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포스트>(2017) 포스터

영화 <더 포스트>(2017)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고,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더 포스트>가 3월 7일 개봉했다. <더 포스트>는 1971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이 베트남전에 정치적, 군사적으로 개입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일명 '펜타곤 페이퍼'에 관한 내용이다. 영화는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기사화하려는 언론인들, 신문사의 이익을 생각해 보도를 반대하는 경영진들의 갈등과 대립, 그 사이에 있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그린다.

<워싱턴 포스트> 발행인은 캐서린 그레이엄(메릴스트립)이고, 첫 여성 발행인이다. 캐서린은 아버지가 운영했고, 남편이 운영한 신문사를 남편 사후 이끌어간다. 인생, 삶과도 같은 신문사를 사랑하는 캐서린은 회사의 이익과 운영을 생각해야 하는 경영진의 입장과 언론다운 언론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 가운데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의 열혈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는 언론답고자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권력집단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진실을 보도하고자 힘쓴다. 

영화 초기에 보이는 <워싱턴 포스트>는 항상 <뉴욕타임스>에 밀린다. 이렇다 할 특종은 없고, 매번 <뉴욕타임스>보다 한발 늦어 가십거리만 보도하는 신문이다. 벤은 특종을 보도하기를 원하고, 정부에 부정적인 기사를 썼던 기자가 대통령 딸 결혼식에 취재를 거부당하자 권력에 굴복하지 말자라며 자신의 신념을 고집한다.

고민하는 <워싱턴 포스트>에 기회가 주어진다. '펜타곤 페이퍼'를 먼저 보도했던 경쟁사 <뉴욕타임스>가 정부와 소송이 걸리고, 보도를 금지당한다. 기밀문서를 입수한 벤과 기자들은 당장 보도를 원하지만 회사 경영진은 보도 이후 정부의 압력에 의한 신문사의 존폐문제를 언급하며 보도를 반대한다.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신문사의 경제적 이익, 경영을 생각하며 보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모든 결정은 여성 발행인 캐서린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고, 캐서린은 수많은 고민을 하다가 보도를 결정한다. 아버지의 회사, 남편의 회사로만 생각해서 자신의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했던 캐서린이 '나의 회사'라면서 주체성을 밝히고, 언론이 언론다운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처하게 될 위험, 잃게 될 모든 것을 감수하고 '펜타곤 페이퍼'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는 것을 수락한다.

당연히 <워싱턴 포스트>는 정부의 압력을 받게 되고, 소송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걱정과 우려를 뒤로하고, 사법부는 언론의 손을 들어준다. '언론의 역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이라며 베트남전에 참전한 청년들, 진실을 알지 못해 기만당한 국민들의 편에 서서 언론의 역할을 한 <워싱턴 포스트>의 손을 들어준다. 언론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캐서린은 기사가 보도되는 끝까지, 베트남에 있는 미국의 청년들을 걱정한다. 혹여나 기사로 인해 청년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에 기사화를 허락한다. 벤은 국민의 알권리, 권력집단의 부정에 기만당하고 우롱당하는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자신의 신념을 고집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승리, 언론의 승리는 자신의 이익만이 아닌, 기득권을 잡고 명예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이 아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영화 <더 포스트>(2017)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써나가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캐서린은 말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진실을 알리기 위해, 국민의 편에서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고통스런 진실을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설령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겸허히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고 권리를 누리는 방법은 보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도의 자유가 보장되고 권리를 누릴 수 있을 때, 언론이 제 목소리를 내고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을 자유가 실현되는 나라가 진정 좀 더 살기 좋은, 사람 사는 세상이다.

말미에 '워터게이트 사건'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언론을 탄압하고 독재자처럼 권력을 남용했던 닉슨 대통령은 민주당 당사를 도청하려고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부정한 권력, 부정한 세력은 결국 처벌받고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싱턴 포스트>와 대한민국의 언론들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부정한 권력들의 권력 남용의 현실과 폐해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되다시피 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 보도자료를 내보냈던 일부 언론의 모습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더라도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세상을 속이는 거짓말에 세계를 뒤집을 폭로로 진실을 밝혔던 이들이 존재했다. '언론은 국민의 편이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진리를 알려준 영화 <더 포스트>는 2017 전미비평가위원회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더포스트 스티븐스필버그 메릴스트립 톰행크스 언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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