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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4인 선거구 확대를 요구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 '아수라장' 서울시의회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4인 선거구 확대를 요구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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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시의회에서는 단상의 동료의원들을 물리력으로 끌어내고, 찬반 토론도 없이 안건을 통과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국회에서 보던 전형적인 날치기 풍경이었다.

날치기의 대상은 '구의원 선거구획정' 문제였다.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만든 4인선거구를 2인선거구로 쪼개고, 3인선거구도 줄이는 선거구획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벌어진 일이다. 최대한 2인선거구를 많이 만들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1석씩 나눠서 차지하기 좋게 만들려고 벌어진 행태였다.

서울시의회 현장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김동욱 시의원(도봉4)이었다. 그의 입에서는 "다 밀어버려"라는 막말도 나왔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합세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표결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김동욱 서울시의원은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단상에 있는 의원들을 밀어내자'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맞다, 격앙돼 있었다"라면서 "의사 진행은 의사 진행대로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19일 밤부터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4인선거구를 전부 2인선거구로 쪼개기로 합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이미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당초에 35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던 4인선거구를 7개로 줄여서 최종 의결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쪼개겠다고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연대하는 무리수를 둘까 싶었던 것이다.

상상 이상의 일이 벌어졌다... 거대정당의 '밥그릇 챙기기'

2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4인 선거구 확대를 요구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 4인 선거구 몸싸움 2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4인 선거구 확대를 요구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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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일 오전부터 벌어진 상황은 상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오전에 열린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보고받고 논의를 시작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정회했다. 그리고 회의가 속개되자마자 자기들끼리 만든 수정안을 곧바로 통과시켜버렸다. 수정안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모니터로 방청을 하고 있던 시민들은 도대체 무슨 내용의 수정안이냐고 황당해 했다.

나중에 확인된 것은, 4인선거구 7개를 모두 2인선거구 14개로 쪼개고, 3인선거구 6개도 2인선거구 9개로 쪼갰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서울시의 구의원 선거구는 2014년 지방선거당시보다 2인선거구가 더 늘어나고, 3인선거구는 줄어들며, 4인선거구는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서울 구의원 선거구 획정안과 시의회 수정안 비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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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후 3시부터 본회의가 열렸다. 바른미래당 의원들 8명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끌어내려는 시도를 몇 차례 반복해서 결국 모두 끌어내고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지켜보던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 중 몇몇 사람들은 앉아있기가 괴로운지 자리를 뜨는 경우도 있었다. 재적 99명인 서울시의회 의원 중에 표결에 참석한 사람은 55명에 불과했다. 그중 53명이 찬성이고, 1명이 반대, 1명이 기권이었다. 그렇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선거구 쪼개기'는 통과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2인선거구에서는 또다시 거대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기 힘든 사람들은 2인선거구에서 구의원 당선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의 구태정치... '정치 적폐' 비판 피할 수 없다

2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정의당, 노동당,녹색당 등 당원들이 4인 선거구 확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손피켓과 현수막을 펼쳐들자 이를 막는 의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이날 열린 임시회에서는 서울시 자치구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통과됐다.
▲ 서울시의회 방청석 아수라장 20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정의당, 노동당,녹색당 등 당원들이 4인 선거구 확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손피켓과 현수막을 펼쳐들자 이를 막는 의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이날 열린 임시회에서는 서울시 자치구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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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에서 날치기 통과가 이뤄진 다음에 서울시의회 본관 정문 앞에서 몇몇 사람들과 참담한 마음을 수습하고 있는데, 더욱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민주당 서울시당 당직자가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 이름을 확인해서 적고 있다는 것이다. 표결에 불참한 시의원들에게 공천불이익을 준다는 소문도 들린다. 양심 때문에 차마 날치기 표결에 참여할 수 없었던 시의원들에게 공천불이익을 준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뭐가 다른가?

"개헌 표결에 참여하면 제명시키겠다"라고 발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대해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날치기 표결에 불참했다고 공천을 주지 않는 것은 "파시스트적"이지 않은가?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날치기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서 이런 식의 구태정치를 한다면, 더불어민주당도 '정치적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불참 의원을 파악한 적 없었다"라면서 "시당에서 특정한 사안을 이유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우리 권한 밖의 일"이라고 부인했다.


태그:#선거구획정, #선거구쪼개기, #4인선거구, #2인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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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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