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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란다 텃밭. 상추를 심었다.
 베란다 텃밭. 상추를 심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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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봄, 한 친구가 씨앗 몇 개를 주었다. 바질과 쌈양상추 씨앗이었다. 우리 집엔 해가 드는 베란다가 없었다. 대신 동남쪽에 큰 창문이 있어 아침나절엔 햇빛이 들어왔다. 인터넷에서 화분흙과 퇴비를 주문해 씨앗을 심었다. 창틀에 화분을 놓고 밤낮으로 화분을 내놓았다가 들여놓기를 반복했다.

바질은 생각보다 아주 잘 자랐다. 화분이 작고 해가 잘 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키우는 재주가 없어서인지 쌈양상추는 크기도 작고 색도 옅었다. 애기 손바닥만 잎을 몇 장씩 포개 겨우 쌈을 몇 번 싸 먹었다. 맛이야 별 다를 것 없었지만 물을 주고 정성을 들인 만큼 왠지 내 몸에서 귀하게 쓰일 것 같았다.

작년 봄엔 가지와 고추 모종을 하나씩 샀다. 보라색 가지꽃을 자세히 본 것도, 가지 잎과 줄기에 돋은 가시에 찔린 것도 처음이었다. 깊이 1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작은 화분에 심었더니 소출은 보잘 것 없었다. 고추 대여섯 개와 자그마한 가지 두 개를 겨우 수확했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작년 가을 이사를 하면서 드디어 내게도 해가 잘 드는 베란다가 생겼다. 집에서 몇 가지 먹을 수 있는 채소를 키워보겠다고 다짐을 하며 봄이 되기를 기다렸다. 어느덧 달력은 3월, 이제 베란다 농사를 시작해야 할 시기다. 어떤 채소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아직은 좀 막막하다. 아무래도 노지와는 햇볕과 바람, 흙의 양이 다를 테니 베란다에서 잘 자라는 채소와 재배법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정보다.

시중에 관련 분야의 책이 꽤 많이 나와 있었다. 외국서를 번역한 책도 있지만 나는 일부러 국내 저자들의 책을 골랐다. 아무래도 작물은 땅과 기후에 따라 천차만별일 테니까, 국내 저자의 책이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텃밭 선배들이 알려주는 농사 노하우를 읽으니 벌써부터 의욕이 샘솟고 자신감이 넘친다. 아마 이 책들을 읽는다면, 작은 햇빛이 들어오는 곳 어디에라도 채소 화분 한두 개 쯤은 놓고 키우고 싶어질 것이다. 새 봄, 당신을 초보 농사꾼으로 이끌어 줄 책들과 그 속에 담긴 알짜 정보들을 맛보기로 소개한다.

<열두 달 베란다 채소밭> 장진주 지음, 조선앤북 펴냄

 <열두 달 베란다 채소밭> 장진주 저
 <열두 달 베란다 채소밭> 장진주 저
ⓒ 조선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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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그린 핑거스(green fingers)'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초록 손가락', 화초를 잘 키우는 사람이란 뜻이다. <열두 달 베란다 채소밭>의 저자는 베란다와 옥상에서 한 해에 무려 100여 종의 작물을 길러내 인터넷에서 초록 손가락이 아닌 '금 손'으로 불리는 파워블로거이다.

저자는 '타고난 그린 핑거는 없다'고 말한다. 그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가 5년 동안 몸으로 겪은 생생한 지식과 정보가 넘친다.

베란다 텃밭 농사엔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흙, 퇴비나 비료, 화분, 씨앗, 그리고 정성이다. 흙은 원예용 상토(배양토)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흙을 바깥의 화단이나 산에서 퍼올 경우,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있거나 오염이 되어 있을 수 있다.

대형할인마트나 원예용품 가게에서 판매한다. 퇴비흙을 함께 구입해 상토와 8대 2로 섞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잎채소를 키우는 데에는 퇴비흙을 섞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열매채소의 경우 요소라는 질소성 화학 양분을 흙 위에 뿌려주면 튼실한 열매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

화분은 꼭 박스 형태로 된 큰 것이 아니어도 된다. 카페에서 음료를 담아주는 종이컵이나 우유팩, 생수병에서도 채소는 잘 자란다. 컵 크기의 작은 화분에는 상추나 치커리 같은 잎채소를 한 뿌리씩 기르기 좋다. 윗면과 옆면이 손바닥만 한 크기의 화분은 잎채소를 두어 개 정도 기를 수 있다. 30센티미터의 정육면체 스티로폼 상자는 가볍고 튼튼해 화분으로 사용하기 좋다.

방울토마토나 가지, 파프리카, 애호박처럼 뿌리를 많이 뻗는 열매채소를 기르기 위해선 무릎 높이 정도의 깊은 화분이 필요하다. 모종이 작다고 해서 작은 화분에 심으면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화분 대신 쌀포대를 사용해도 좋다. 씨앗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종묘상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처음 채소를 기를 땐 씨앗보다는 모종을 구입하는 것이 기르기 수월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집안에서 키우기 좋은 작물은 잎채소들이다. 특히 상추는 베란다에서 일 년 내내 기를 수 있다. 다만 상추는 싹이 난 이후 초기에 햇빛을 최대한 많이 쬐여주어야 웃자람을 막을 수 있다. 이럴 땐 베란다 안쪽보다는 창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베란다 창틀용 화분걸이대를 구입해 화분을 바깥에 내놓으면 햇빛을 충분히 볼 수 있는 데다 통풍이 잘 돼 작물이 잘 자란다.

3~5월엔 상추와 열무, 쑥갓, 오이, 강낭콩, 방울토마토를, 6~8월엔 알로에, 미니파프리카, 알타리무, 당근, 쌈배추를, 9~11월엔 청경채, 셀러리, 케일, 래디시, 비트와 대파를, 12월~2월엔 딸기와 시금치, 달래를 키우기 좋다. 바질, 애플민트, 로즈마리 등 허브 종류는 365일 재비가 가능하다.

책에는 70여 종의 작물을 씨앗 단계부터 떡잎, 모종 단계를 거쳐 수확하기까지 재배 방법과 주의해야 할 부분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실어 놓았다.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나만의 베란다 텃밭이야기> 유민형 지음, 구민사 펴냄

 <나만의 베란다 텃밭이야기> 유민형 지음
 <나만의 베란다 텃밭이야기> 유민형 지음
ⓒ 구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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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잘 드는 집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공간이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그렇다고 채소를 기르기 위해 이사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만의 베란다 텃밭이야기>는 도시의 온갖 열악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채소를 기를 방법을 소개한다.

옥상이나 노지 텃밭에서 하루 종일 받을 수 있는 태양광을 100퍼센트라고 했을 때, 베란다 내부의 경우 아주 좋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빛의 양은 3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작물의 크기와 소출이 노지보다 확연히 적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책에는 화분 높이를 조절해 최대한 빛을 많이 받게 하는 방법과 함께 엘이디(LED)와 같은 인공조명으로 채소를 기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조명을 이용하면 직사광의 태양빛이 아예 없는 북향의 베란다나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온전한 실내에서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수경재배로 고추 기르는 방법을 소개한 내용이다. 고추를 제대로 키우려면 흙이 많이 담긴 무릎 높이의 큰 화분이 필요하다. 무겁기도 하거니와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베란다가 좁을 경우 커다란 화분이 자칫 짐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화분 대신 페트병을 사용해 수경재배를 할 수 있다. 이때 물과 자연광만으로는 생장이 잘 이뤄지지 않아 하이포넥스라는 수경재배 전용 비료를 물에 희석해 사용해야 한다.

이 비료는 값이 저렴하고 고추 이외의 다른 작물의 영양제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준비물은 페트병과 모종, 전용 비료와 마사토 정도로 간단하다. 저자의 블로그 '채소를 가꾸는 돌도리민트(http://lyoomin.blog.me)'나 네이버 카페 '나만의 베란다텃밭 이야기(http://cafe.naver.com/mygarden77)'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 이학준 글, 그림 / 들녘 펴냄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 이학준 글/그림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 이학준 글/그림
ⓒ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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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화분 등 물품들을 사들일 무렵, 구청 홈페이지에 5제곱미터(1.5평)의 텃밭을 분양한다는 공고가 떴다. 텃밭은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신청을 했는데 경쟁률이 높아 내 이름은 대기자 명단에 겨우 올랐다.

결과는 2주일 후에나 알 수 있다. 아쉬운 마음에 여기저기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여러 경로를 통해 텃밭을 경작하는 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텃밭부지와 상자텃밭을 분양하는 곳이 많다.

노지 텃밭은 베란다보다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고 배수가 잘 돼 좋은 반면 베란다보다 자주 들여다볼 수 없고 날씨에 따라 작황이 달라질 수 있다. 벌레에도 취약하다. 만만하게 덤벼들었다간 공은 공대로 들이고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직까진 대기자일 뿐이지만 혹시라도 내 몫의 텃밭을 분양받을 때를 대비해 미리 공부를 해두기로 했다.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는 1년 농사과정을 사진과 만화로 그려놓은 책이다. 거름을 주고 땅을 뒤집고 두둑을 만들어 씨를 뿌리는 과정과 고랑을 어느 정도 깊이로 파야 하는지,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괭이질 방법은 무엇인지 등 잔소리 수준의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한 번에 후루룩 읽기에도 재밌지만 아무래도 옆에 두고서 일 년 내내 작물 키우듯 찬찬히 들여다봐야 제 맛일 것 같다. 텃밭을 분양 받기만 한다면 이 책을 옆에 끼고서 생애 첫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다.

<호미 한 자루 농법> 안철환 지음, 들녘 펴냄

 <호미 한 자루 농법> 안철환 지음
 <호미 한 자루 농법> 안철환 지음
ⓒ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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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용서라기보다는 농사의 원리를 배우고 땅과 작물을 대하는 마음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누구나 호미 한 자루만 있으면 충분히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말은 즉 비료나 농약, 큰 농기구와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가 책에서 소개하는 첫 번째 비결은 작고 적게 키우는 것이다. 지지대를 세우지 않은 고추는 (신기하게도) 열매를 많이 맺지 않는다고 한다. 많이 열리면 무게 때문에 쓰러질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든 생명은 자기가 감당할 만큼 열매를 맺는다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고자 한다. 그런데 지지대를 세우지 않은 고추는 수확량은 적을지 몰라도 서리가 올 때까지 건강하단다.

또 다른 비결은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땅이 좋아하는 것을 심는 것이다. 땅을 갈지도 않고 거름은 직접 만들어 사용하며 이것저것 섞어 심고 땅을 돌려가며 심는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씨앗을 받는 농사를 짓는 것이다. 토종 종자를 심으면 작물에서 종자를 받아 다시 심을 수 있다. 땅과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자 하는 까칠하고 원칙적인 저자의 철학이 듬뿍 담긴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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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