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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 현장.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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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총리는 필요없다, 아베 정권 물러나라!"

이른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로 촉발된 아베정권 퇴진 요구 목소리는 시민들의 함성이 돼 19일 저녁 나고야 중심가인 사카에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아베 총리의 지인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한 의혹에서 시작된 '모리토모 스캔들'은 지난 주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된 문서마저 조작됐다는 게 밝혀지면서 일본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지난 19일 보도된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결과만 보더라도 2012년 아베 정권 출범 후 최악의 지지율로 추락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국회와 총리 관저가 있는 도쿄에서는 이와 관련된 정권 비판 집회가 지난 주부터 거의 매일 열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나고야에서도 아베 총리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이 모였다.

19일 열린 집회는 아베 정권 출범후 전쟁법안으로 불리는 '안보법안', 언론과 시민의 자유로운 발언을 막는다고 지적되는 '공모죄', '특정비밀 보호법'의 성립과 노동관련 법안의개악 등에 맞서 아베 정권의 퇴진을 외쳐온 '아베정권의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주관으로 진행됐다.

"아베 정권이야 말로 위헌정권"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에서 헌법학자인 이지마 교수는 아베 정권을 두고 "위헌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에서 헌법학자인 이지마 교수는 아베 정권을 두고 "위헌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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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 명이 모인 나고야 집회에는 헌법학자, 변호사, 아이를 둔 엄마,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사진작가 등이 연단에 올라 각각의 처지에서 아베 정권의 실정과 폭주를 비판했다.

이지마 시게아키 나고야가쿠인대학 교수(헌법학자)는 최근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헌법 개정과 관련 법안 개정에 대해 "일본의 헌법에 전쟁을 인정하는 조항은 없다, 따라서 전쟁을 가능하게 만드는 법안을 만드는 아베 정권이야말로 위헌정권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최근 급속이 진전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많은 발언을 했다. 이드은 아베 정권이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한 발언자는 헌법개정 반대 서명을 받는 장소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아이와 함께 서명을 하던 엄마가 '북한 정말 짜증나'라고 말하자, 곁에 있던 아이가 '그러면 북한하고도 친구해서 친해지면 되잖아'라고 했다"라면서 오로지 '제재'와 '압박'의 강경론만 내세우는 아베 정권을 비꼬았다.

나고야 집회서 울려퍼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에서 마지막 발언을 한 삼천리철도 한기덕 사무국장. 그는 "촛불혁명의 다음 차례가 일본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에서 마지막 발언을 한 삼천리철도 한기덕 사무국장. 그는 "촛불혁명의 다음 차례가 일본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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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 마지막 발언의 주인공은 재일동포 NPO인 삼천리철도 한기덕 사무국장이었다. 삼천리철도는 남북철도 연결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 사무국장은 단상에 올라 한국의 2016년 촛불혁명 이야기를 전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낭독하면서 발언을 시작한 한기덕 사무국장은 한국의 촛불혁명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민중은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4년 전의 세월호 참사 등 불행한 과거의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기억했다"라면서 "그것이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큰 힘으로 작용했다, 일본도 후쿠시마 사람들에게,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힘으로 아베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 촛불혁명을 일으킨 한국의 다음 차례가 바로 일본이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가 끝난 뒤 나고야 중심가 사카에를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가 끝난 뒤 나고야 중심가 사카에를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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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뒤 참가자들은 백화점 등 상가가 늘어서 있는 사카에 중심가를 행진했다. 이들은 "아베는 즉각 물러나라" "시민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자" "한반도 평화 실현" "오키나와 헤노코 기지 건설 저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의 시민들에게 참여를 호소했다. 시민들도 집회 사진을 찍거나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긴 하나, 여전히 아베 지지층은 견고하다는 평가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강력한 정권을 끌어내리기에는 힘이 부처 보인다. 설령 아베가 총리 직에서 내려온다고 해도 시민의 힘이 아닌, 권력 내부에서의 교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의미에서 정권 교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일본 정권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스캔들과 그에 따른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평가절하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 결과가 동북아에 평화의물결을 일으키고 민주주의가 성숙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일본 시민운동에 응원을 보낸다.

"아베 내각 지지율 최저 31%" 소식을 알리는 2018년 3월 19일 치 <아사히신문>.
 "아베 내각 지지율 최저 31%" 소식을 알리는 2018년 3월 19일 치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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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에서 발언하는 '행동하는 엄마 모임'의 회원.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에서 발언하는 '행동하는 엄마 모임'의 회원.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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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에서 발언하는 사진가 아사미 유코씨.
 지난 19일 나고야에서 열린 '아베정권 폭주를 막는 공동행동' 집회에서 발언하는 사진가 아사미 유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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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베 퇴진, #나고야, #평화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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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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