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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디에이지자이 개포 견본주택관 앞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디에이지자이 개포 견본주택관 앞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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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3월 22일 오후 2시 5분]

개포주공 8단지(디에이치자이 개포) 재건축 분양은 공공과 건설사들의 돈 잔치였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땅을 팔아 1조를 챙겼고, 이를 매입한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땅값 상승으로 1조 이상을 남기게 됐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도 가구당 수억  원대 차액이 예상되고 있다.

'돈 잔치' 판 마련한 공무원공단, 땅 팔아 1조 넘게 챙겨

먼저 판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깔았다. 공단은 지난 2015년 개포주공 8단지(7만 1946㎡) 부지를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지에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에 매각한다. 공단은 부지 매각을 통해 1조 1908억 원을 챙긴다.

지난 1984년 준공된 개포주공 8단지는 공무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아파트였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개포주공 8단지의 당시 취득가액은 176억 원에 불과했다. 공단은 토지 매각 차액으로만 1조 1000억 원을 가져갔다.

공단은 개포 8단지 매각의 목적이 '수익성'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공단이 지난 2015년 6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개포 8단지 매각을 통해 "1조 2000억 상당의 유동성 자금이 확보돼 금융자산운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개포 8단지의 매각 수익률(액면가 기준)이 6665.9%에 달한다. 수익률 성적으론 'A+' 이상이다. 그 대가로 공공의 소유였던 땅은 대형 건설사 소유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재벌 건설사들도 토지비 상승 등으로 조 단위 이득 예상

땅을 산 건설사들도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됐다. 경실련이 개포주공8단지(디에이치자이 개포) 입주자모집공고문을 분석한 결과, 분양가에 적용된 아파트 토지비는 모두 2조 3000여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이후 땅값 상승분 등이 반영되면서, 토지비가 상승한 것.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낸 부지 매입비(1조 1900여억 원)보다 1조 2000여억 원 이상 늘었다. 경실련은 토지 매입 대금에 대한 3년 치 이자(연 3%대)와 각종 제세공과금 등을 제외하더라도 건설사가 토지비로만 약 1조 원의 수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했다.

토지비뿐만 아니다. 개포주공8단지 총 시공비는 공사비보다 간접비가 더 많은 특이한 구조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강남구청에 낸 개포주공8단지(디에이치자이개포) 총사업비 산출 총괄표를 보면, 이 사업장의 시공비(공사비+간접비)는 8204억여 원이다. 이 가운데 간접비 항목 중 기타비용은 전체 시공비의 42%인 3452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기타비용은 취·등록세와 등기비용, 입주관리비, 사업비 이자 등 말 그대로 직접 시공비가 아닌 사업 목적으로 쓰이는 기타 부대비용을 뜻한다. 아파트를 짓는데, 공사나 설계가 아닌 기타비 비중이 전체 시공비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 기타비용을 포함한 간접비는 4185억 원, 공사비(4019억)보다 더 많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3.3㎡당 평균 분양가(4160만 원) 가운데 기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2.59%(524만 원)에 달한다는 게 경실련의 추정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개포8단지 재건축의 간접비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건축비를 높이기 위해 내역이 불명확한 간접비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토지비와 건축비 차액을 감안하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모두 9000여억 원의 순수 개발 이익을 챙기게 될 것이라는 게 경실련의 예측이다. 개포 주공 8단지 분양으로 공공(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재벌 건설사가 챙기는 돈은 모두 2조 2000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로또 아파트'로 주목, 분양자들도 막대한 시세 차익 예상

공공과 재벌의 막대한 이득이 분양가에 녹아들어 있지만, 개포주공 8단지는 '로또' 아파트라고 불린다.

개포주공8단지(디에이치 자이 개포) 84㎡형의 분양가는 12억~14억 원이다. 일반 서민들이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분양가는 개포 지역 시세와 비교하면 저렴한 축에 속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84㎡형은 16억~18억 원에 거래됐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는 이보다 4억 원 가량 저렴하다. 

"당첨만 되면 4억 원 시세 차액은 기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서울 강남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것을 가정하면 입주를 시작하는 2020년에는 4억 원 이상의 시세 차액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현금 부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관이 개관한 지난 16일, 견본주택관 앞 공터에는 방문객들의 대기 행렬이 1km가 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견본주택관을 찾은 김아무개(55, 여)씨는 "분양가가 비싸긴 하지만, 개포 주변 시세보다는 평당 1000만 원 이상 낮게 나왔다"면서 "투자 목적으로 청약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분양자들도 모두 5000억 원의 시세 차액을 챙길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기관과 재벌, 분양자 모두가 '돈'을 버는 그들의 잔치가 벌어진 셈이다. 김 팀장은 "공공이 소유하던 땅을 민간에 팔면서, 로또 투기판이 벌어진 매우 안 좋은 사례"라며 "정부가 공공토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해야 이런 폐해를 막을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태그:#개포주공8단지, #디에이치자이 개포, #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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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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