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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묵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
 조유묵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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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획정안이 완전 무시됐다. 재의 요구까지 했는데도 이렇게 된 것은 지방의회 의원 구성이 1차적 원인이고, 제도적 문제도 있다. 전국적으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갈등을 계기로 개혁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유묵 정치개혁경남행동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에서 기초의원 3~4인 선거구(지역)를 2인 선거구로 쪼갠 것과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조 대표는 '경상남도 시군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획정위'는 지난해 11월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되어 여섯 차례 회의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획정안'을 도출했다.

'획정위'는 경남도에 '획정안'을 보고했고,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그대로 경남도의회에 제출했다. 경남도(획정위)는 18개 시·군의 선거구를 84곳으로 하고, 2인 38곳과 3인 32곳, 4인 14곳으로 하는 획정안을 냈다.

그런데 이 획정안은 경남도의회에서 크게 수정이 된 상태로 통과됐다. 지난 16일 임시회 본회의를 연 도의회는 선거구를 96곳으로 조정하면서, 2인 선거구를 64곳으로 대폭 늘렸고, 3인 선거구는 28곳으로 그리고 4인 선거구는 4곳으로 줄였다.

그러자 한경호 권한대행은 이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19일 '재의요구서'를 도의회에 보냈다. 그 다음날 도의회는 다시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출석 의원 전원(43명) 찬성으로 수정안을 재가결했다.

도의회는 55명 정원인데 자유한국당이 87%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 소속 도의원이 반대하고, 민중당·노동당·녹색당 경남도당이 도의회 현관 앞에서 항의하자,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은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날 두 차례나 '밤중 등원'해 대기하기도 했다.

50%대 득표한 정당이 90% 의석 차지하는 게 문제

조유묵 대표는 2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선거구 획정 결과에 대해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국 곳곳이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광주광역시만 획정위의 안이 존중됐다"며 "경남을 비롯한 부산과 대구 등 곳곳에서 획정위 안이 전면 무시됐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구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거대양당이 독점하고 있다"며 "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이 과도하게 독점하는 형태다"며 "그렇다 보니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 했다.

2014년 지방선거 결과 탓이다. 전국 17개 광역의회는 90% 가량의 의원을 지역구에서 1등하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였고, 10% 정도가 비례대표다. 조 대표는 "광역의회는 국회보다도 더 '표의 등가성'이 깨어지고, 특정 정당이 의회 내에서 90% 안팎을 차지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당시 선거에서, 울산광역시의회는 옛 새누리당이 55.46%의 득표를 했지만 21석(95.45%)을 차지했고, 옛 새정치민주연합은 23.7%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1석(비례, 4.54%)에 그쳤다. 당시 울산에서 통합진보당 12.10%, 정의당 3.67%, 노동당 4.98%를 득표했지만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경남도의회도 비슷했다. 옛 새누리당이 59.19%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50석(지역구 46석, 90.91%)을 차지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28.87%를 득표했지만 2석(비례, 3.63%)에 그쳤다. 진보정당은 지역구에서 1명이 당선했다.

조유묵 대표는 "이런 현상은 광주나 전남도 마찬가지였다. 광역의회 의원 선거에서 득표율-의석비례성과 유권자 표의 등가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당 득표만큼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은 2:1 비율로 하여 비례성 확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정당이 선거에서 50%대의 득표를 하면 그만큼의 의석을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90% 이상 독식하게 되니까 비극의 결과가 나온다"며 "민심이 제대로 반영된 제도가 아니다. 특정 민심을 거슬러서 특정 정당이 과도하게 의회를 점유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4년마다 되풀이 되는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거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여야 한다. 비례대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경남도당은 20일 오전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을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경남도당은 20일 오전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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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편차 커 ... 헌법소원 필요

현행 선거구 획정 제도는 모순이 많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는 기초의회 의원정수와 선거구획정의 기본 가이드라인을 지방정부나 의회가 아닌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결정하고 있는 중앙집중형 제도"라 했다.

그는 "표의 등가성 보장 기준의 제도적 미비로 인해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기초의회 선거구 인구편차 기준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국회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헌재) 판결에 준하여 그때그때마다 의원 정수와 선거구 경계를 조정하는 방식"이라 했다.

이어 "헌재 판례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해서는 2대1의 인구편차를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지방의회 선거구에 대해서는 4대1의 인구편차를 허용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헌재에 헌법소송을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4년 헌재는 기존의 국회의원 선거구 허용인구편차 3대1에 대해 위헌판결을 하고 2대1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2016년 20대 총선의 선거구는 이 기준에 따라 획정된 바 있다"며 "대표의 범위가 가장 넓은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 기준이 2대1이라면, 그보다 적은 대표 범위를 가진 광역의회나 기초의회는 당연히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구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가장 적은 대표의 범위를 갖는 기초의회에 대해서도 1.5대1 미만 수준으로 낮추거나 최소한 국회의원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 했다.

'경남도 획정안'을 만들 때 인구편차를 줄였는데 이번에 경남도의회에서 통과된 '수정안'은 4대1 정도가 되는 선거구가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최소한 1.5:1 이상 편차를 나타내는 자치구의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확대하여 의석 당 인구편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1개 선거구의 기초의원이 4인 이상일 때 2개 이상의 선거구로 분할이 가능하지만(공직선거법), 중선거구제 본래의 취지를 살려 3인과 4인 선거구를 만들어야 기초의회의 주민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고,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맞을 것"이라며 "공직선거법에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기'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삭제해야 하고,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살린다면 기초의회 선거구를 3~5인 선거구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 서열화 문제

서열화 문제도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제도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쪼개서 광역의회 선거구로 만들고, 광역의원 선거구를 쪼개서 기초의원 선거구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국회의원-시·도의원(광역의원)-시·군·자치구의원(기초의원)을 서열화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공천권 행사와 맞물려서 지방의원을 철저하게 중앙정치에 종속된 존재로 만든다"고 했다.

그는 "국회와 지방의회를 상·하관계로 설정하는 것은 지방분권에 반하는 것이다"며 "근본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중심으로 지방의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 자체에 대해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유묵 대표는 "현행 선거구가 국회의원선거구>광역의원선거구>기초의원선거구 등으로 동일 선거구의 분할 방식으로 '행렬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고 했다.

"선거구 획정 권한을 독립하든지 중앙선관위가 가져야"

'선거구 획정'의 결정권을 광역의회가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지방의회 정수와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 정수 변동 등에 따른 변동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분리시키는 제도적 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심의 시간의 충분한 확보와 선거구획정의 중립적인 독립기구 구성도 필요하다"며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에 있어 충분한 심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 했다.

그는 "여러 가지 다양한 획정 방안을 비교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4~5차례의 회의만으로 획정을 완료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획정위원회를 구성해 절차를 진행하고 지방의회가 조례로 확정하는 규정이 존속하는 한 충분한 심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의원 선거구획정과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을 총괄하는 별도의 독립기구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선거구획정을 해야만 충분한 심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조유묵 대표는 "현재는 '입법형'이라 하여 선거구 획정 결정 권한을 광역의회가 갖고 있다. 최종 권한을 '독립형'으로 하든지, 아니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갖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의회는 20일 오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경남도에서 재의요구했던 '경상남도 시군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출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경남도의회는 20일 오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경남도에서 재의요구했던 '경상남도 시군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출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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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유묵, #공직선거법, #경상남도의회,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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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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