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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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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국의 10대 의류수출업체 중 하나인 광림통상의 베트남 자회사 광림 텍스웰 비나 앞에서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 2000여 명의 시위가 있었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광림 텍스웰 비나가 베트남 노동자 총 1928명에게 줘야 할 1월분 임금 137억 동(약 6억 6000만원)과 사회보험 비용 175억 동(약 8억 4000만 원)을 체불했으며, 본사가 파견한 한국인 경영진 12명이 2월 8일 밤중에, 베트남 최대 명절을 앞두고 귀국했다는 것이다. (한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호치민 총영사관 영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법인장이 야반 도주한 게 아니라 본사에 도움을 청하러 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편집자 말)

광림통상 측은 제때 납품업체에 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이 어려워져 법정관리를 신청하였으며, 재고를 팔아 체납임금과 사회보험 비용을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인해 해외 거래선과 국내외 협력업체 모든 분들께 죄스럽고 통렬히 반성한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떤 언론보도에서도 설 연휴를 앞두고 임금을 체불당해 고향에 가지 못하고 공장 앞에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책임있는 설명을 듣지 못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사과와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인 경영진들이 떠나 버린 이후 한 달이 지났고, 베트남 현지 정부와 언론들도 이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지만, 회사가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베트남 당국과 노동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지 의문인 상황이다.

광림통상 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다른 베트남 봉제업체 2곳도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체불하고는 공장을 폐쇄해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협력을 강조하며 베트남을 오는 22일부터 공식방문하기에 앞서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한국기업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는 베트남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동남아 한국 기업들의 야반도주... 그동안 한국정부는 뭘했나

한국 의류봉제업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야반도주 행태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의류봉제업체들에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체납하고 공장을 폐쇄하여 노동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사례가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거나 체불임금 지급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한 기업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떼인 임금을 받기 위해 한국 대사관을 찾지만 한국대사관과의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정부의 입장은 언제나 사기업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사관의 책임이 아니라거나, 도망친 한국경영진에 대한 정보와 신병확보에 협조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UN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정부의 책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2011년에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 발표되면서 이제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변화된 합의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던 G20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정상회담 최종선언문을 통해 한국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 본국 정부가 인권침해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자들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 발전시키고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즉, 베트남 야반도주 기업들에 대해서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것은 한국 정부의 당연한 책임이 되었으며, 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은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무시하는 행태로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된다는 뜻이다.

신남방외교 성공을 위해서는 NCP부터 개혁해야

2017년 G20 정상회담 당시 베트남 총리와 회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2017년 G20 정상회담 당시 베트남 총리와 회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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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국내연락사무소에 대한 제도개선을 권고하였다.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 Point, 아래 NCP)는 OECD 가입국가를 포함하여 전 세계 44개국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제도로, 인권과 노동, 환경을 포함한 OECD의 기준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 진정에 대한 조사와 조정 및 권고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NCP는 다국적기업의 본국정부가 해당기업이 인권 및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례에 대해 직접 개입해서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제도이며, 앞서 언급한 G20정상회담 최종선언문에서 G20 정상들이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NCP는 2000년 설립 이래로 약 25건으로 추정되는 진정에 대해서 겨우 2건만 조정절차를 진행하고 나머지 건들에 대해선 기각을 반복해왔다. 그 2건의 조정절차 조차도 OECD 기준에 따라 진행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국NCP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바로,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야반도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구인 NCP가 현재 상태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 곳곳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서 노조파괴와 열악한 노동환경 및 임금체불과 같은 노동권 탄압은 물론,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지역공동체 파괴와 환경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新)남방외교의 모토로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란 3P를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사람을 내세운 신남방외교 기조를 환영하면서도, 정작 한국기업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외교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한국기업으로부터 피해를 입더라도 한국정부가 이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약속은 NCP개혁을 통해,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위반여부에 대해 한국정부가 공정히 대처하겠다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통해 신뢰를 줄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할 수 없는 것

한국 NCP 홈페이지 캡춰 현재 한국 NCP 홈페이지는 민간기관인 대한상사 중재원이 운영하고 있다.
▲ 한국 NCP 홈페이지 캡춰 현재 한국 NCP 홈페이지는 민간기관인 대한상사 중재원이 운영하고 있다.
ⓒ 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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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NCP를 운영하는 유이한 국가이다. 일본 NCP 역시 기업에 편향적인 운영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지만, 한국 NCP가 더 주목을 받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일본기업에 비해 한국기업의 인권침해가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에 아시아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중국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NCP를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기업으로부터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할 곳조차 마땅하지 않다.

국가인권위조차 없는 일본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통제하는 중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강점은 K-POP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품격이다. 자신의 일터에서 고통받고, 심지어는 임금마저 떼이는 사람들에게 한국정부가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현지 법률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따라 기업들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지도를 해나가는 것은 국제사회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바로 우리가 외쳤던 촛불의 외침이기도 하다.

NCP를 개혁하고, 현지공관에 한국기업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금까지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을 '시장'으로만 접근했던 것을 '사람'으로 접근하는 변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NCP 개혁에 대한 권고가 나오자 국제사회는 더욱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전후하여, 한국정부가 NCP개혁을 포함하여 한국기업의 인권문제에 대해 진일보된 입장을 발표해주기를 기대한다.

중국과 일본이 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촛불혁명이었고, 아세안과의 협력에서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제도적으로 달래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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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는 2000년 창립이래로 인권과 평화에 기반을 둔 국제연대 사업을 통해 베트남전 진실 위원회 활동, 이라크 반전운동을 비롯하여 해외한국기업의 인권침해 감시 활동을 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