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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하일지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동덕여대 재학생 ㄱ씨의 입장문이 동덕여대 대나무숲에 올라왔다.
 지난 20일 오후 하일지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동덕여대 재학생 ㄱ씨의 입장문이 동덕여대 대나무숲에 올라왔다.
ⓒ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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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지(본명 임종주·62)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에게 성추행 및 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동덕여대 재학생 ㄱ씨가 두 번째 입장문을 내놨다.

ㄱ씨는 "기자들이 하 교수가 나눠 준 보도자료(사과 메일)만을 기사에 인용해 현재 많은 오해가 불거지고 있다"면서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한 학생이 ㄱ씨의 허락을 받아, 전문을 동덕여대 대나무숲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앞서 15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지난 2016년 2월께 하일지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그 충격으로 휴학을 했다고 폭로했다.  

하 교수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직 사퇴 의사를 밝힌 한편, 성추행 피해 학생이 과거에 보낸 메일을 증거자료로 배포하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날인 20일 오후 3시 40분께 피해자 ㄱ씨의 글이 '동덕여대 대나무숲'에 올라왔다. ㄱ씨는 해당 글에서 "교수님 발언 중에 제가 교수님을 사랑한다고 했다던데... 그건 사과 메일 본문에도 없고, 제 입 밖으로 나왔던 적도 없다"면서 "교수님, 당신이 성추행 가해자가 아니라고 내놓은 증거는 제가 비참한 마음으로 졸업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며 쓴 사과 메일이다"라고 밝혔다.  

ㄱ씨는 사과 메일을 보낸 경위에 대해 "저는 정상적으로 학교에 복학하고 졸업을 하기 위해 제 학과 교수인 그 분에게 사과 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면서 "따라서 저는 제가 이전에 했던 말을 모두 반박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보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적인 입맞춤 후에 단둘이 있는 차 안에서 '내가 만나왔던 여러 여자 중에 다른 방면에서는 잘 맞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았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 너와는 속궁합이 맞을 수도 있다'고 하신 말씀 역시 성희롱이다"라면서 "입맞춤 후 실수라며 사과를 했던 분이 어떻게 바로 이런 이야기를 꺼낼 생각을 하셨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또 하 교수가 자신이 보낸 메일을 휴대폰에 저장해 다니며 학내 사람들에게 수시로 보여줬다고도 밝혔다. 이로 인해 ㄱ씨는 구설수에 오르면서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ㄱ씨는 "아무에게나 불쑥 소문을 알고 있지?라며 제 사과 메일을 들이대는 것은 교수님 자신이 그 소문을 퍼트리는 행위였다"며 "저는 교수님의 이런 행위에 의해 여러 소문에 휩싸이며 2차 피해까지 입게 되었다"고 호소했다.

ㄱ씨는 하 교수의 추행과 행동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받았음을 밝혔다. 그는 "저는 교수님을 알게 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당신을 이성으로 바라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아니라면 그 사건 이후 2년 동안 부엌칼로 손목을 찌르고, 배를 찌르고,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행동을 하여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갇힐 정도로 무너졌던 제 삶은 뭡니까? 믿고 있던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해 충격받은 학생의 참혹한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적었다.

하 교수, 앞서 기자회견 열고 혐의 부인

앞서 19일 기자회견에서 하 교수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그 학생은 저와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 학생은 제가 프랑스에 있을 때 따라가면 안 되겠냐고 했다. 저는 안 된다고 했다"며 "결국 폭로자의 팩트가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그것이 고백자의 진실한 감정인가, 고백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하는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하 교수는 "내 소신을 지키고자 강단을 떠나 작가로 되돌아가겠다"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또 "학생들이 너무 어려서, 철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이라며 "피해자는 나다" "사과를 강요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같은 날 하 교수 외에도 '미투' 폭로로 성폭력 의혹을 받은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와 김태훈 세종대 교수가 소속 대학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학교는 진상조사를 위해 사직서 처리를 보류한 상태다. 동덕여대는 하 교수의 사직서에 대해 처리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 측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고 파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현재까지 미투 관련 폭로가 나온 대학은 명지전문대·서울예대·서울시립대·연세대·서울대·제주대·가천대·세종대·한국외대·동덕여대·원광대·이화여대 등이다.

한편 지난 14일 하 교수는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 중 미투 운동 폄하 발언을 한 것이 밝혀져 총학생회 및 재학생에게 사과 요구를 받았다. 그는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대해 "점순이가 남주인공을 강간한 것이다. 남자애가 미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김지은씨에 대해선 "처녀가 아닌 이혼녀라 진정성이 의심된다. 이혼녀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즐겼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런 소리 했다가는 벼락 맞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태그:#미투, #성폭력,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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