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프로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특히 단체스포츠에서 서로 다른 개성과 색깔을 지닌 구성원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한데 뭉쳐 숱한 난관을 이겨내고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 장면은 희열과 감동을 선사한다.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2018 시즌에도 우승을 향한 10개 구단의 무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KBO 역대 최다 우승팀은 11회의 기아 타이거즈다. 전신인 해태 시절에 9회, 기아로 팀명이 바뀐 이후로는 2회 우승했고 2017 시즌에는 8년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그 뒤를 8회 우승의 삼성 라이온즈(한국시리즈 우승 7회, 1985년은 전후기리그 통합우승으로 한국시리즈 무산)가 쫓고 있다.

반면 올해로 출범 37년째를 맞게되는 프로야구에서 의외로 한번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진 구단들도 수두룩하다. 삼미 슈퍼스타즈(1982-84), 청보 핀토스(1985-87), 태평양 돌핀스(1988-95), 쌍방울 레이더스(1991-99) 등은 우승보다는 한국야구사의 '꼴찌 계보'를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팀들이다.

현재 10개 구단 중 창단 이후 아직까지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은 넥센 히어로즈(11년), NC 다이노스(5년), KT 위즈(3년)로 비교적 최근에 탄생한 신생구단들이다.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 시리즈를 4회나 우승한 왕조였지만, 히어로즈는 현대 구단을 정식으로 인수한 것이 아니라 해체 후 재창단이라는 형식을 취해 현대 시절의 우승 기록은 반영하지 않았다.

KBO 최장 '무' 우승 기록, 25년

손아섭 시범경기 첫 홈런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롯데 손아섭이 1회말 홈런을 때리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8.3.13

▲ 손아섭 시범경기 첫 홈런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롯데 손아섭이 1회말 홈런을 때리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가장 오랜 시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팀'은 단연 롯데 자이언츠다.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구단명과 연고지가 한번도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으로 꼽힐 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롯데지만, 성적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롯데는 199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지난해까지 무려 25년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KBO 최장수 기록이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으로 모두 20세기의 흘러간 추억이다. 한마디로 1993년생 닭띠 이후의 세대에게 롯데의 우승이란 동화 속의 꿈인 셈이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함께해온 삼성, 기아, 두산(전신 OB) 등의 우승 횟수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는 성적이다.

페넌트레이스로 눈을 돌리면 더욱 초라하다. 롯데는 1989년부터 바뀐 단일리그 체제에서는 페넌트레이스 우승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 전후기리그제까지 포함해도 1984년 후기리그 우승 한 번이 전부다. 롯데는 지난 시즌 5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지만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하고도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NC에 업셋을 당하며 한국시리즈에는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지난 2011년 당시 롯데 대표이사를 역임하던 장병수씨는 "2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구단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주옥같은 어록을 남긴 적이 있다. 하지만 롯데는 20년은 고사하고 그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14년 이후로는 경남 라이벌로 부상한 NC와의 상대 전적과 가을야구 성적에서 모두 밀리고 있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중 하나로 꼽히는 롯데가 왜 정작 우승과는 오랜 시간 인연을 맺지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역시 구조적인 면에서 구단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최근만 해도 장원준-린드블럼(두산), 강민호(삼성)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롯데 다음으로 인고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또 다른 현재진행형 무관팀은 LG 트윈스다. 1994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지난 22년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2002년으로 16년 전이다. LG와 롯데는 나란히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팀 중 '홈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한번도 해보지 못한 유이한 팀'이라는 특이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107년 기록 세웠던 시카고 컵스도 있어

김현수, LG 유니폼 입고 시범경기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LG)가 6회초 첫 안타를 때리고 1루코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8.3.13

▲ 김현수, LG 유니폼 입고 시범경기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LG)가 6회초 첫 안타를 때리고 1루코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LG는 2013년부터 5시즌간 3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구단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정체되는 조짐을 보이며 딜레마에 빠졌다. FA시장에서 무려 115억의 거금을 들여 FA 김현수를 영입한 LG가 다음 시즌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한화 이글스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오랜 역사에 비하여 우승횟수도 적었지만 지난 18년간은 우승은 고사하고 가을야구에 나가는 것도 힘겨웠다. 현재 한화에 우승보다 더 절박한 목표도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LG 트윈스와 타이기록을 수립한 한화는 만일 올해도 가을야구에 탈락하게 되면 11년 연속이라는 역대 단일팀 최장기간 PS 탈락이라는 불명예 신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한국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무관의 기간도 스케일이 다르다. 롯데나 LG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30년 이상 우승을 차지하지못한 팀이 수두룩하다. '인디언 추장의 저주'로 유명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1949년 우승 이후 무려 68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하며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을 통틀어 최장기간 무관에 시달리고 있다.

추신수의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는 아예 1961년 창단 이후 57년간 정상에 오른 경험 자체가 아예 전무하며 이는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7개구단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친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1988년 이후 29년째 무관(11위)으로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평범한' 편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기록은 '염소의 저주'로 유명했던 시카고 컵스가 1909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07년 동안 무관에 그친 기록이었지만 2016년 우승으로 마침내 한을 푼 바 있다.

야구가 유독 어려운 이유는 한두 명 스타의 힘만으로는 우승까지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내로라 하는 슈퍼스타들도 의외로 우승반지 하나 얻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지만, 10년~20년 이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기약 없는 좌절을 거듭하는 것은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힘겨운 인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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