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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M초등학교 6학년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서약서.
 서울M초등학교 6학년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서약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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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오후 9시 36분]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가 학생의 메신저 단체채팅방(단톡방) 사용은 물론이고 블로그, 카페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서약서를 학부모와 학생에게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의 한 대안학교 역시 '학교 책임회피성' 서약서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의 서약서 강요 행위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블로그까지 못하게 하다니... 인권침해"

기자는 15일 서울 M초등학교 6학년 교사들이 해당 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최근 보낸 '휴대폰 사용서약서'를 입수했다. 이 학교 6학년 학생은 180여 명(7개 학급)이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서약서에는 초상권 침해와 음란물 유포 등을 막기 위한 내용 등을 포함한 7개 항목이 담겨 있다. 그중 논란이 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저는 페이스북, 블로그, 카페,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단체 채팅방(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등 모든 채팅 가능 SNS)을 만들지 않고 들어가지도 않겠습니다."

해당 서약서에는 "미성년자인 저는 보호자가 불시에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에 동의하겠습니다"란 내용도 포함됐으며,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와 교사의 서명까지 받는 항목이 들어 있다.

게다가 이 서약서 위쪽에는 "서약을 읽고, 그대로 작성하시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인쇄된 서약서 내용'을 학생들이 아래 칸에 베껴 쓰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진수 전 인권교육을위한교사모임'샘' 회장은 "블로그 활동을 해온 아이들이 서약서 내용을 따라 적으며 느꼈을 자괴감과 모멸감을 생각할 때 매우 교육적이지 않은 강요 행위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한 학부모는 "블로그와 카페, 단톡방 활동 전체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학생과 학부모에게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인권침해"라면서 "학교가 블로그와 단톡방을 잘 사용하도록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것이 맞지, 이런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양심을 속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교육기관과 통일부 등 정부 부처는 블로그 어린이기자단 등의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도 홍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M초등학교 서약서 내용대로라면 이 학교 학생들은 해당 블로그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감은 "6학년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서약서를 만든 것으로 뒤늦게 확인했다"면서 "휴대폰 전면 금지를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내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무단이탈 책임, 학부모가 진다" S대안학교도 서약서 요구

경기 지역 중학교 학생들의 위탁교육을 맡고 있는 S대안학교도 최근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를 무단이탈할 경우, 안전사고 발생 시 일체의 책임을 학부모와 본인이 지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요구했다. 학생의 무단이탈은 잘못된 것이지만 '학교가 책임회피를 위해 서약서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임정훈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 간사(현직 중등교사)는 "일반학교보다 더 평화로우며 환대의 형식을 가져야 할 대안학교에서 반인권적 서약서 강요를 통해 학생의 입교를 허락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교사인 나도 이 학교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6월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만든 '학교규칙 개선안'을 통해 "서약서, 각서, 사과문 등을 강요하거나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학교가 교육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학부모, 학생의 서명을 받는 손쉬운 '서약서 교육' 방식에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서약서에 대해서도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한다"는 이유로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태그:#학교 서약서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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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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