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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잠을 자다 깨는 수가 있습니다. 다시 잠들려 뒤척여도 쉬 잠들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정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침대 맡이나 거실 한쪽에 올려놓았다 물 한 모금 마시듯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좋겠습니다.

대하소설처럼 긴 글은 몇 며칠쯤은 읽어야 온전한 뜻을 새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숨에 읽을 수 있는 글들이라면 글 속에 담긴 뜻을 새길 수 있는 시간 또한 한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글 길이가 짧고, 읽기가 편하다고 그 내용까지 허술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읽은 글이 마음을 추스르게 하고, 각오를 다지게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거울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겁니다.

<티베트 지혜의 서>

<티베트 지혜의 서> / 엮은이 마티외 리카르 / 옮긴이 임희근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3월 10일 / 값 17,500원
 <티베트 지혜의 서> / 엮은이 마티외 리카르 / 옮긴이 임희근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3월 10일 / 값 17,5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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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지혜의 서>(엮은이 마티외 리카르, 옮긴이 임희근, 펴낸곳 담앤북스)는 프랑스 출신 세포유전학 박사인 저자가 40년 동안 티베트불교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신의 수행 길에 가장 도움이 된 글들을 가려 뽑아 엮은 <수행의 길>(Chemins Spirituels)을 한글로 옮긴 내용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글이라면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글이 갖는 가치는 충분합니다.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값진 구슬 같은 글을 두루 꿴 구슬 덩어리 같습니다.

마음에 갈증을 덜어줄 옹달샘 같은 글,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회초리 같은 길, 방황하는 마음에 갈 길을 안내해주는 등댓불 같은 글,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보게 하는 거울 같은 글들입니다.

살다보면 배만 자꾸 고파지고 허리만 자꾸 굽어드는 게 아닙니다. 바르게 살아보겠다는 각오를 다잡아보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에서 어림되는 것처럼 삶의 의지도 시들해지고, 생활의 각오도 굽어듭니다. 시들해진 의지는 삶의 자세를 흐트러뜨리고, 굽어든 각오는 어리석은 이기심에 기대려 합니다. 

"천둥소리는 귀가 멍멍해질 만큼 크지만, 실제로 귀에 와서 닿지는 않는다.무지개는 찬란한 빛을 발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이 세상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꿈과 같은 것. 감각의 쾌락이 즐겁다 하여도 결국은 환멸뿐인 것." - 밀라레빠(1040∼1123) - <티베트 지혜의 서> 91쪽


"지혜 중에 제일은 그 무엇이든 실제로 있다고 믿지 않는 것 스승 중에 제일은 숨겨진 잘못을 공격하는 사람 가르침 중에 제일은 은밀한 과오를 가차 없이 치는 사람 친구 중에 제일은 주의와 불방일(不放逸) 실제 수행에서 제일의 그물은 원수, 장애, 질병, 고통 방법 중에 제일은 마음을 변치 않게 하는 것." 아티샤(982∼1054) - <티베트 지혜의 서>, 177쪽


요트를 타고 즐기기에는 폭넓고 깊은 강이나 파도 일렁이는 광활한 바다가 좋지만 갈증을 달래기 위해 필요한 물은 깊은 산속 옹달샘물이 좋을 겁니다. 집을 지을 때 올릴 대들보는 아름드리 굵기의 커다란 나무가 좋지만 가려운 곳을 콕콕 긁어 줄 효자손 정도는 가늘고 탄력 있는 나무가 좋을 겁니다.

이 책, <티베트 지혜의 서>(엮은이 마티외 리카르, 옮긴이 임희근, 펴낸곳 담앤북스)에서 읽을 수 있는 글들은 한 모금으로 마실 수 있는 지혜, 가려운 곳을 콕콕 긁어 줄 수 있는 효자손 같은 지혜입니다.

한 꼭지 한 꼭지의 글로 새길 수 있는 조롱박 하나 정도의 지혜일 수도 있지만 책에서 두루 꿰고 있는 지혜를 다 새기고  난 후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물결 출렁대는 강물만큼이 될 수도 있고 파도 일렁이는 바닷물만큼이나 장엄한 행복을 가져다 줄 삶의 키워드를 찾게 될 수도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티베트 지혜의 서> / 엮은이 마티외 리카르 / 옮긴이 임희근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3월 10일 / 값 17,500원



티베트 지혜의 서 - 샨띠데바부터 달라이 라마까지, 행복으로 나아가는 통찰의 말씀

마티외 리카르 지음, 임희근 옮김, 담앤북스(2018)


태그:#티베트 지혜의 서, #임희근,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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