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수 MVP 두경민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경기 시상식에서 국내선수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원주DB 두경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2018.3.14

▲ 국내선수 MVP 두경민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경기 시상식에서 국내선수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원주DB 두경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2018.3.14 ⓒ 연합뉴스


프로농구 원주 DB 가드 두경민이 생애 첫 국내 선수 MVP의 영광을 안게 됐다. 두경민은 1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총 108표 중 84표를 획득하며 20표에 그친 경쟁자 오세근(KGC인삼공사)을 제치고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원주 DB 구단은 올해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개인상에서도 두경민이 국내 최우수선수, 디온테 버튼이 외국인 선수 MVP, 베테랑 김주성이 식스맨상, 주장 김태홍은 기량발전상, 이상범 감독이 우수 지도자상을 휩쓸며 그야말로 시상식까지 독식했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는 SK의 안영준이 59표를 받아 부산 kt의 국가대표 가드 허훈(39표)을 제쳤다.

원주 DB 정규리그 우승 이끈 두경민

두경민은 올 시즌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은 원주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46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16.4득점 3.9어시스트 2.9리바운드를 기록해 개인 성적으로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프로농구 국내 선수를 통틀어 득점 2위(전체 17위)이자 전체 도움 11위. 경기당 3점 슛은 2.72개로 1위에 올랐다.

두경민은 동갑내기 김종규(창원 LG), 김민구(KCC)와 함께 경희대의 최전성기를 이끈 '빅3'로 꼽히며 프로 데뷔 전부터 주목받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동안 김종규와 김민구의 스포트라이트에 상대적으로 가려진 면이 컸다. 이미 대학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한국 농구의 차세대 아이콘으로 부상한 두 선수에 비하면 두경민의 임팩트는 부족했다. 두경민 역시 첫해부터 원주 DB의 주전급 선수로 자리매김했지만 애매한 포지션과 잦은 기복이 최대 약점으로 꼽혔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원주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부상에 시달리는 김주성과 윤호영은 노쇠했고 허웅은 군에 입대했다. 이상범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적보다는 '리빌딩'에 무게가 실리며 플레이오프 진출도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올 시즌 이후 군 입대를 앞둔 두경민으로서는 자칫 '소년가장'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경민과 원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반전을 일궈냈다. 올 시즌 원주의 돌풍에는 역시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의 활약을 가장 먼저 거론해야겠지만 두경민의 공헌도도 그에 못지않았다. 이상범 감독은 그동안 전임 감독들 체제에서는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했던 두경민을 토종 에이스로 낙점했다. 김주성과 윤호영 등 베테랑들도 팀의 주역에서 한발 물러서서 두경민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감을 얻은 두경민은 그야말로 기량이 만개한 모습을 보이며 펄펄 날았다. 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지난 2월 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에 소집되어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한때 태업 논란 휘말렸지만

비켜봐 11일 오후 강원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 경기에서 DB 두경민이 수비를 피해 드리블 하고 있다. 2018.3.11

▲ 비켜봐 11일 오후 강원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 경기에서 DB 두경민이 수비를 피해 드리블 하고 있다. 2018.3.11 ⓒ 연합뉴스


두경민과 원주의 정상 등극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두경민은 지난 2월 갑작스러운 '태업설'에 휘말렸다. 시즌 후반기 갑작스러운 부진과 함께 이상범 원주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터져나오며 승승장구하던 이미지가 급추락했다. 플레이오프 기간에 결혼 일정을 잡았다거나,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리그 경기에서 불거진 태업 의혹 등 여러 가지 해프닝이 겹치며 두경민을 둘러싼 구설수는 순식간에 '인성'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이상범 감독은 4경기 연속으로 두경민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문책성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는 두경민의 농구 인생에서 최대의 위기처럼 보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두경민은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코칭 스태프와 팀 동료, 팬들에게 공식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건재를 증명한 데 이어, 소속팀 복귀 이후 다시 리그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하며 마음을 다잡고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업 논란 때문에 MVP 수상에도 적신호가 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기자단의 선택은 역시 올 시즌 원주의 1위를 견인한 공로를 인정하여 두경민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드러냈듯 MVP 수상 이후에 두경민이 가장 먼저 언급한 부분도 동료들에 대한 감사였다. 두경미은 "올 시즌 너무 고생한 동료 선·후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한때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선수 생활에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두경민과 함께 주목받았던 경희대 3인방의 프로 데뷔 이후 행보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김민구는 2014년 음주운전 사고 이후 전성기의 광채를 잃으며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고, 1순위 출신이자 신인왕까지 올랐던 김종규는 소속팀이 올해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어쩌면 3인방 중 가장 저평가받던 두경민이 '절친'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시즌 MVP의 영광을 누린 데 이어 첫 통합우승까지 바라보는 위치에 올라왔으니 그야말로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는 반전이다.

이제 두경민과 원주에게는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다. 원주는 2007-08시즌 이후 10년만의 통합우승을 노린다. 원주는 지난 2011-2012시즌에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당시 이상범 감독이 이끌던 안양 KGC 인삼공사에 챔프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아픔이 있다.

두경민은 개인적으로도 결혼과 군 입대라는 두 가지 중대사를 앞두고 있다. 팀의 전설인 김주성 역시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점에서도 시즌 통합우승은 더욱 간절한 목표가 됐다. 올 시즌 유난히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두경민이 챔프전에서 한층 성숙해진 활약으로 '진정한 MVP의 자격'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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