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클럽 팀 수비수 다섯 명이 통째로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국가대표에 뽑혔다. 전북 현대의 '김진수, 홍정호, 김민재, 최철순, 이용'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최근 성적표는 국가대표임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두 경기 7실점으로 조직력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둘 다 까다로운 어웨이 경기 일정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경기당 3.5골을 내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텐진 취안젠에게 내준 4골(3월 14일)도 심각해 보였지만 그보다 앞서 지난 10일 숭의 아레나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내준 3골이 전북에게는 더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즌 첫 승리가 간절한 FC 서울을 만나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18일 오후 2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FC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수비수 김민재의 선취골과 후반전 교체 선수 아드리아노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이기고 경남 FC, 강원 FC가 3연승으로 치고 나가는 상위권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대선배 곽태휘 밀어낸 김민재

전북 김민재 첫골 기쁨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서울에 첫 골을 넣은 김민재(왼쪽 두번째)가 김신욱 등 동료 축하를 받고 있다.

▲ 전북 김민재 첫골 기쁨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서울에 첫 골을 넣은 김민재(왼쪽 두번째)가 김신욱 등 동료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일요일 낮 1만5513명의 많은 홈팬들 앞에 나온 홈팀 전북 선수들은 비장한 각오로 뛰었다. 승리는 물론 어이없는 골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과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두 경기 결과를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국가대표 수비수 최철순을 벤치에 두고 나온 나머지 국가대표 수비수 넷(김진수, 김민재, 홍정호, 이용)은 매우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다른 경기에 비해 양쪽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이나 크로스 시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시즌 첫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FC 서울이 하위권에서 치고 올라오기 위해서는 전북을 잡아야 했다. 언제나 강등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도 해낸 일이니 도전 의지는 충분했다. 안델손과 박희성이 맨 앞에서 공격을 이끌고 신진호와 이상호가 2선에서 또 다른 기회를 노렸다.

경기 시작 후 10분 만에 신진호의 오른발 슛이 전북 골문으로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수비수들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공이었기에 골키퍼도 반응하기 까다로운 방향이었다. 하지만 송범근 골키퍼는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처리하기 어려운 공을 기막히게 잡아냈다.

이 고비를 넘긴 전북은 50분에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를 멋지게 살려내며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렸다. 이재성이 왼발로 감아올린 공을 향해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김민재가 솟구치며 정확한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96년생 김민재 바로 앞에는 81년생 노련한 수비수 곽태휘가 떠올랐지만 점프 타이밍이나 몸싸움에서 김민재가 우위를 보인 것이다.

교체 선수 아드리아노, 친정 팀 울리다

김민재의 선취골이 후반전 초반에 터진 덕분에 한숨을 돌린 전북 벤치는 곧바로 수비형 미드필더 장윤호를 빼고 골잡이 아드리아노를 들여보내는 '닥공' 패턴을 내놓았다. 전 소속 팀 FC 서울과의 첫 대결이었으니 남다른 감회를 느끼며 뛴 아드리아노는 72분에 동료 김신욱의 절묘한 원 터치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은 아드리아노의 슛 방향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실점이나 다름없는 위기를 기막히게 막아냈다. 데얀 다미아노비치를 라이벌 수원 블루윙즈로 보낸 뒤 해결사 고민에 빠진 FC 서울이 현재 믿을 선수라고는 골키퍼 양한빈 한 명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최고의 순발력을 자랑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양한빈도 전북의 닥공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75분에 전북의 아드리아노가 손준호의 패스를 받아 골문 왼쪽의 빈 곳으로 정확하게 추가골을 넣은 것이다. FC 서울 수비수들의 걷어내기가 매끄럽지 못한 실수가 눈에 띄었고 이 기회를 아드리아노가 놓칠 리 없었다.

전북 아드리아노 골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서울에서 이적한 전북 아드리아노가 친정을 상대로 골을 넣고 손준호 축하를 받고 있다.

▲ 전북 아드리아노 골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서울에서 이적한 전북 아드리아노가 친정을 상대로 골을 넣고 손준호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FC 서울 미드필더 김성준의 추가 시간 프리킥 만회골이 나왔기에 아드리아노의 골이 결국 결승골로 기록됐다. 골잡이로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해 준 친정 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골을 넣었기에 아드리아노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2015년 FA컵과 2016년 K리그 클래식 우승 팀으로서 항상 우승 경쟁을 펼칠 팀으로 분류됐던 FC 서울의 2018 시즌 시작은 현재 10위(1무 2패 2득점 4실점)로 어둡다. 아무래도 수원 블루윙즈의 파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빈 자리가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이제 전북 현대는 A매치 휴식기를 끝내고 오는 31일(토) 오후 4시 상주 상무를 전주성으로 불러들이고, FC 서울도 4월 1일(일) 오후 2시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상암으로 불러 시즌 첫 번째 경인 더비 매치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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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K리그 원 3라운드 결과(18일 오후 2시, 전주성)

★ 전북 현대 2-1 FC 서울 [득점 : 김민재(50분,도움-이재성), 아드리아노(75분,도움-손준호) / 김성준(90+3분)]

◇ 2018 K리그 원 3라운드 현재 순위표
1 경남 FC 9점 3승 8득점 2실점 +6
2 강원 FC 9점 3승 6득점 3실점 +3
3 포항 스틸러스 7점 2승 1무 7득점 3실점 +4
4 전북 현대 6점 2승 1패 6득점 4실점 +2
5 수원 블루윙즈 4점 1승 1무 1패 4득점 3실점 +1
6 인천 유나이티드 FC 4점 1승 1무 1패 4득점 4실점 0
7 제주 유나이티드 4점 1승 1무 1패 1득점 2실점 -1
8 전남 드래곤즈 3점 1승 2패 5득점 7실점 -2
9 상주 상무 3점 1승 2패 4득점 5실점 -1
10 FC 서울 1점 1무 2패 2득점 4실점 -2
11 대구 FC 1점 1무 2패 0득점 5실점 -5
12 울산 현대 0점 3패 0득점 5실점 -5
축구 K리그 전북 현대 FC 서울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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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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