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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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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나아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여기 두 도시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미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도입한 시애틀. 이제 갓 7530원이 된 한국의 서울.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두 도시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여기 두 도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연세대 청소노동자 정연순씨 ⓒ 남소연
"그게 시급이야?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돈이냐."


"청소 노동자의 평균시급이 2009년 4000원에서 2017년 7780원으로 1.9배 상승했다"며 "용역비 지출이 학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연세대 부총장이 동문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언급되자, 연대 청소노동자 정연순씨는 강하게 쏘아붙였다.

청소·경비노동자는 대표적인 최저임금 직종이다.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월급이 올라가고 생활의 질이 달라진다. 반면 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으면, 오히려 이들의 생활은 어려워진다. 정씨는 "2009년과 지금을 왜 비교하냐"며 "우리가 많이 받는 것 같으면 교수들도 우리 돈으로 살아보라고 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연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8월,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250원 높은 7780원에 임금협상을 마쳤다. 기존의 시급 6950원에서 830원이 올라, 월 209시간 기준으로 162만원 6천원을 받을 수 있다. 정씨가 처음 연대에서 청소를 시작했던 2011년엔 최저임금이 4320원, 수당을 합쳐도 100만 원을 못 받았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과 노조의 투쟁을 통해 임금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만만치 않다. 연대 측은 올해 정년퇴직한 31명의 청소경비 노동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고, 그곳을 3시간짜리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대체하려고 한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강도가 세지고 일자리의 질이 악화된다며, 연세대 본관을 점거해 '구조조정 반대'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전 연대 대우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만난 정연순(70)씨와 송영호(64)씨는 각각 연대에서 7년, 8년째 일하고 있다. 둘 다 50대 이상의 여성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가 대학교 청소노동자가 됐다. 이들은 노조를 통해 대학 측과 싸우면서 만들어낸 현재의 임금과 노동 환경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하는 만큼의 정당한 값을 받는게 왜 이리 어렵냐"고 토로했다.

"일하는 만큼 정당한 값을 받는 게 왜 이리 어렵냐"

"IMF 때 남편 사업이 망했어요. 재산이 0원이 된 거죠. 다른 사업을 하다가 또 잘 안되니까 내가 남편 옆에 있을 이유가 없는 거예요. 나오니까 식당일과 청소밖에 할 게 없어요. 음식점에서 일을 하고, 짜장면 배달까지 했어요. 그런데 식당은 손님이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스트레스더라고요. 청소일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는데, 이왕이면 학교에 가서 하는게 좋겠다 싶어서 이곳에 오게 됐죠."
연세대 청소노동자 송영호씨 ⓒ 남소연
송씨는 2010년부터 연대 대우관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89만 원 받고도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겼으나, 그 돈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다행히 임금은 조금씩 올라갔지만 쓸 곳도 많아졌다. 자식들 결혼생활에 드는 돈을 비롯하여 '사람구실'을 하기 위해선 최저임금만으로는 벅차기만 했다. 집을 사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유일한 안전망은 혹시나 아플 것을 대비해 들어놓은 보험 뿐이다. 송씨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달렸다. 여행도 딱 한 번 가봤다. 회갑 때 부부동반 모임으로 제주도에 간 것이다. 비행기도 그 때 처음 탔다.

그런데 사실 송씨의 노동 여건은 청소 노동자 중에서도 좋은 편이다. 노조 없이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친척이 신촌의 XX마트 미화원을 해요. 그래도 우리는 160만 원 기본급을 받잖아요. 동서는 월급을 120만원을 받는다는 거예요. 거기도 용역회사가 연대에 있는 회사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임금이 그렇게 차이가 나더라고요. 똑같은 일 하는데 노조가 있고 없고가 40만 원 차이를 만드는 거예요. 속으로 그 용역회사가 안 웃겠냐고요. 작은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중에는 사람 대우 못 받고 사는 노동자들 너무 많아요."

사업주가 8시간 근무를 보장해주지 않는 '꼼수'를 부리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근무시간이 긴 경비노동자들도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줄일 수 있으므로 비슷한 상황에 노출돼있다.

송씨는 노동자에게는 노조가 꼭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계획'이 꼭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년퇴직까지 6년 정도 남았다.

"(최저임금이) 만 원 정도 되면 희망이 생겨요. 문화생활도 하고요. 저 노는 것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전혀 못해요. 저는 만 원만 주면 욕심 안날 것 같아요."

불안한 노후
연세대 청소노동자 송영호씨와 정연순씨 ⓒ 남소연
연대 공학관에서 일하는 정씨는 올해 일흔. 연말에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누구보다도 지난 1~2월 퇴직 청소노동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으려는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농성에 열심히 참여했다.

"적어도 우리를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줘야 할 것 아니에요. 우리가 총장님을 잡아뜯겠어요, 물어뜯겠어요. 대화하자는 거예요. 우리가 교수님 월급 덜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맨날 일하다 말고 이거(농성 조끼) 입고 뭐하는 거예요."

그는 노동자로서의 존중을 원하고 있었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최소' 혹은 '최저'의 노동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청소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최저'에 가깝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상승되지는 않은 것이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청소는 아무나 하는줄 아세요? 쓰레기만 비우고, 세면기나 변기 닦는다고 청소가 아니에요. 그렇게 하면 누워서 떡먹기죠. 일주일만 우리처럼 일해보라고 하세요. 안 아픈데가 없어요. (대우관 지하를 가리키며) 여기가 원래는 더 깨끗했거든요. 그런데 여름에 침수가 되어서 한강이 되었어요. 다 우리가 치웠어요. "

정씨는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는 학교 측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백양로를 바꾸는 데는 1000억 원을 넘게 쓰면서, 정작 부총장은 청소노동자의 인건비를 학교 재정이 어려운 원인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당 830원의 임금인상분이 고스란히 월급에 반영된 것도 아니다. 기존에 지급했던 연차수당을 더 이상 주지 않아(용역회사에서 무조건 연차를 가라고 요구), 실질적으로 오른 월급은 9만 원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씨는 가장으로서 두 자식을 키워냈다. "젊어서부터 많이 일했어요, 놀고 살아본 적이 없어요"라는 말에는 자긍심이 느껴졌다. 과거에는 보험설계사 일을 했고, 이전에는 가전제품 대리점 건물 청소노동자로 2년 간 일하다가 이곳으로 왔다. 이제 노후를 대비해야 될 시간이다.

"노후를 생각하며 쓸 거 안 쓰며 저축은 해왔어요. 또 여전히 건강하므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긴 했잖아요. 사는 날까지는 살아야 하니까 그 점이 불안하죠. 보험 같은 것도 5년~10년을 바라보고 들어야 하는데 수입이 보장이 되는 건 아니니 따로 들어놓을 수도 없었고요."

그는 최저임금이 인상돼서 사회적 문제가 생긴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 "자영업자들이 힘든 게 알바들 주는 시급 때문일까요? 다른 이유(임대료, 프랜차이즈비 등)가 있는 거죠. 대학 재정이 어려운 것도 노동자들 월급 인상 때문일까요?"라며 최저임금 인상만을 문제 삼는 일각의 시각을 경계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서 받는 돈이 풍족해져 기뻐서 만족하는 줄 아세요? 그냥 이거 가지고 맞춰서 사는 겁니다"라며 말을 마쳤다.

[최저임금 특별기획 - 두 도시 이야기]
[시애틀③] 청소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외쳤다, '쓰리잡'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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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괄 김종철 취재 선대식, 신나리, 신지수(시애틀) 신상호, 박정훈(서울), 권우성, 남소연(사진) 데이터 기획 이종호 디자인 고정미 개발 박준규
태그:#두도시이야기, #청소노동자,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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