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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주식회사 군산공장 정문. 지난 2월 13일 공장 폐쇄 결정이 난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정문 전경.
▲ 한국지엠 주식회사 군산공장 정문. 지난 2월 13일 공장 폐쇄 결정이 난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정문 전경.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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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쉐보레다. 아빠 회사잖아. 군산공장 폐쇄해? 근데 폐쇄가 뭐야?"

최 아무개씨(46세)는 10살 아이의 질문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순간 멍했던 정신을 부여잡고, 대답을 했다. 그는 "폐쇄는 공장 문을 닫는 거야. 아빠가 앞으로 회사 가서 일을 할 수 없고, 한달 일하고 월급 받아서 생활할 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양은 "그러면 아빠 뭐 먹고 살아? 우리 뭐 먹고 살아? 나 학교는 갈 수 있어?"라고 되물었다. 최씨는 "학교는 보낼거야 걱정하지마"라고 아이를 안심시켰다. 최 씨는 최근 제네럴모터스(GM)가 문을 닫기로 결정한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직원이다.

요즘 그의 하루는 아내와 아이들 위주로 돌아간다. 아침, 저녁으로 학교 앞에서 작은 분식집을 하는 아내의 일과 두 딸아이의 등하교를 돕는다. 가사도 그의 몫이다. 사실 이 같은 일상이 최근 들어 갑작스레 변화된 모습은 아니다. 공장이 가동할 때도, 가사와 아내의 분식집 일을 분담해왔다.

최 씨는 "요즘 가사일을 많이 하는데, 이건 그전부터 그랬다. 일감을 많이 안주면서 물량이 줄어들다 보니 한 달에 4-5일, 많으면 7일 근무를 했다. 일을 나갈 때는 저녁에만 도와줬다"며 "회사 일이 줄면서 어디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나갔다"고 말했다.

"공장 일이 줄면서 알바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나갔다"

그는 1996년 대우자동차의 도장 파트로 입사했다. 4년 전부터는 출고사무소로 파견을 나왔다. 그의 전환 배치는 생산 물량 감소가 원인이었다. 군산공장 연간 생산량은 지난 2013년 14만 4814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14년 8만 1670대, 2015년 7만 5대, 2016년 3만 3782대, 2017년 3만 3982대를 기록했다.

생산량이 줄자 근무형태가 바뀌고, 직원들의 자리가 없어졌다. 회사는 공장의 근무 시스템을 지난 2015년 4월부터 주-야 2교대에서 주 1교대로 전환했다. 이에 앞서 회사는 약 1000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일은 더욱 줄었다. 올해는 배정 받은 생산량이 1만 5000대 밖에 되지 않았다. 최 씨는 "출-퇴근과 업무가 규칙적인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야 하는데, 이틀 쉬고 이틀 나가고, 또 며칠 쉬고 이틀 나가는 식이어서 사이클이 맞지 않았다"면서 "현장 분위기는 우울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한국지엠 노동조합 군산공장지회 조합원. 지난 13일 군산에서 만난 한 군산공장 직원. 그는 공장 폐쇄 후 실시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다.
▲ 한국지엠 노동조합 군산공장지회 조합원. 지난 13일 군산에서 만난 한 군산공장 직원. 그는 공장 폐쇄 후 실시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다.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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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 1교대 근무로 바뀌면서 언젠가 공장이 문을 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업무일수는 줄고, 휴무일수는 점점 늘어갔다. 물량이 줄어 감에 따라 커진 불안감은 작년 여름 폐쇄설이 나왔을 때 정점에 달했다. 그리고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카허 카젬 사장이 회사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아, 올게 왔구나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몇 개월 안에 빨리 진행할 줄은 몰랐다. 2~3년은 가지 않을까, 군산공장은 문을 닫더라도 부평 선배들이 정년 퇴직하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장 간에 전환배치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정년 퇴직자들이 1800명 정도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공장을 폐쇄하면서 희망퇴직을 받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폐쇄 발표가 있기 전까지 최 씨는 공장이 쉬는 줄로만 알았다. 2월 초까지 일을 했다. 회사로부터 2월 12일부터 4월 중순까지 쉬고, 이후에 일이 있을 거라고 전달을 받았다. 휴업으로 알고 있었던 그는 결국,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공장 폐쇄 발표 날, "가게 일 도와주는 내내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날도 최 씨는 아내의 분식집에서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에 대한 그의 말이다.

"9시엔가 (군산공장 폐쇄 결정)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일 돕고, 청소하느라 못 보고 한참 후인 11시쯤 봤다. 어머니께 제일 먼저 전화 오고, 형, 친구들에게서 전화, 카톡이 계속 왔다. 그리고 조합에서 14일에 결의대회 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날은 가게 일을 도와주는 내내 정신이 나가 있었다."

회사는 설 연휴를 이틀 남겨두고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본가가 군산이라서 그동안은 부모님 댁에서 지냈는데, 이번에는 서울 동생 집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역귀성을 했다. 당연히 설날 명절 분위기는 없었다. 다들 앞날을 걱정할 뿐이었다. 하지만 미래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희망퇴직 신청이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도 중요 했지만 희망퇴직서가 집으로 날라왔다. 그걸 보면서 막막하면서도 답이 없었다. 희망퇴직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많다 보니까 이후 뭘 어떻게 하지는 두 번째가 됐다"고 설명했다.

직장 동료들과 지인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희망퇴직 신청과 미신청의 차이를 따져봐야 했다. 고심 끝에 최 씨와 아내는 마감 3일 전, 회사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는 당시 아내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집사람에게 물어봤었다. 그러니까 '(아내가)우리 나가서 할 거 없잖아. 애들 이제 겨우 10살, 8살인데 군산은 어디 가서 일할 데도 없고,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데 자기는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 남들 쓴다고 해서 혹하지 말고 앞만 보고 가자 그러더라." 

최씨 부부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기자가 '희망퇴직 신청하신 분들은 답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래는 그의 말이다.

"불안감이 좀 있었다. GM이 신빙성이 없는 말들을 많이 했다. 몇 년 전에도 5년간 8조 원 투자와 신차 투입을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껏 지킨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신차 2종 계획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희망퇴직 쓰신 동료들 중에는 회사가 길어야 5년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있었다. 또, 다음 구조조정 때는 위로금을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언론에서 접수 이후 추가 정리해고 가능성을 운운해서 마지막날 희망퇴직자들이 많이 나왔다. 며칠 전 희망퇴직한 동생을 만났는데, 불안해서 나갔는데 할 게 없다며 답답하다고 하더라. 전환배치 기다릴 걸 하는 후회하는 친구들도 많다."


 한국지엠(GM).
 한국지엠(GM).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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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동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5월 이후의 거취가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대형 운전면허, 자동차 도장이나 정비 학원을 다니며 미래를 준비 중이다. 최 씨도 혹시 몰라서 화물차 운전을 하기 위해 대형면허 취득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그래도 역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부평 또는 창원공장으로의 전환배치다. 최 씨는 "희망퇴직 안 써서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3월 이후 희망퇴직 신청차들이 퇴사를 하는데, 이후에 전환배치가 빨리 될지, 늦게 될지 기대 반 우려 반 심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의 실사가 신속하게 끝나길 바라지도 않는다. 오히려 오랜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면밀하고, 꼼꼼하게 살펴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그는 "너무 늦게 끝나도 마음이 조마조마하겠지만, 또 빨리 진행되면 주먹구구식이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적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한국지엠 노동자가 10년이 됐든 20년이 됐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군산공장이 문을 닫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본사의 전략에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본사)에서 현지생산과 판매를 강조했고, 지난 2013년에 메리 바라 씨이오(CEO)가 들어오면서 재무구조와 생산 시스템이 변경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지엠 전체 판매의 60~70%가 서유럽 수출이었는데, 이를 차단을 하면서 생산이 크게 줄었다"면서 "본사에서 어느 순간부터 한국지엠에 대해서도 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가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최 씨의 전언이다.

"남아있는 직원들은 전환배치를 가장 기대하고 있으며 되도록이면 빨리 진행되길 바란다. 순차적으로 천천히 가더라도 언젠가 일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감이 있다면 몇 달이라도 기다릴 수 있다. 회사에서 군산공장의 노동자들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정부도 실사를 명확하고 정확하게 해서 지원금을 주더라도 지엠이 남아 있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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