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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동안, 주당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하나당 하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52권 자기 혁명'을 제안한다. 1년 뒤에는 52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기자말

예전에 브라질 출장을 갔는데 약속 상대가 한 시간이 넘도록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남미 사람들의 시간 감각에 대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던 상황이기는 했지만, 18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에게는 궁극의 인내력 테스트로 손색이 없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인간관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약속 상대가 예정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결정 변수는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관계라는 맥락 속에 있다. 스티븐 코비는 '감정의 은행 계좌' 잔고, 즉 둘 사이에 그동안 쌓인 신뢰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신뢰의 잔고가 비었다고 내키는 대로 감정을 분출해도 괜찮지 않은 것이 삶의 딜레마다. 내적 갈등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최고의 규칙을 나는 니콜라스 부스먼의 <90초 첫인상의 법칙>에서 만났다.

호감을 부르는 미러링

 <90초 첫인상의 법칙> 표지
 <90초 첫인상의 법칙> 표지
ⓒ 씨앗을 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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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패션업계에서 사진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본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말한다. 사람의 첫인상은 길어봐야 90초가 지나기 전에 결정된다고.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그만큼 짧은 시간만 정신 차리면 좋은 첫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신과 유사한 사람을 좋아한다. '왠지 이 사람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라는 생각은 '라포르(rapport)'라는 미묘한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그 바탕은 두 사람의 유사성이다. 취미나 기호가 비슷한 경우는 물론, 단순히 고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람은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유사성이야말로 적이 아니라는 최선의 증거라서 그럴 것이다.

유사성이 호감의 필요조건이라면, 유사성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저자는 '미러링', 즉 거울 전략을 제시한다. 너무 티 나지 않게, 상대방의 바디 랭귀지나 목소리 톤을 미묘하게 따라 하는 것, 그것이 미러링이다. 사람은 주로 사용하는 감각기관에 따라 시각, 청각, 촉각 유형의 세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상대방이 어느 유형인지 빠르게 파악해서, 주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말투와 행동을 세심히 살펴보면 유형이 보인다. 일단 말하는 속도가 다르다. 시각 의존적인 사람들이 가장 빠르게 말하고, 촉각 의존적인 사람들이 느리게 말하며, 청각 의존적인 사람들은 그 중간쯤이다. 사용하는 단어도 다르다. 대개 자신이 의존하는 감각과 관련된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시각적인 사람들은 "나는 이렇게 본다"라고 말한다면, 촉각적인 사람들은 "나는 이렇게 느낀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옷 입는 방식을 보면, 시각적인 사람들이 단정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반면, 촉각적인 사람들은 편한 옷을 즐긴다. 시각적인 사람들이 요점만 말하는 반면, 촉각적인 사람들은 에둘러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청각적인 사람들은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시각, 청각, 촉각적인 사람들의 비중은 각각 55%, 30%, 15% 정도라고 한다(이 비율이 60:20:20이라는 최근 조사 결과도 있다).

대화에서 언어 내용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7%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인간은 언어의 동물이다. 따라서 미러링도 중요하지만, 대화의 기술도 중요하다. 저자는 '능동적 듣기'를 대화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능동적 듣기는 두 가지 기술로 되어 있다. 바로 경청과 질문이다.

강력한 의사결정 도구, KFC

 감정에 휩싸여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을 꺼내 보자.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후회할 결정을 피할 수 있다.
 감정에 휩싸여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을 꺼내 보자.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후회할 결정을 피할 수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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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빠른 라포르 형성에 네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태도, 미러링, 대화 기술, 그리고 상대방이 주로 의존하는 감각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내는 능력. 뒤의 세 가지에 대해서는 이미 말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요소, 즉 태도에 관해서 알아보자. 이 책에서 배워가야 할 단 한 가지가 이것이다. 상황에 맞는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세 개의 질문, 그것이 KFC다. K, F, C는 다음 세 문장의 문자를 딴 것이다.

원하는 것을 알라. (Know what you want.)
무엇을 얻고 있는지 파악하라. (Find out what you're getting.)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행동을 바꿔라. (Change what you do until you get what you want.)

요약하면, 목표 재확인, 상황 파악, 작전 변경이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왜 지금 이 행동을 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목표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인데, 말하자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엎지른 물을 닦으려고 행주를 찾다 보면, 키친 타월이 보여도 그냥 지나치고 만다. 어느새 행주를 찾는 일에 매몰된 것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감정에 매몰되는 것이다. 주말을 아이들과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놀이공원에 갔다가 인파에 치여 주말을 망치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시작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고속도로부터 막힌다. 놀이공원으로 나가는 나들목은 아예 주차장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는 없다.

반드시 놀이공원에 가야 하고, 반드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으로 목표가 바뀐다. 경쟁적으로 주차를 하고,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 서다가 새치기하는 사람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 식당에서는 바가지를 쓴다. 왜 주말에 쉬지 못하고 이 고생을 하나 생각하다 보면 아이가 원망스럽다. 처음에 목표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간다.

고속도로나 나들목에서 길이 막히는 상황에서, "아, 내가 원래 하려던 것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지"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목표를 언제나 마음속에 새기고 있으면,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거나, 감정에 매몰되어 나중에 후회할 일을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결국, 스티븐 코비의 '중요한 것 먼저' 원칙과 같은 이야기다.

두 번째 단계인 상황 파악이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목표와 현실이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놀이공원의 예를 들어 이야기하자면,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놀이공원=즐거운 휴일'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이 단계다.

다음 단계인 작전 변경은 자연히 따라온다. 교통 체증으로 인해 놀이공원에서의 즐거운 휴일이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아니라면, 뭔가 다른 선택지를 시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늘 쉽지만은 않다. KFC 원칙이 필요한 상황은 대개 짜증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지력이 많이 고갈된 상태다.

이럴 때 원래의 결정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일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매몰 비용의 문제도 있다. 교통 체증을 뚫고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시간을 들였는데,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상황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원래 의도했던 것을 얻기 위해, 당장 행동을 바꿔야 한다.

부동산 거래 약속을 잡았는데 상대방이 아예 약속을 잊고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연가까지 써 가면서 날을 잡은 것이라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하지만 나는 KFC를 상기했다.

나는 그 아파트가 매우 마음에 들었고, 그 물건이라면 내가 아니더라도 거래 상대는 얼마든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마음에 있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약속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원하던 거래를 잘 끝낼 수 있었다.

살다 보면 화나고 짜증 나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럴 때 내가 진정 원하는 것,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상기할 수 있다면,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오랫동안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게 된다. K,F,C는 마음속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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