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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자 홍보물 같은 광고, 알고보니 방수업자 걸어
"조선소 퇴직자 대거 창업…먹고살려 어쩔 수 없이"
 
통영시 용남면 4차로 가에 선거 출마자 홍보물 같은 방수업체 대형 광고 현수막이 숫자 부분을 가린 채 걸려 있다.
 통영시 용남면 4차로 가에 선거 출마자 홍보물 같은 방수업체 대형 광고 현수막이 숫자 부분을 가린 채 걸려 있다.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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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경남 통영 한 방수업자가 자신의 얼굴과 숫자 '1', '지역 일꾼을 선택하세요'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대로변에 내걸자 시민들이 선거 홍보물로 착각하면서 황당해 하고 있다.

문제의 현수막은 지난 16일 통영 방수업체 대표 김모(61) 씨가 자신의 사업장 전면에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무표정한 중년 남성이 지나가는 차량을 내려보는 모습이다.

처음 걸린 현수막에는 붉은 숫자 '1', '약속', '지역일꾼을 선택하세요!', 'WATER', 붉은 글씨로 크게 '박사'라고 썼다. 특히 현수막이 노란 바탕이고 붉은색 숫자 1과 대형 얼굴 사진이어서 밤이고 낮이고 눈에 확 띄었다.

현수막은 통영IC에서 빠져나와 시내로 진입하거나 거제에서 통영으로 들어오는 용남면 14번 국도 가에 걸렸다. 이곳은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4차로여서 얼핏 보기에는 사람 얼굴과 숫자 1이 먼저 눈에 띈다. 이런 이유로 기호 1번을 홍보하는 듯하다는 게 이를 본 시민들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자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김 씨에게 현수막을 떼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씨가 버티자 선관위는 투표 기호로 보이는 숫자 '1'만 가려달라고 요구해 20일 현재 숫자가 적힌 부분은 둘둘 말려 접혀 있다.

선관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장서 확인하고 본인과 통화를 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확인하고 주말에 문제가 되어서 숫자 '1' 부분은 가리라고 했다. 숫자 1이 있으면 '1번 지역일꾼을 선택해 주세요'라고 읽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숫자 1이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1이 있으면 정당 기호가 '1번인 지역일꾼을 선택하세요'로 읽힐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1이 없으면 현수막에 적힌 대로 '약속. 지역일꾼을 선택하세요. 워터 박사'로 읽혀 방수업체 광고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수막을 단 방수업체 대표 김 씨는 '먹고살고자 어쩔 수 없이 달았다'고 하소연 중이다.

김 씨는 "순수하게 광고하려 했다. 그런데 선관위가 철거해달라고 몇 번 전화했다. (기호 2번을 달고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친구 출마자도) 너무한다고 내려 달라고 했다. 다른 데서도 자꾸 전화가 와서 숫자가 나온 부분만 임시로 접어놨다"고 말했다.

그는 "통영과 거제 고성 등지에서 18년간 방수업을 했다. 며칠 전 성동조선이 법정관리되고 통영 조선소가 계속 문을 닫으면서 노동자들이 대거 방수업을 시작했다. 진짜 어렵다. 이렇게 광고라도 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현수막과 같은 크기로 사무실 벽에 '방수 박사'라는 홍보물과 여러 내용을 적어 계속 걸어두고 있었다. 내가 좀 개그기가 많아서 튀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무당파이기 때문에 선관위가 빼라는 숫자 '1'은 지우고, 대신 채소인 무와 파를 그려 넣어 내가 무당파임을 보일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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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거,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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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경남도민일보가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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