. 그런데 반짝이라도 우리의 절박함이 조금이라도 알려지겠구나. 여기 오신 분들이 5000만 국민 가운데 몇 안 되는 분들이지만, 그래도 이분들은 기억하겠구나, 단 한 사람이라도... 그래서 눈물이 났어요."

울컥하는 마음에 입가가 떨리면서도 김윤송양은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저는 참정권 문제가 즐겁게 외치자! 이런 걸로 치부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나는 이렇게 절박한데... 제가 그동안 당해온 수많은 폭력과 참정권 문제는 절대 무관하지 않거든요."

"참정권이 만든 권력차, 수많은 폭력 낳아... 너무나 절박한 문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 눈물의 삭발식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22일, 국회 앞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긴급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전 공개발언을 할 때에도 김양은 '일상적 폭력'을 얘기했다.

"고작 참정권 문제로 삭발까지 하냐고 하실 텐데, 참정권은 투표소 가서 도장 찍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청소년에게는 참정권이 없고 비청소년에게만 있다는 건 둘을 분리시키고 권력 차이를 더 커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차이가 수많은 폭력을 낳고 있습니다. 단지 '어린 것이 말 대꾸한다'는 이유로 머리채를 휘어 잡히고 뺨을 맞은 적이 너무나 많습니다. 일상적인 것부터 의견을 말하려 한다는 이유로 입막음 당했습니다. 이는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참정권 박탈 문제는 그래서 너무나 절박합니다. 더 이상 우리 존재를 못 본 척 하지 말아주십시오."

함께 삭발한 권리모(16)양의 얘기도 다르지 않다. 그는 "교사들에게 폭력을 당해왔다, 폭력적인 말들과 일방적 행동, 압도적 권력은 저를 무력하게 만들었다"면서 "청소년에게 해도 되는 걸로 치부되는 폭력은 이제 청소년에 의해 거부될 것입니다, 주체적인 존재로 참정권을 외치기 위해 내가 서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청소년 투쟁에 함께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김정민(17)양도 "삭발 농성도 선동 당하고 조정당한 결과로 매도할 거라 예상됩니다. 제 눈을 똑바로 보십시오, 저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독립된 인격체입니다"라며 "미성숙해서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보장하면 안 된다는 어른에게 우리의 인권을 박탈할 권리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악랄한 폭력이 미성숙이라는 낙인"이라고 강조했다.

삭발을 한 세 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 4월 통과 6월 선거, 참정권은 인권이다, 4월 국회는 응답하라"고 외쳤다.

"선거 유불리 때문에 18세 선거권 반대하는 한국당, 대한민국을 떠나라"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날 회견에는 각당 원내대표들도 참석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소년이 머리를 깎겠다고 나서는데 국회가 4월에 (선거연령 하향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부끄러워서 얼굴 들 수 없는 상황이 된다"라며 "1700만 촛불이 탄핵을 이뤄낸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만든 대한민국, 그 맨 앞에 청소년이 있었는데 18세에게 투표권도 안 주는 게 말이 되냐"라고 소리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학제 개편을 하면 18세 투표권 줄게'라고 하지만, 투표권 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학제 개편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4월 국회에 선거연령 하향을 통과시키는데 10초면 된다, 자유한국당의 결단만 남았다"라고 촉구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4월까지 갈 필요가 뭐 있나 3월 국회가 열려있다"라며 "선거권 18세 인하는 선거 유불리의 문제도 아니고 청소년 기본권의 문제다, 6월 지방선거가 청소년이 참여하는 첫 번째 선거가 되도록 모두 함께 노력하자"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공무원 시험 볼 수 있는 나이가 만 18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될 수 있는데 투표는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라며 "자유한국당은 선거에 불리해서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나, 그럼 대한민국을 떠나라, 국회를 떠나지 왜 남아서 투표권을 안 주려고 하냐"라고 규탄했다.

이 같은 원내정당 대표들의 발언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자유한국당 탓 하는데 본인들 탓이다, 본인들 권력을 내려놔야 한다, 국회는 낡고 늙었다"라며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 뿐 아니라 정치인으로 길러내야 한다, 국회를 차지한 정당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엄포를 놨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선거연령 하향 촉구 삭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세 청소년이 삭발을 하는 동안, 청와대는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대통령 3차 개헌안'을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라며 "헌법으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어 청소년의 선거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이 그들의 삶과 직결된 교육·노동 등의 영역에서 자신의 의사를 공적으로 표현하고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안'에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을 명시하자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 원내대표 역시 입을 모아 '18세 선거 연령 하향'을 외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자유한국당 뿐이다.


태그:#선거연령하향, #만 18세
댓글6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