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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함께 정상 간에 설치될 '핫라인'이 화제다. 이제 두 정상이 수시로 전화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우리 사무실에도 평양과 서울을 연결하는 직통전화가 놓였던 때가 있었다. 2005년 평양답사를 주관하던 때였다.

10월 한 달간 무려 3847명이 1박 2일 평양 여행을 다녀왔다. 서울-평양 직항기가 매일 오고 갔다. 평양에 임시 사무소를 차리고, 서울 사무실과 직통 전화를 설치했다. 전화가 처음 울리고 "네 여기는 평양입니다"라는 소리가 들리던 순간 사무실 사람들은 환호했다고 한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대학생들은 금강산으로 MT를 가고, 미대생들은 금강산 스케치 여행을 다녀와 전시회를 열었다. 우리 단체 대학생겨레하나는 금강산에서 창립대회를 열기도 했다. 학생들은 물론 여성, 농민, 노동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수시 때때로 금강산, 개성, 평양은 물론 서울 등 곳곳에서 만났다.

 평양 직항 전세기 안에서
 평양 직항 전세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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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대학생들의 금강산 통일새터 모습
 2008년 대학생들의 금강산 통일새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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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역사학자들이 '독도' 토론회를 하던 때

얼마 전 한반도기에 '독도'가 빠졌다는 이유로 평창 패럴림픽 남북공동입장이 무산됐다. 북측 관계자는 "자국 개최 대회에서 정치적 이유로 독도를 표기하지 못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 우리의 국토를 표기하지 못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국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조심스러웠을 패럴림픽 조직위의 입장도 있겠지만, 북측 관계자의 말에 손들어주고 싶은 것이 국민들 심정이 아닐까. 평화올림픽을 노골적으로 반대했던 아베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에 남북이 함께 힘을 모으던 때가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과 연대가 있었고, 2008년 남북 역사학자들은 독도 토론회도 열었다. 민족의 역사를 똑바로 기억하고 세우는 일에 남북이 힘을 합치는 것, 당연하면서도 참 근사한 일 아닌가.

 남북 역사학자들이 함께 만들었던 독도 토론회
 남북 역사학자들이 함께 만들었던 독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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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년 용산역 앞에 세워진 일제 강제노역 노동자상의 뜻을 이어 노동자들은 평양에도 강제노역 노동자상을 세울 예정이다. 강제노역과 관련한 남북 노동자들의 토론회, 그리고 피해자 증언대회 등도 구상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일본이 '재팬 패싱'을 우려한다고 한다. 남북이 힘을 합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북측 사람에게 받은 '고향' 라이터

그러나 남북이 힘을 합치고 또 더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도 있다. 아직까지 남북의 만남은 조심스럽고, 또 경계가 공존한다.

지난 평창올림픽에 참가했던 '남북공동응원단' 중 한 명은 '북한 라이터'를 선물 받았던 적이 있다. 경기장 밖 흡연 공간에서 우연히 북측 선수단 관계자들과 함께하게 됐고, 불을 붙이던 북측 사람에게 라이터를 빌리게 된 것이다.

그 응원단은 라이터를 돌려주려다, 순간 이것도 기념이다 싶어 "이거 저 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물었다. 북측 관계자는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그 라이터에는 '고향'이라는 상호가 적혀있다. '내고향담배공장'에서 같이 제작한듯했다. 구경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라이터를 켜봤는데, 기대보다도 품질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북측 선수단 관계자에게 받은 라이터 '고향'
 북측 선수단 관계자에게 받은 라이터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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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측 선수단 관계자에게 받은 라이터
 북측 선수단 관계자에게 받은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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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은 응원단도 답례로 뭐라도 건네고 싶어 주머니를 뒤져보게 되었다. 그때 남측 관계자(국정원으로 추정되는, 응원단과 늘 함께 다니는 사람들)가 옆에서 손사래를 치더란다. "안 주셔도 된다"면서.

평창올림픽 현장, 북측응원단 주변에서는 늘 이렇게 '아슬아슬'한 경계선들이 그어져 있었다. 응원단을 에워싼 관계자들은 몰려들어 구경하는 시민들을 그냥 바라보다가, 누군가 말을 건네면 슬그머니 나타나 시야를 가로막았다. 이날 라이터를 선물로 받는 것까지는 지켜봤지만 답례 선물은 주지 말라고 한 것은 그 관계자의 '경계선'이었던 셈이다.

평창올림픽에서 '평양사람'과 인사하다 벌어진 일

평창올림픽에서 나는 '아는 평양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평양에 방문했을 때 만났던 북측 관계자가 응원단과 함께 평창을 찾은 것이다(내가 일하는 겨레하나는 '남북교류협력단체'로 북측 파트너 민족화해협의회와 함께 2004년부터 꾸준히 교류협력사업을 진행해왔다. 2015년 12월 2일~5일 실무협의차 평양을 방문했다).

나도 그랬지만, 그분도 나를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놀라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지만, 반가움의 대화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눈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반가워한다는 걸 확인한 게 전부였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마주쳤는데 그냥 지나쳤다면 "아까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요. 다음에 한번 봐요"라고 문자라도 보내면 될 텐데, 그럴 수가 없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만나러 가기는커녕 연락할 수도 없다. '특수한' 남북관계, 분단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평창올림픽 경기 중에 또 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인사하기는 어려웠다. 한번은 경기 응원이 끝나고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북측 응원단이 우리 옆을 지나갔다. 다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아는 얼굴'을 확인한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마침 나를 알아본 그분도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찰나, 내 손에 부딪힌 건 검은 장갑의 다른 손이었다.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가 자기 손을 끼워 가로막은 것이다.

응원단과 인사를 하는 것은 괜찮지만 하이파이브를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을까? 그 관계자가 그 짧은 순간 자기 손을 내밀면서까지 가로막았던 것은 어떤 경계심의 발로였을까.

"머릿속의 38선을 넘어야" 다양한 민간교류를 준비하며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란 두려움이 단번에 깨졌다. TV로 생중계된 평양의 모습에 사람들은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다. 그 이후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고 발전했다.

이제 세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례적인' 정상회담까지 거론되고 있다. 남북 관계의 정상화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연철 교수는 한겨레 칼럼 <한반도의 새로운 상상력>(2018.03.11)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8년 봄 역사의 기차가 굽이를 돈다. '시대착오'는 튕겨져 나갈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담대한 상상력이다. 머릿속의 38선을 넘을 때가 왔다."

만남이 일상이 될 때, 남북 관계도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과 북의 사람들의 만남, '민간교류'를 추진한다.

겨레하나는 2015년 합의했지만 이어지지 못한 <남북 대학생 역사유적 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체국 노동자들은 우편 교류를, 철도노동자들은 철도를 잇는 꿈을 꾸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북한에도 택배 노동자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있을지 궁금해 하며, 마트노동자들은 북한 백화점 서비스 노동자들과 만나고 싶어 한다. 학생들은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야영과 캠프, 등산 동호회에서는 백두산 트레킹을 꿈꾸기도 한다.

'민간교류'는 사람들의 만남이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같은 말을 쓴다는 것 등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들은 북측 사람들을 만나 '현실'과 '경험'이 된다. 이렇게 직접 만나야만 넘을 수 있는 우리 안의 벽들도 있다.

2015년 평양에서 실무협의차 방문했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 2015년 평양에서 실무협의차 방문했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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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대신 '만남'이 익숙해지기를 기대하며

2015년 평양에 다녀와 주변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이 제일 신기해 한 것은 북한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럼 북한 사람들 휴대폰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요?"

정치 구호? 일정표? 등등 많은 답들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건 이렇다. "아이들이 주말마다 물놀이장에 가자고 보챈다"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던 사람,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가족사진.

나는 평양에 아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서울의 아는 사람'이라고 여겨준다면 더 좋겠다. 남북에 서로 '아는 사람'이 많이 생길 때, 우리의 통일은 성큼 가까워지지 않을까. 남북이 힘을 합쳐 열어내고 있는 길을 더 많은 사람이 오가며 큰길로 넓히는 일. 그래서 다시는 끊기지 않을 튼튼한 길로 만들어내는 것. 우리가 '민간 교류'로 만들고 싶은 통일의 과정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쟁을 걱정했던 한반도는, 이제 평화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정상의 결단이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며, 남북의 힘으로 열어내고 있는 평화의 길, 남북관계 발전의 길이 다시는 되돌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남북 간에 헤어짐 대신 '만남'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우리가, 시민들이 그 길에 함께 할 것이다.

 시민들은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응원한다
 시민들은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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