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포스터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미안해! 그건 인간도 아니잖아."
"만약에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인간이 아니에요."

무엇이 인간의 기본 요건일까요? 잔악한 범죄자,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자기의 욕심만 쫓는 냉혈한, 그들에게 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저것들은 인간도 아니야.' 우리는 돈과 권력을 쫓는 사람들을 비웃고 나무라지만, 한편 그것을 거머쥔 사람들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합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반면,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할까요.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 청소부들도 그렇습니다. 여자 청소부들이 변기를 닦고 세면대를 닦아도 남자들은 태연하게 볼 일을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청소부들의 처우 문제가 뉴스 지면을 장식합니다. 하찮은 직업,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하죠.

언어 장애인과 괴생명체의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올해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을 받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도 그 청소부들이 나옵니다. 앞서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퍼시픽 림> 등을 만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입니다. 이 영화는 미 항공우주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여자와 그 연구소에 실험 대상으로 잡혀 온 괴생명체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청소를 하다가 괴생명체를 본 이후 사랑에 빠졌고, 해부될 위기에 놓인 그를 구하려 합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멜로 영화의 문법을 따라 가며 사랑에 빠진 연인과 그들의 위기,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그립니다. 장면 하나하나 아름다운 색감과 감미로운 OST가 영화의 매력을 더합니다. 고전 갱스터 영화에 대한 오마주인지, 유명 갱스터 영화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멋진 미장센도 많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결코 재미있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영화 내내 위트 넘치고 상징 가득한 대사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차별의 문제, 인간성의 문제를 건드립니다. "신은 나처럼 생겼다"고 말하며 거들먹거리는 실험실의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분)는 괴생명체를 자신의 출세 발판으로 삼고자 합니다. 권력을 가진 그는 괴생명체를 고문하고, 직장 내 여성 청소부을 성추행 합니다. 고문 장면은 끔찍하고 성폭행을 하겠다고 암시하는 모습 역시 소름끼칩니다.

우리는 쉽게 다른 존재를 '괴물'이라고 말하지만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주인공인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는 언어 장애인이고 엘라이자의 친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분)는 흑인 여성입니다. 매일 남자 소변기를 닦아야 하는 그들을, 연구자들은 대놓고 무시하고 추행하고 차별합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겟 아웃(Get Out)>도 인종차별의 문제를 스릴러로 잘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인종과 계급, 국적까지 더해 차별의 문제를 건드립니다.

괴생명체를 처음 봤을 때 언어 장애인인 엘라이자는 손으로 유리를 톡톡 두드리며 소통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낯선 생명체를 쉽게 괴물이라 부르고 악으로 치부합니다.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소외시키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탐욕을 채우려고 남을 괴롭히는 스트릭랜드야말로 진짜 괴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괴생명체와 엘라이자는 '물'을 매개로 서로 닮았습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shape of water'일 것입니다. 강가에 버려졌던 장애인 고아 엘라이자와 강에서 잡아 온 괴생명체이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다시 물 속으로 돌아갔을 때 하나가 됩니다. 엘라이자는 소통을 위해 괴생명체에게 수화를 알려줍니다. 달걀, 음악, 춤, 너와 나, 사랑. 이런 단어를 말하는 손가락이 아름답습니다. 반면, 전기 충격 곤봉으로 내려치는 스트릭랜드의 손가락은 썩어 문드러져 갑니다. 사랑의 손과 증오의 손, 생명의 손과 죽음의 손. 그렇게 명백히 대비됩니다.

사랑의 힘은 그것이 둘에게만 머물지 않기 때문에 위대합니다. 사랑의 힘은 주변 사람들도 변화시킵니다. 장애인에다 청소부이고, 누구 하나 사랑해주지 않던 외로운 여자인 엘라이자의 삶은 사랑을 시작하며 생동감을 얻습니다.

사랑의 힘은 두려움도 없앱니다. 엘라이자의 이웃이자 가난한 화가인 자일스(리차드 젠킨스 분) 역시 직장에서 잘리고 탈모는 점점 심해지며, 엘라이자 말고는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남자입니다. 젤다는 게으르고 한심한 남편 뒤치다꺼리에 지쳤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엘라이자를 도우려고 할 때 놀라운 용기와 힘을 발휘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 같은 이 영화는 우리에게 더 늦기 전에 사랑하라고, 사랑하면 행동하라고 말해줍니다. 자일스가 엘라이자에게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만약 18살의 나에게 충고를 해줄 수 있다면 말이지. 치아 관리 잘하고, 가급적 섹스 많이 하라고 할거야."

셰이프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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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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