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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부도서관 3층 열람실 옆에는 간이 휴게소가 있다. 그곳에서 휴식도 취하고 식사도 한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다. 열람실에 앉아 글을 쓰는데 휴게실에서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잠시 있다 그치려니 했는데, 5분이 지나도 그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아마도 전화를 하는 당사자는 옆의 열람실에서 소음으로 울려 퍼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 열람실에는 대략 40명 정도가 앉아 있었지만 누구도 나서서 그 사람에게 말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앉아있는 사람은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주거나, 곧 전화통화가 끝이 나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이 상황은 사람들이 참아내기에는 무척이나 불편한 상황이었고, 상식에도 어긋났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해결하려하지 않았다. 아마도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언쟁이나, 싸움에 휘말려드는 것보다 참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으리라. 참는다는 것은 인내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내가 모두, 모든 상황에서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열람실 문을 열고 나와서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지금 전화하는 소리가 열람실에 너무 크게 울립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깜짝 놀라며, 옆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고 열람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세상을 살다보면 불합리하거나 비상식적인 상황에 많이 부딪히게 된다. 길을 가다 누군가 맞고 있어도 괜한 피해를 입을까 싶어 피해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곤궁한 상황에 처해도 못 본 척 지나가기 일쑤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나서야할 때는 나서야 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지금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상황을 보면 자기희생을 각오하고 성폭력 당한 것을 용기있게 밝혔다. 그 여성은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검사라면 우리나라에서 출세한 부류에 속한다. 그런 출세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점을 밝힌 것은 이 문제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탓이리라. 자신이 맞게 될 화살의 아픔을 각오하고 횃불을 들고 어둠을 밝혔다. 그 여성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있었기에,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미투는 열람실에서 있었던 일처럼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아마도 성폭력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미투' 는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이러한 성폭력이 과거보다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말에는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

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누군가 나서서 어떤 일을 해결하려는 것을 비난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자신은 총알을 맞을까봐 뒤에 숨어있고, 총알 맞을 것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서서 해결하려는 사람을 뒤에서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헐뜯는다. 이런 사람들이 미투 운동에 나선 사람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무척 비겁한 행동이다. 나설 때는 나서야 한다. 어떠한 불합리한 상황에 나서지 않는 것이, 당장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이 당하거나 가족이 당할 수도 있는 일이 된다.

열람실에서의 일과 미투 상황을 겪으면서, 나서서 고치는 일이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많은 불합리한 일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기에 2차, 3차 피해를 당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리라. 누군가는 희생을 각오하고 나서야 하며, 그런 사람들을 향해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횃불을 들고 어둠을 밝히는 사람"

이라는 말로 격려하며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겁한 세상이 아니라 보다 더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게 된다. 누군가 횃불 들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촛불이라도 들어 주어야 한다.


태그:#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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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에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들꽃은 이름 없이 피었다 지지만 의미를 찾으려면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들꽃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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