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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이었다. 아침 출근 준비가 한창 중인데 까꿍이가 기쁜 듯 대뜸 질문을 던졌다.

"아빠. 오늘 무슨 날이게?"
"응? 무슨 날이지? 발렌타인데이도 아니고. 그냥 금요일?"
"아닌데."
"그럼 뭐지? 잘 모르겠다."
"엥? 아빠는 그것도 몰라? 오늘 패럴림픽 개막식 하는 날이잖아!"
"아, 그래? 아빠도 몰랐네."
"오늘 개막식 볼 수 있을까? 저번처럼 멋있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아는 패럴림픽 아빠는 동메달
▲ 아이들도 아는 패럴림픽 아빠는 동메달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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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었다. 패럴림픽을 기대하는 아이들과 달리 패럴림픽에 대해서는 관심이 1도 없는 아빠라니. 사실 난 장애인올림픽이 언제부터 패럴림픽이라고 불리게 된 지도 몰랐다. 그것도 이번 평창패럴림픽에서 처음 들어본 단어였다.

까꿍이의 기습에 당황하고 있는데 까꿍이에 이어 8살 산들이와 6살 복댕이가 이어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폼을 보니 어린이집에서 패럴림픽에 대해 배운 듯했다. 녀석들의 어린이집이 지역에서 장애아 통합과정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패럴림픽을 다른 어린이집보다 열심히 가르쳤으리라.

"아빠, 패럴림픽은 왜 종목이 6개야?"
"응? 패럴림픽은 종목이 6개 밖에 안 된대?"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썰매하키라고 불려?"
"아이스하키를 하는데 썰매를 탄다고?"
"헐... 왜 아빠는 하나도 몰라? 예전 올림픽 때는 스키점프 본다고 평창까지 갔으면서."
"그러게. 아빠는 패럴림픽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평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다르게 대하면 안 된다고,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게 잘해주라고 가르치던 아빠이지 않았나. 아이들은 패럴림픽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아빠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후 평창동계패럴림픽 기간 중에도 틈틈이 나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왜 패럴림픽은 중계방송을 하지 않느냐, 왜 사람들이 패럴림픽에는 관심을 갖지 않느냐 등 모두가 하나같이 우리 사회가 들어야 질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여전히 고작해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접한 패럴림픽에 대한 소식이 전부였다.

장애인에 대한 고민

사실 그동안 난 스스로 장애인에 대해 누구보다 따뜻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가 장애인을 마주칠 때도, 일상생활에서 가끔 장애인과 함께할 때도 거리낌이 없는 편이었다.

그것은 사촌형 덕분이었다. 1년에 열 번이 넘는 제사와 명절 때마다 만나는 사촌형 중 한 명이 장애를 갖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와 어울리다 보니 나는 다른 또래보다 '장애'라는 개념에 대해 고민을 일찍, 그리고 깊이 하는 편이었다.

이는 크면서도 내게 꽤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과 감정적 유대를 나눌 수 있었다. 집안에 장애를 가진 식구가 있는 친구들은 어떤 부분 일정한 벽을 가지고 있게 마련인데, 나는 비교적 쉽게 그 벽을 넘어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굳이 말은 안 했지만 그 아픔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성인이 돼서도 사촌형의 영향은 컸다. 나는 모든 사람은 똑같다는 '평등'의 개념에 대해 더 민감했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근대의 폭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소위 마이너리티 감성에 관심을 가졌으며, 결혼을 해서는 아이들을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으로 보낼 수 있어서 매우 기뻐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 장애아와 함께 생활한다면 그만큼 아이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질 거라고 믿었다.

친절상을 받은 산들이 잘 크고 있다
▲ 친절상을 받은 산들이 잘 크고 있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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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이들은 그런 아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산들이와 복댕이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장애아 친구들에 대해 더 잘해주는 편이었다. 아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자체를 특별하게 하지 않았다. 그냥 장애아 친구들은 조금 몸이 불편한 친구일 뿐이었다.

산들이는 현장학습을 갈 때면 선생님들이 가장 믿는 아이였다. 녀석은 장애아 친구들과 손을 잡는 역할을 해줬으며, 이번에 어린이집 졸업식에서는 장애아 친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면서 '친절상'이라는 상도 받아왔다. 아이가 마이너리티에 대해 따뜻한 심성을 갖길 바라는 부모로서 가장 흡족한 상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까꿍이 질문 하나에 뜨끔했던 것이다. 나는 왜 패럴림픽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일까? 생활인이 되면서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에게 고맙다

태극기 2개 꽂고 경기장 향하는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하키경기장에서 열린 2018 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국과 캐나다 경기 응원을 위해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 태극기 2개 꽂고 경기장 향하는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하키경기장에서 열린 2018 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국과 캐나다 경기 응원을 위해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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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남들처럼 패럴림픽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에 대해 비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과연 패럴림픽 주최국이 맞느냐며 비난했지만 나는 그 전에 내 스스로를 돌아봐야만 했다. 과연 내게 그런 자격이 있을까. 당장 나와 같이 관심 없는 사람이 많으니 언론에서도 보도를 안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이런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 이는 다름 아닌 김정숙 여사였다. 나는 평창에서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언론이 아닌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계속 접할 수 있었는데, 그녀의 한결같음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언론도 외면하고 있는 패럴림픽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김정숙 여사의 모습. 혹자들은 그것이 쇼에 불가하다고 폄훼하지만, 혹여 그것이 쇼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한결같음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며, 그렇게 하다 보면 없던 신념도 생길 수밖에 없다.

김정숙 여사가 평창에서 응원하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그만큼 청와대가 패럴림픽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 영부인이라는 자리가 한가한 자리는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청와대가, 정부가, 국가가 장애인들을 국민으로 섬기겠다는 의미다.

 문재인-김정숙 대통령 부부가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동계패럴림픽 대한민국 대 이탈리아 전 아이스하키 관람을 와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있다. 이날 응원전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이인영·송영길 의원 등도 함께 자리 잡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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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패럴림픽 선수단 출정식에 참여하고,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 논의와 같이 굵직굵직한 일정이 있음에도 평창을 찾는 문재인 대통령. 어쩌면 이는 대통령을 넘어 과거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개인 문재인이 '사람이 먼저'라는 자신의 믿음을 실천하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은 똑같이 존엄하며, 국가는 그것을 바탕으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감사하다. 그들 덕분에 나를 다시금 돌아보고 2018년 3월 패럴림픽이 성공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는 한 마디. 너희들을 보면서 아빠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너희들이 장애·비장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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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