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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여성들과의 만남을 차단해야 한다. 여성들은 우리 남성들 모두 잠재적 가해자로 몰고 있다. 대화도 하지 말고, 밥도 같이 먹지 말고, 술자리에 함께하지 말자. 남자들도 자기방어를 해야 하지 않는가? 성폭행의 원인부터 제거하는 것이 곧 펜스룰.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방안 아닌가?"

내 의견이 아니다. 미투 운동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종합 정리한 것이다. 이는 남성의 의견일 수도 있고, 여성의 의견일 수도 있다. "남자와 여자를 애초에 벽을 세워 분리하자, 그럼 모든 성폭력 문제가 단순하고도 쉽게 해결되지 않겠는가?"라는 주장이다. 혹은 "여자들이 미투로 자기방어를 하듯이, 남자들도 펜스룰을 내세워 자기방어를 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반발이다. 1차원적 사고로 성폭력 문제를 직시하면, 할 만한 주장이다. 미투 운동이 일어난 거시적인 배경에 대해선 생각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다. 

단순히 '펜스룰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미투 운동을 '피해자의 성폭력 폭로'이 아닌, '남녀 갈등 조장'으로 잘못 이해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미투 운동을 남자와 여자의 갈등으로 치부할수록, 문제의 본질은 흐려지고 묻힐 것이다. 왜 성폭력이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왜 가해자의 과반수가 남성이며, 왜 성폭력을 저지르는지에 대해 이들은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단지 '권력을 지닌 한 남성이 성욕을 참지 못한 문제'로 치부할 뿐이다. 즉, 성폭력은 개개인의 문제이니, 남성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지 말자는 의견이다.

남성들이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우리 탓만을 하느냐"라고 불만하기보단, "남성이 왜 성폭력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함께 던져야 한다. 첨예한 문제의 핵심을 "꽃뱀론"으로 끌고 가며 "남성혐오"로 결론을 내리면, 우리 사회 성폭력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 당신이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면, 성폭력이 없어질 사회를 위해 함께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WITH YOU"이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놓지 않으면서, "성폭력 종결"로 초점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펜스룰이라는 미봉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 뭘까. 어떤 방식으로든 차별 속 고통받는 쪽은 어디일까. 남성들이 정말 여성들이 '별 것 아닌 것에 예민해하는' 꼴로 보이는 걸까. 또, 드물게 나타나는 무고죄 피해자들은 어떻게 보호해줘야 하나. 성추행에 일률적인 기준이 정해진다면 문제가 완화되는 걸까. 

여러 가지 면에서 성폭력 해결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니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단순할 수 없다. 부디 남녀갈등이 아닌, 여성과 남성이 함께 연대하며 차근차근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자. 근본적인 문제의 뿌리부터 뽑아내고, 다음 세대까지 갈등 사회를 물려주지 말자. 내 딸과 내 아들에게 성폭력과 성희롱이 완전히 없어진, 평등과 평화의 장을 마련해주자. 그것이 지금의 어른들이 해야 할 임무이자 책임이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나, 펜스룰을 찬성한다는 한 남성의 블로그에서 발췌했다.

"펜스룰의 도입은 근본적이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알고 있다. 펜스룰의 유행은 그저 공포심에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펜스룰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성추문의 특성상 휘말렸을 때 자신은 죄가 없고 무죄가 선고된다 해도, 무고가 선고되는 날까지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 지속적인 피해를 받게 되어있기 때문이다.여성들이 성적 수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완전히 차단하는 남성들의 방어책이다."

일부 남성들은 "무고에 의한 피해" 때문에 펜스룰 도입을 찬성한단다. 무고에 의해 남성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물론 존재한다. 이런 두려움이나 공포감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소수의 상황을 일반화하면, 결국 직장 내 전반적인 성폭력 문화를 침묵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근본적인 문제를 또 다시 '여성 책임'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직장 내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권력형 위계관계가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원인이라는 것도, 문제점을 알아채고도 후폭풍이 두려워 침묵하고 외면했던 우리들도 기억해야 한다. 남성들도 분명 피해를 받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여성들이 호소하는 성폭력 문화를 모르쇠하고, 자신들이 피해를 받는 부분만 강조한다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저 남녀를 분리하는 극단적인 방안보다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상에서 드러나는 상사의 성희롱에 "잘못된 발언"이라 즉시 지적하고, 성추행을 목격하면 직접 나서 제지하는 것이다. 피해를 받는 사원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권력관계 속 불이익이라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부당함에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진짜 해결의 시작이다. 저만치 밀어내고, 선을 긋는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거라 단언하는 건, 부정적인 상황만을 불러올 것이다.

분명 지금껏 살면서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은 '착한 남성'들이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받는 상황이 억울하고, 화가 나고, 답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성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폭력은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손잡고 성폭력의 완전한 종결을 외치자. 단단한 벽을 세우기보단, 연대하며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당황한 관리직 또는 남성사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말합니다. 이는 여성들을 가까이하면 성폭력을 해왔고 잠재적 가해자라 인정하는 것입니다." 표창원(국회의원, 프로파일러)

어떤 남성들은 스스로 '먼저 조심하자'는 식으로 펜스룰를 따르고, 그 방안은 여성들을 위한 최선의 배려라고 여긴다. 한 블로거는 "펜스룰을 따르지 말고 성폭력 자체를 하지 말라라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당혹스럽다. 남성이 왜 성폭력을 저지르는지 생각하지 않고 나온 반응이다. 남성이 '그런 짓'을 저지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익숙하다는 걸까.

펜스룰은 단순히 '선을 긋자'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여성들은 이를 현실 문제로 체감한다. 말을 섞지 않고 톡으로 지시하는 사례는 가벼운 정도다. 입사 면접 때 여사원은 적게 뽑거나 탈락시키는 풍토나, 상사·권위자 위치에 있는 이들이 대부분 남성인 상황을 고려할 때, 펜스룰을 통해 여성들이 배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회사 정보에 취약해지고 회사에서 전반적으로 배제된다. 이는 육아와 출산의 이유로 승진이나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여성들에게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

회식도 따로, 회의도 따로... 그럼 문화 예술계는 연습도 따로 시키고, 대학교에서는 여성과와 남성과를 구분해야만 하는 걸까. 펜스룰은 여러모로 극단적이며, 다소 안타깝다. 남녀를 철저히 '갈라놓은' 양분의 사회를 다음 세대에 넘기는 것은 이기적이다. 남녀가 서로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책을 함께 논하고, 권력에 맞서 성폭력이 완전히 없어진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고 역할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피해를 잠식시켜야 한다.

성폭력이 일어나는 원인의 해결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펜스룰보단 먼저 청소년들의 잘못된 성교육 개선부터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자식들에게 '성폭력을 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남자와 여자 모두 평등한 사람'이니 남녀 차별부터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우선적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남녀가 연대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수없이 많다. 성폭력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자. 그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 성폭력이 완전히 잠식된 사회를 같이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미투가 전하고자 했던 연대의 의미, 저는 펜스룰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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