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건 럭키> 포스터.

영화 <로건 럭키> 포스터.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미국의 한 평론가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을 '스위스 군용 칼'(일명 맥가이버 칼)에 비유했다. 그의 표현대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실로 다재다능하다. 1989년 26세에 만든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트래픽>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며 일찌감치 작가적인 재능을 인정받았다.

30여 편이 넘는 연출작은 드라마, SF, 코미디, 액션, 스릴러, 범죄, 멜로, 미스터리, 전쟁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었다. 연출자뿐만 아니라 제작자, 프로듀서, 촬영, 편집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던 스티븐 소더버그는 2013년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할리우드의 제작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결과였다.

TV로 눈길을 돌려 드라마 <더 닉>을 연출하고 영화 <시티즌 포> <매직 마이크 XXL>, 드라마 <레드 옥스> <더 걸프렌드 익스피리언스>의 제작에 참여하며 재충전을 하던 스티븐 소더버그가 <로건 럭키>로 영화계에 돌아왔다. 장르는 하이스트 무비(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훔치기로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기자 주). 앞서 스티븐 소더버그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 <오션스 트웰브> <오션스 13>으로 하이스트 무비의 진가를 보여준 바 있다. 당연히 영화 팬이라면 스티븐 소더버그가 이번에 어떤 한탕을 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블루칼라 계급의 하이스트 무비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로건 럭키>는 지미(채닝 테이텀 분), 클라이드(아담 드라이버 분) 형제가 여동생 멜리(라일리 코프 분), 금고 폭파 전문가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 분) 등 여러 명과 함께 세계 최대 레이싱 대회 당일에 지하 금고를 턴다는 내용을 다룬다. 각본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부부의 친구 레베카 블런트(일각에선 레베카 블런트가 가공인물이고, 실제로는 스티븐 소더버그 또는 그의 아내가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가 썼다.

레베카 블런트는 매립지 위에 세워진 경기장에 싱크홀이 생겨, 실직한 광부들을 동원해 보수 작업을 진행한 뉴스를 바탕으로 어릴 적 상상하던 '공기압 튜브'를 적용하여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여기에 남부 시골에서 자란 채닝 테이텀의 성장 배경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로건 럭키>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 힐러리 스웽크, 케이티 홈즈, 세스 맥팔레인, 세바스찬 스탠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허를 찌르는 전개 속에서 빚어지는 강탈의 묘미도 변함이 없다.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오션스 일레븐>과 <로건 럭키>의 묘사 방식은 사뭇 다르다. <오션스 일레븐>은 근사한 정장 차림으로 멋지게 한탕을 쳤다. 그와 반대로 <로건 럭키>는 작업복과 청바지 차림으로 금고를 노린다. <로건 럭키>는 블루칼라 계급의 하이스트 무비를 표방하고 있다.

<로건 럭키>는 미국 남부 '웨스트버지니아'라는 지역에 엉뚱한 인물들과 괴상한 상황을 마구 뒤섞어 독특한 유머를 만든다. 지미 일당은 대부분 범죄 전문가가 아닌 탓에 범행 과정에서 황당한 실수를 끊임없이 저지른다. 마치 <오션스 일레븐>의 개그판 내지 멍청이 버전 같다는 느낌을 준다. 코엔 형제의 <아리조나 유괴 사건>과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를 떠올리는 구석도 많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는 앙상블을 이루며 웃음을 안겨준다. 이들은 관객들이 가지고 있던 고정된 인상을 과감하게 깨버린다. 특히 처절하게 망가지는 다니엘 크레이그를 보노라면 그가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맞나 하는 즐거운 상상마저 든다.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영화 <로건 럭키>의 한 장면.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로건 럭키>를 "현실 세계에 구체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영화"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스며들었으면 하는 많은 메시지들이 충분히 담겨 있고 이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감독의 말처럼 <로건 럭키>엔 현실의 공기가 흐르고 있다. 지미는 일자리를 잃은 남부 노동자이고 클라이드는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상이군인이다. 돈을 마구 집어삼키는 레이싱 대회는 아메리칸 드림과 거리가 먼 미국의 사회 구조를 상징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강탈'은 현실의 탐욕스러운 자본과 향해 날리는 조소이자 노동자 계급의 상실을 담은 논평인 셈이다.

<로건 럭키>는 항상 실패만 거듭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인생에서 한 번쯤 성공을 경험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관객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귓가에 울리는 존 덴버의 노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의 가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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