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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동시지방선거일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기초의원(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인 선거구제를 4인선거구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선거구 쪼개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2인선거구제의 문제를 담은 글을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16일 부산시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부산광역시 자치구·군의회의 의원 정수와 자치구·군의원 지역선거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의 요구를 담아 원안이었던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되돌리는 수정안이 상정되자, 소수정당 관계자들이 이에 항의하며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시의회 직원들은 문을 잡고 진입을 막았다.
 지난 16일 부산시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부산광역시 자치구·군의회의 의원 정수와 자치구·군의원 지역선거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의 요구를 담아 원안이었던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되돌리는 수정안이 상정되자, 소수정당 관계자들이 이에 항의하며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시의회 직원들은 문을 잡고 진입을 막았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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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추경예산 등을 놓고 국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손을 잡았다. 두 정당은 연대해서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쪼개서 2인 선거구로 만드는 데 협력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4인 선거구 확대를 막고 2인 선거구를 지키라고 명시적으로 얘기하고, 추미애 대표는 침묵으로 동조하는 양상이다.

남북정상회담·개헌 등 큰 이슈들이 워낙 많아서 묻히고 있지만, 이 두 정당의 행태는 전형적인 '밥그릇 챙기기' 행태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의 밥그릇은 확실하게 챙겨지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밥그릇 챙기려다 밥그릇 깨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은 두 단계를 거치도록 돼 있다. 1단계는 각 시·도별로 구성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학계·언론계·법조계·시민단체·광역지방의회가 각각 2명씩 추천하고 시·도선거관리위원회가 1명을 추천해서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차로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한다.

그리고 2단계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만든 획정안은 다시 시·도의회에서 다뤄지게 된다. 이 때 시·도의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존중하도록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시·도의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존중하지 않고 제 멋대로 뜯어고쳐 왔다.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에서 주로 논란이 돼 온 것은 2인 선거구이다. 기초의원 선거는 한 지역구에서 2명을 뽑을 수도 있고, 3명 또는 4명을 뽑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2인선거구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증명돼 왔다. 거대 양당이 한 자리씩 나눠가지거나, 특정 정당이 두 자리 모두를 차지하는 일들이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2인 선거구에서는 거대 양당이 1석씩 나눠가지는 현상이 거의 고착화돼 있다.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에 서울의 2인 선거구는 모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1석씩 나눠가졌다. 2인 선거구에서는 소수정당 후보나 무소속 정치신인이 당선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2인 선거구 줄여야 한다는 여론 높지만... '쪼개기'가 나타났다

지난 15일 정의당 대구시당이 대구시의회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정의당 대구시당은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5일 정의당 대구시당이 대구시의회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정의당 대구시당은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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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2인 선거구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지역별로 개최된 공청회에서도 기득권의 온상인 2인 선거구를 대폭 줄이고 4인 선거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그래야 기초의회에 다양한 세력이 진입할 수 있고, 정치 신인들이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더라도 의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감안할 때,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곧바로 당선이 거의 확정되는 불공정한 구조를 깨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 결과 시·도별로 꾸려진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는 4인 선거구를 늘리는 획정안들을 내놨다.

그런데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시·도의회가 다시 4인 선거구를 쪼개서 2인 선거구 2개로 만드는 수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이미 대전·인천·부산시의회와 경북·경남·경기도의회가 4인 선거구 수를 줄이고 이를 2인 선거구로 쪼갠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번주에도 광주, 서울 등지에서 시·도의회가 열릴 예정인데, 4인 선거구를 쪼개려는 시도가 예상된다.

따져 보면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2인 선거구제

서울시의회(자료사진).
 서울시의회(자료사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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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당초에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38개 이상의 4인 선거구를 만드는 획정안 초안을 내놨는데, 기득권 정당들의 반발로 인해 4인 선거구 숫자가 7개로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의회가 7개의 4인 선거구마저도 2인 선거구로 쪼개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당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이다. 지금 정당지지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50%가 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만약 이 지지율대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면 서울의 구의원 4인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최소 2석을 얻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1석을 겨우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를 2인 선거구로 쪼개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구의원 후보를 2인 선거구에서 2명을 낼 것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구의원 후보를 1명만 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은 구의원 1명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의 2명의 구의원 후보가 아무리 표를 잘 나눠가진다고 해도 정확하게 절반씩 나눠가지기는 어렵고, 2명 중 1명으로 표가 쏠릴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에 2등은 자유한국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4인 선거구가 되면 1명만 들어갈 자유한국당이 2인 선거구 2개에서는 각각 1명씩 들어가는 결과(2인 선거구 2개를 합쳐서 보면 4명 중 2명이 자유한국당)가 초래될 수 있다.

추미애 대표는 왜... '소탐대실'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은 지난해 7월 4일 서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은 지난해 7월 4일 서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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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이 굳이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그저 손쉽게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행사하기 쉽고, 기득권을 가진 구의원들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실시되는 것은 2인 선거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 시의원들이 자유한국당 도와주는 셈이다.

20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시의회에서는 구의원 선거구획정을 위한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오후에는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4인 선거구를 줄이는 행태를 보인다면,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별반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정당의 이익도 챙길 능력이 없는 세력임을 보여주는 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기득권 세력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 22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것이 서울의 구의원 선거다. 최소한의 경쟁도 없이 구의원이 되어 연봉 4250만 원 이상을 받으며 여러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옹호하는 세력을 '기득권' 외에 다른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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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가랑이 밑으로 기라면 기겠다... 추미애, 개헌과 선거개혁 전면 나서야"


태그:#4인선거구, #2인선거구, #선거구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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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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