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몇 년 전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외국의 한 여성이 화장실 휴지를 쓰지 않고 자투리 천으로 용무를 본다는 글을 읽었다. 그때 당시 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찝찝하게 천으로 엉덩이를 닦지?' 그러면서도 어쨌든 환경을 생각하는 글쓴이의 엄청난 용기와 실천에 박수를 보냈다.

소박하게 살기. 쓰레기를 줄이기. 이 두 가지 숙제들을 가지고 무엇을 해보나 고민하는 것을 즐겨하는 나는 이 무시무시한 숙제, 화장실 휴지를 두고 머리를 싸맸다.

'이게 과연 실천 가능한 일인가. 이게 뭐라고 나는 내 엉덩이의 위생을 위협하려고 한단 말인가.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된단 말인가.'

첫 번째 시도, 더러움에 무릎 꿇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발견하고야 말았다. 한국의 어느 위대한 블로거를 말이다. 그녀도 또한 자투리 천으로 용무를 보고 있었다! '아! 있었구나! 우리의 위대한 동지가!' 나는 그날로 당장 집에 굴러다니는 천들로 작은 면 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천으로 용무 보기 작전을 시작했다. 첫 번째 시도. 나는 그야말로 큰 용무를 보고 바로 면 휴지로 닦았다. 그 결과. 면을 쓰고 매일 빨아 쓰려던 나의 시도는 처참히 무너졌다. 왜냐. 면 휴지가 엄청나게 지저분한 얼굴로 대량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이 지저분한 천조각을 어떻게 빨아야 하나 난감했다. 그리고 이 짓을 매일 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미친 사람 같았다. 나의 첫 시도는 실패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나의 면휴지였다. 엠보싱 뽀송뽀송 화장지의 촉감이 하나도 없었다.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엠보싱, 솜처럼 부드러운 촉감 그리고 손에 쥐었을 때 적당한 그립감과 탁월한 오물 제거력이 필요했다. 나의 자투리 천 중에서 그것을 수행할 만한 것을 찾았는데... 두 번째 대상은 티셔츠였다. 여름용 면 티셔츠를 잘라 적당한 사이즈로 휴지를 만들었다. 우선 오케이.

두 번째 시도, 결과는...

화장실휴지
 화장실휴지
ⓒ 이수민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 시도. 이번에는 좀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우선 큰 용무를 보고 물로 세척한 후 면휴지로 마무리하기로 말이다.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용무를 보나 검색한 결과, 건조한 사막에서는 모래로 닦고, 숲에서는 이파리로 닦고, 물 가까이에서는 물로 닦았다. 전 세계 인류가 동글한 화장실 휴지만 쓴다는 내 편견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화장실에서 물로 먼저 닦기로 했다.

결과는 만족.

화장지 없이 큰 용무 보기에 드디어 성공했다. 예전에는 찝찝해서 몇 번이고 닦았는데 지금은 물로 세척하고 면 휴지로 닦으니까 훨씬 깔끔했다. 그리고 물로 씻고 마무리 작업에만 면휴지가 투입되니 깨끗해서 빨래할만 했다.

하지만 역시 여기에는 수고가 뒤따랐다. 물로 닦아야 하는 불편함과 면휴지를 빨아야 한다는 불편함. 우리 집에는 비데가 없어서 샤워기로 닦아야 한다. 면휴지는 옆에 쌓아놨다가 빨래할 때 빨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할 만하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족스럽다. 다만 밖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화장지를 쓰고 있다.

어쨌든 현대 문명을 거스르고 있다는 쾌감과 새로운 용무 처리 방식의 발견에 내가 뭐라도 된 것만 같다. 그리고 나는 내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해본다는 나의 숙제 하나를 풀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재미난 실험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떠신가요 여러분, 이 '미친 짓'에 한번 동참해보실랑가요?


태그:#화장실 휴지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