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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대담시간, 왼쪽부터 '초이앤라거갤러리' 공동대표 '야리 라거', 작가 '헬레나 파라다 김' 그리고 '초이앤라거갤러리' 공동대표 '최진희'
 작가와 대담시간, 왼쪽부터 '초이앤라거갤러리' 공동대표 '야리 라거', 작가 '헬레나 파라다 김' 그리고 '초이앤라거갤러리' 공동대표 '최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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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작가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과 '안드레아스 블랑크(A. Blank)' 2인전이 종로구 삼청동 '초이앤라거갤러리'에서 3월 28일까지 열린다. 20년 가까이 런던과 파리와 쾰른 등 유럽에서 갤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최선희·최진희 자매의 기획전이다.

이 두 작가는 지금 독일에서 유망주로 맹활약하고 있다. 헬레나는 정체성을 탐색하는 새로운 형식의 초상화로 주목받고 있다. 또 미국 '록펠러 재단'과 뒤셀도르프 시 등에 작품도 소장되어 있다. 안드레아스는 '크로네재단상', '독일국가컬렉션(환경처)'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이들은 똑같이 '현대미술의 메카'라 불리는 베를린에서 작업하고 있다.

다문화 속에서 자란 헬레나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두 자매(Two sisters)' 170×250cm 2009. 이중의 정체성을 기묘하게 대조시켜 디테일한 화필로 표현하다. 한복에 드러난 음영효과와 섬세한 묘사력이 뛰어나다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두 자매(Two sisters)' 170×250cm 2009. 이중의 정체성을 기묘하게 대조시켜 디테일한 화필로 표현하다. 한복에 드러난 음영효과와 섬세한 묘사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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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헬레나 파라다 김' 작가에 대해 알아보자. 그녀는 1982년 '쾰른'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머니는 한국계로 1965년 파독된 간호사 출신이다. 화가인 아버지는 스페인 사람이다. 이렇게 작가는 한국과 스페인과 독일이라는 다문화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녀의 작품엔 작가의 개인사뿐 아니라 가족과 친척들 이주사도 녹아 있다.

그녀는 백남준이 한때 교수였던 명문인 '뒤셀도르프' 미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녀의 지도교수는 '피터 도이그(Peter Doig)'. 그는 런던 '테이트'에서 전시할 정도로 유명한 작가이다. 헬레나는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그를 실력과 인품을 고루 갖춘 교수로 평가했다. 그 교수는 경험을 쌓게 하려고 제자들도 그의 작업에 참여시킨단다.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제사' 170×250cm 2016. 이 작품은 스페인의 거장 '고야'의 '블랙페인팅' 화풍이 연상된다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제사' 170×250cm 2016. 이 작품은 스페인의 거장 '고야'의 '블랙페인팅' 화풍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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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는 기자들과 대담에서 이러한 가정 배경 때문에 심한 마음 고생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엔 독일이 여러모로 한국보다는 여건이 좋다는 생각에 만족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혼란이 왔단다. 5살 때는 독일어 발음에서 한국 억양을 없애려고 할 정도였다니 그 고초가 얼마나 컸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한국 이민세대가 독일 사회에서 유난히 자국 문화에 대해 심하게 집착을 보이는 걸 보고 놀랐단다. 그만큼 그 사회에 적응 못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작가 자신도 한국문화에 더 빠지게 되었단다. 안동 하회마을에 갔을 때 엄숙한 분위기에 치러지는 제사를 인상 깊게 봤나보다. 어둔 분위기 속 놋그릇에서 장엄함마저 느껴진다.

그녀는 한국에 오면 유럽인이 되고, 스페인이나 독일에 가면 동양인이 된다. 이래도 저래도 이방인이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위상을 찾는 긴 모색과 시행착오 끝에 창작을 통해 난관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되었단다.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습신(Seupsin)' 80×100cm 2018. 한국의 문화코드인 '짚신'을 세련된 현대미술로 변형시키다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습신(Seupsin)' 80×100cm 2018. 한국의 문화코드인 '짚신'을 세련된 현대미술로 변형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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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요소가 창작자로서 더 폭넓은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 장점이 되지 않겠냐고 묻자, 작가도 이제는 자신의 다문화 정체성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단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성형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한국인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란다. 독일문화원이 제작한 작가 홍보영상을 보면 그녀는 한국이 너무 미국화 되는 경향에 대해 아쉬워 한다. 한국만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위 작품에서도 작가의 그런 의도가 살짝 보인다.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한복

오랜 방황 끝에 그녀가 찾아낸 작품 소재는 '한복(Hanbok)'이다. 어린 시절 서랍에서 꺼내본 엄마 사진 속 한복에서 모국의 넉넉한 품을 느낀 모양이다. 독일에 이민온 한국 1~2세대에게는 마음을 감싸주는 고향 같았으리라.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한복만큼 문화 정체성을 찾는 데 더 좋은 것은 없으리라. 그런 면에서 그녀에게 한복은 한낱 옷이 아니라 작가의 계보를 찾아가는 기표이기도 하다. 또한 어머니 나라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주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그녀가 좋아하는 스승인 '피터 도이그' 교수가 그녀에게 던져준 말, 즉 사람만 초상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물도 초상화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고무됐다고 한다.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세나와 라파엘(Sena and Rafael)' 180×160cm 2017. 작가의 조카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친척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종종 등장시킨다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세나와 라파엘(Sena and Rafael)' 180×160cm 2017. 작가의 조카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친척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종종 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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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한복을 입은 작가의 두 조카를 그린 것이다. 장독을 등장시켜 아주 한국적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두 아이의 눈빛은 형형하고 머리에 쓴 금관은 의젓해 보인다. 기품이 넘친다. 이국 생활에 지친 조카들에게 용기를 주려는 의도인가. 이렇듯 한복이라는 소재는 평이해 보이지만 실은 다채롭게 변주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여기서 소재는 한복이지만 그 화풍은 17세기 스페인에서 온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당대 대가인 '고야'나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한복문양이 현란하고 치밀하게 그려진 이유다. 요즘 작가들이 세밀한 묘사에 서투른데 그녀는 이런 바로크적 회화기법에 능숙하다. 그래서 완성도 높은 회화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우암도에서 온 여인들(The women from Uamdo)' 2017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우암도에서 온 여인들(The women from Uamdo)'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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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한국의 어머니나 할머니를 그린 것이다. 강대국 틈바구니 사이에서 이 나라를 지켜온 전사라고 할까. 다시 말해 이름 없는 한국여성이 뿜어내는 생명력에 대한 찬가라고 할까. 곡절 많은 삶을 살아온 이들의 소탈한 삶을 같은 여성으로 공감하며 화폭에 옮겨놓았다는 점이 너무 자연스럽게 보인다.

또 헬레나는 이런 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그리움, 기다림, 외로움' 같은 애틋한 정서를 물질화하고 있다. 작가도 긴 정체성 탐색 속에 자신의 몸에도 흐르는 한국적 유전인자를 어찌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감정어휘를 'sad', 'pitiful', 'pathetic' 같은 영어로 번역한다 해도 서양인은 어감을 체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부모세대에 대한 애도 표현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승자 2번(Seung-Za II)' 170×120cm 2017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 I '승자 2번(Seung-Za II)' 170×120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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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한복은 얼굴이 없는 그림이라 더 애절하게 보인다. 한국인의 심경을 절박하게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다. 얼굴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내면에 흐르는 어떤 정서가 느껴진다. 삶에서 맛보는 서글픔이나 고단함이 얼마나 컸으면 얼굴마저 다 닳아버렸나. 작가의 혼마저 유령이 되어 신령한 한복을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도는 것 같다.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작가는 어머니 세대가 이국에 와서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며 겪어야 했던 고충과 아픔에 대한 연민과 '애도(mourn)'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2인전이라 갤러리 입구에는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의 '찢어진 한복(Torn Hanbok 2017)'과 함께  안드레아스 블랑크(Andrea Blank)의 '무제(Untitled 2018)'와도 같이 전시되고 있다
 2인전이라 갤러리 입구에는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e Kim)의 '찢어진 한복(Torn Hanbok 2017)'과 함께 안드레아스 블랑크(Andrea Blank)의 '무제(Untitled 2018)'와도 같이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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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우리도 포착하기 힘든 유물처럼 보이는 한복을 보자. 한국 여인들 수난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잃지 않은 불굴의 정신을 은유한 것인가. 사실 우리는 한복이라면 식상하다. 그러나 이런 한복은 뭔가 다르다. 우리의 옆구리를 팍팍 찌른다. 왜 그런가? 그건 아마도 작가가 오랜 궁리 끝에 어렵사리 찾아낸 보물 같은 소재이기 때문이리라.

결론 같은 이야기지만 그녀는 한복 그림을 통해서 한국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잘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빠른 서구화로 우리도 까맣게 잊어버린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준다고 할까. 아무리 첨단의 디지털 문명 속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지켜나가야 전통은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다는 충고로 들린다.

안드레아스 블랑크

이번에는 2번째 작가 '안드레아스 블랑크'를 소개한다. 그는 1976년 독일 뉘른베르크 근처 '안스바흐'에서 태어났다. 독일 '칼스루에' 미대와 영국 '런던왕립미대' 석사를 마쳤다. '사치갤러리' 등이 주최하는 '뉴센세이션전'에 최종후보까지 올라가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안드레아스 블랑크(Andrea Blank) 작가와 그의 작품, '무제' 대리석 뱀파이어 2017
 안드레아스 블랑크(Andrea Blank) 작가와 그의 작품, '무제' 대리석 뱀파이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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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탈리아 '볼테라'의 검은 대리석이나 아프리카 '짐바브웨' 채석장까지 돌아다니며 찾아낸 투명하고 잡티가 없는 석고로 작업을 한다. 어렵사리 얻은 이런 희귀 돌을 아날로그방식으로 조각한다. 그러나 현대 미술가이기에 작가의 의도성보다는 우연성을 중시한다. 게다가 초현대적 감각을 내기 위해 때로는 고고학적 상상력도 발휘하는 것 같다.

이런 작품은 지루한 과정을 통해 완성하기에 많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그가 대리석뿐만 아니라 세일즈맨의 애환이 담긴 구두, 가방, 와이셔츠 등을 만드는 것은 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인가. 이런 것이 전시장에 놓임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아트가 된다.

별 쓸모가 없는 돌 조각이 보여주는 무용성과 그것이 낳는 허무의 노출, 그러나 이런 영구적인 조각 소재를 통해 우리는 짧은 인생의 덧없음을 오히려 성찰하게 한다.

 '초이앤라거갤러리'의 '최선희·최진희' 공동대표 헬레나와 브랑크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다. 헬레나의 '한복 묶음(2017)'과 '김소네의 치마(2018)' 그리고 블랑크의 '모뉴먼트22(2018)'와 '비행기(2016)'
 '초이앤라거갤러리'의 '최선희·최진희' 공동대표 헬레나와 브랑크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다. 헬레나의 '한복 묶음(2017)'과 '김소네의 치마(2018)' 그리고 블랑크의 '모뉴먼트22(2018)'와 '비행기(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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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앤라거갤러리는
이 갤러리는 2012년 야리 라거, 최선희, 최진희가 공동대표로 독일 쾰른에 연 화랑이다. 이들은 여러 나라의 국제아트페어 참여해 사업을 확장시켜 나간다.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홍콩 등 외국 갤러리와 공동기획도 한다. 독일 '쾰른'에 이어 2016년 서울 청담동에 분점을 내었고 2017년에 삼청동으로 이전했다.

<런던미술수업>의 저자이기도 한 최선희 대표는 2002년 영국 크리스티 인스티튜트에서 '디플로마'를 받은 후에 유럽에서 독립 기획자와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해왔고 야리 라거는 영국 시티 대학에서 미술 경영학 석사를 받은 후 리슨 갤러리 메니저를 거쳐 초이앤라거 갤러리를 런던에서 운영해왔다.

최진희 대표는 독일 뒤셀도르프 디자인대학 석사학위를 딴 이후 미술과 디자인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이들의 거점은 런던, 파리, 쾰른이다. 유럽과 한국 오가며 해외 작가를 한국에 소개하고 또한 한국작가를 유럽에 소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초이앤라거갤러리' 쾰른 주소: Wormser Strasse 23 50677 Cologne Germany, 서울주소: 종로구 팔판 길 42번지, 홈페이지: www.choiandlager.com 전화: 070-7739-8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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