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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오는 21일까지 허달용, 김희상, 조정태, 임남진 <4人4色 同行>(4인4색 동행)전이 열린다. 이들은 수묵화, 도조, 유화, 채색화 등 전문 영역이 각기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로 개성도 추구하는 바도 다 다르다. 나이도 다른 이들을 한데 뭉치게 한 것은 그들이 광주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작가로서 지나온 시간들 속에 자신과, 작업과 시대의 무게까지 그 어느 하나 놓지않고 치열히 살고자 하는 서로를 응원해 온 힘이다. 그들은 현재 민족미술인협회(회장 이종헌) 광주지회(지회장 김정환) 회원들이기도 하다

수묵에 색을 불러들인 허달용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담은 <산이 된 바보>로 민중수묵의 새 경지를 열었던 그가 '제자리에 머문 작품들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반성을 한다'고 입을 뗐다. 검은 먹의 층위를 달리 하면서 고요함 속에 부르는 소리들을 들어 본다. <장마>에서는 소나무숲에 들어선 긴 빗줄기의 소리를, <붉은 하늘>에서는 허위허위 산머리를 넘어가는 바람소리를, <붉은 하늘>에서는 풀포기 사이사이 스치는 바람소리를.

 붉은 하늘.  허달용.  122 x184cm.  한지에 수묵채색.  2018 / 허달용 작가가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붉은 하늘. 허달용. 122 x184cm. 한지에 수묵채색. 2018 / 허달용 작가가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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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  허달용.  182 x 122. 한지에 수묵.  2018
 고요. 허달용. 182 x 122. 한지에 수묵. 2018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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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정 왜곡된 세상의 본질적인 굴절을, 그리고 민중의 참 모습을 그려왔는가?
그리하여 나는 견고한 사랑을 껴안고 살아왔는가?" - <4인 4색 동행>, 허달용


가슴에 뜨거운 고민을 담고 있으니 그는 또 한발짝 나아갈 것이다. <붉은 하늘>을 보면서 나를 본다. 꿈쩍도 않는 소를 끌고 가려는 두 명의 어린 목동은 아마도 우리 자신일 게다. 나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나'라고 뻗대는 자신과 '아니야, 아직 갈 길이 멀어'라고 이야기 하는 자신의 모습. 그림을 보면서 지난 오랜 시간동안 민중이나 민족이름을 달고 달려왔던 진보적인 진영의 예술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보기로 한다.

흙으로 마음을 굽는 김희상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아이들이 마구 뒹굴고 있다. 천진난만한 모습에 웃음소리도 눈물도 또르륵또르륵 굴러다니는 듯하다. 천도 이상을 오르는 불길속에서 구워진 마음들은 단단해진다. 기쁨이나 즐거움이 단단해지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고, 화냄과 슬픔이 단단해진다면 마음이 성숙해질 일일 것이다.

 사람꽃_희로애락.  김희상.  점토.  무유소성. / 김희상작가가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람꽃_희로애락. 김희상. 점토. 무유소성. / 김희상작가가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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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꽃_희로애락.  김희상.  점토.  무유소성.
 사람꽃_희로애락. 김희상. 점토. 무유소성.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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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상 작가는 "옛 것에 들어가 새 것으로 나온다"는 모작을 한 시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롭고 친근한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어떤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만들고 있다. 아이들 속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마음이 낮아지는 것을 느낀다. 온갖 표정을 다 가진 아이들 사이 어디든 엉덩이 들이밀고 앉을 자리만 있다면 앉아 보아도 좋으리라. 작품 속에 앉아 나 역시 그렇게 기쁨, 화냄, 슬픔, 즐거움을 가슴에 앉고 천삼백 도의 불길 속을 견딘다면 웃음 뿐만 아니라 눈물도 단단해질 듯하다.

문화의 원본을 만들고자하는 조정태

그는 그림을 그렸다. 거리에서 싸웠다. 그리고 또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 그가 자신의 그림 앞에 팔짱을 끼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응시.  조정태.  227.3x180cm.  Oil on canvas. 2016.
 응시. 조정태. 227.3x180cm. Oil on canvas. 2016.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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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원하는게 정말 뭐야>라는 그의 가슴속 악다구니를 그림에 새겨 놓았다. 홍위병 털모자를 쓰고 삐딱하게 <응시>하는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북경 레지던시를 경험하면서 '원본과 번안'의 문제에 천착했다. 그의 고민이 스스로 선택한 땅으로 돌아와 이제는 스스로 원본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응시>를 하고, <붉은 의자>에 앉았던 자신의 육(肉)을 삭제도 시켜보고, 또 다른 <응시>를 통해 투과 시켜버리기도 하면서 그의 분노와 사랑이 은유나 직유를 뛰어넘은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새로운 언어를 찾아 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검은 바다.  조정태.  72.7x50cm.  Oil on canvas. 2016
 검은 바다. 조정태. 72.7x50cm. Oil on canvas. 2016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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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이다. 무엇을 버릴지에 대한 고민들이 있으니 버리고, 제 몸에 맞는 그 무언가를 <검은 바다> 깊은 물속에서 찾아 제 것으로 만들 것이다. 제 몸이 자라면 더 큰 껍데기를 찾아나서는 소라게처럼 말이다.

비틀거림마저 자유로울 임남진

딱 맘 좋은 이모같은, 그래서 참 고운 작가. 회화를 공부한 임남진 작가는 98년 대한민국불교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로 불화와 민화의 형식을 빌어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여러 방들 속에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처럼 풀어내고 있다. <무기력>한 일상, 외롭고 외로운 <마지막 손님>, 잠시 멈춘 시간 속에서 맞이하는 <Still Life _ 친구>와 나누는 <Still Life_돌아온 잔>, 황홀한 휴가<Holidays>를 즐기는 무책임한 권력자를 풍자하는 그림까지.

 무기력.  임남진.  120x68cm.  한지채색.  2017.
 무기력. 임남진. 120x68cm. 한지채색. 2017.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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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목욕탕에서 마악 목욕을 끝내고 나와 가게 평상에 퍼질러 앉아서 손이 얼얼할 것 같은 캔맥주를 목젖 꿀꺽거리며 시원하게 들이킬 것 같은 그녀지만 방 밖의 이야기에는 <외사랑>이 있다. 쳐다만 볼 뿐 날아갈 수 없는 세상속의 달이 있고, 그 달만 보일 때는 가로막는 전깃줄이 있는 <밤길>, 꽃으로 피어도피어도 닿을 수 없는 달이라 <상사>일 뿐이다.

 밤길.  한지채색. 100x100.  2017 / 달 속의 달.  한지채색.  100x100. 2017 / 상사_Blue.  한지 채색 100x100.  2017 / 임남진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밤길. 한지채색. 100x100. 2017 / 달 속의 달. 한지채색. 100x100. 2017 / 상사_Blue. 한지 채색 100x100. 2017 / 임남진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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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곱기만 한데 거침이 없다. 궁금한 것은 해결해야 하고, 그리고 싶은 것은 그려 보아야 한다. 그런 걸음이 어떤 때는 비틀거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걸어가는 자유로움일 것이다.

광주는 뜨겁다. 허달용·김희상·조정태·임남진 그들이 속해 있는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 전시회 오프닝에 참석한 동료 작가들은 가슴에 품은 세월호와 광주의 5월, '촛불시민혁명'을 이야기 하면서 작가가 가져야할 자긍심과 자신만의 세계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작가로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소통할 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리얼리즘미술이 다시 잉태의 자리로 들어서는듯하다.

■ 서울 전시일정 / G&J 광주전남갤러리(02-725-0049)
     임남진 2018년 3월 28일 ~ 4월 3일
     조정태 2018년 4월 4일 ~ 4월 10일
     김희상 2018년 4월 11일 ~ 4월17일
     허달용 2018년 4월 18일 ~ 4월 24일

그들은 참 열심히 살았다. '나'보다 '우리'를 사랑했고, '빨리 가는 뜀박질'보다는 '같이 가는 걸음'을 택했다. 그것이 그들의 선택이었듯 다시 자신들의 작업앞에 치열함으로 부딪혀 보고 싶다는 것 또한 선택이다. '우리'를 버리고 '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나'로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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