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리산 자락에서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꽃. '영원불멸의 사랑'을 꽃말로 지니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모습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꽃. '영원불멸의 사랑'을 꽃말로 지니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매화, 산수유가 활짝 피어나면서 남도의 꽃봄이 시작됐다. 샛노란 빛깔로 남도의 새봄을 환하게 밝혀주는 산수유꽃을 찾아간다. 그 꽃무더기가 우리들의 마음까지 들뜨게 하는 꽃이다. 꽃피는 산골에서 연인에게 산수유꽃과 열매를 선물하며 산수유의 꽃말처럼 변치 않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약속하는 건 덤이다. 목적지는 지리산 자락,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이다.

3월 17일부터 구례산수유꽃축제도 열린다. 축제는 계척마을의 할머니 산수유나무에서 풍년기원제로 시작돼 25일까지 계속된다. 꽃을 보러가는 길, 교통체증이 예상되더라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지금이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산수유마을로 불리는 상위·하위·반곡·대평·월계마을도 좋지만 주변의 달전·현천·계척·원촌마을로 가서 노란 산수유꽃을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할머니 산수유나무와 아들 산수유나무도 만날 수 있다.

지리산 산수유마을에서 한 발짝 비켜 선 현천마을 풍경. 산수유꽃이 활짝 핀 지난해 3월 모습이다.
 지리산 산수유마을에서 한 발짝 비켜 선 현천마을 풍경. 산수유꽃이 활짝 핀 지난해 3월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첫 산수유나무로 알려진 구례군 산동면 계척마을의 할머니산수유나무. 노란 꽃을 활짝 피운 지난해 3월 모습이다.
 첫 산수유나무로 알려진 구례군 산동면 계척마을의 할머니산수유나무. 노란 꽃을 활짝 피운 지난해 3월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알고 있는 산수유 시목이 할머니나무다. 지리산온천에서 남원 방면으로 5㎞ 가량 가서 만나는, 산동면 계척마을에 있는 산수유나무다. 1000여 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시집 오면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 속의 나무다.

키가 10m를 넘고, 밑동도 느티나무처럼 우람하고 기품 있게 생겼다. 할머니나무도 지금 노란 꽃을 몽실몽실 피우고 있다. 시목지 주변에 한반도와 중국의 지형을 형상화하고 만리장성도 쌓아놓은 것도 이런 연유다.

'산수유 시목'으로 알려진 할머니산수유나무. 1000여 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시집오면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 속의 나무다. 지난해 3월 모습이다.
 '산수유 시목'으로 알려진 할머니산수유나무. 1000여 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시집오면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 속의 나무다. 지난해 3월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구례군 산동면 달전마을에 있는 아들산수유나무. 할아버지산수유나무가 고사한 자리에서 자라고 있다. 수령 300년 됐다. 지난 3월 11일 모습이다.
 구례군 산동면 달전마을에 있는 아들산수유나무. 할아버지산수유나무가 고사한 자리에서 자라고 있다. 수령 300년 됐다. 지난 3월 11일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산수유 아들나무는 수락폭포로 가는 길목, 원달리 달전마을에 있다. 수령이 300년 됐다. 당초 여기에도 산동성에서 시집온 처녀가 가져온 산수유 씨앗을 심었다. 계척마을의 할머니나무와 함께, 인심 좋은 할아버지나무로 불렸다. 마을주민들과 마을을 찾은 보따리 장사들이 쉬어가는 명소였다.

하지만 오래 전에 고사했다. 그 자리에서 새로운 산수유나무가 올라온 게 아들나무다. 나무의 키가 6m 남짓 된다. 이 나무도 노란 꽃을 방글방글 피우기 시작했다.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산수유 씨앗을 갖고 온 처자가 통일신라 말기의 학자인 최치원의 딸이라는 얘기도 있다. 신라 경문왕 때 당나라에 유학 간 최치원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최치원이 갑작스레 귀국을 하게 됐다. 나중에 아버지를 찾아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늘 고향을 잊지 말라며 산수유 씨앗을 손에 쥐여줬다. 그 딸이 지리산에서 아버지 최치원을 만났고, 산수유를 심었다는 얘기다.

샛노란 꽃을 방글방글 피우고 있는 서시천변의 산수유나무. 꽃샘추위가 물러난 지난 3월 11일 모습이다.
 샛노란 꽃을 방글방글 피우고 있는 서시천변의 산수유나무. 꽃샘추위가 물러난 지난 3월 11일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지리산 자락 서시천변을 온통 샛노랗게 물들인 산수유꽃. 지난해 3월 구례산수유축제 때 모습이다.
 지리산 자락 서시천변을 온통 샛노랗게 물들인 산수유꽃. 지난해 3월 구례산수유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1000여 년 전에 산수유가 처음 심어진 구례가 산수유 주산지가 된 건 조선시대다. 임진왜란 때 피난 온 사람들이 눌러앉으면서 산수유나무를 많이 심었다. 골이 깊은 산골 지형으로 농사를 짓기가 녹록지 않았다. 지형이 분지를 이루고, 산중의 일교차도 컸다. 바람이 적고 볕은 잘 들어 산수유나무가 잘 자란 덕이다.

'동국여지승람', '승정원일기',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산수유가 특산물로 재배되고, 한약재로 처방됐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일제강점기 때 산수유영농조합이 만들어졌다. 산수유로 역사가 깊은 구례다.

척박한 산골에서 산수유나무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옛날에 가난한 농민들이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낸 것처럼, 이 마을 사람들은 산수유 열매를 팔아서 자식들을 교육시켰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산수유나무 두세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주민들이 '대학나무'라 불렀다.

산수유 열매. 잎보다 먼저 핀 꽃이 진 자리에 초록 열매가 나와서 가을에 빨갛게 선홍빛으로 익는다. 지난해 가을 모습이다.
 산수유 열매. 잎보다 먼저 핀 꽃이 진 자리에 초록 열매가 나와서 가을에 빨갛게 선홍빛으로 익는다. 지난해 가을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산수유 열매에서 씨앗을 뺀 과육. 옛날에는 아낙네들이 입으로 씨앗을 하나하나 분리시켰다. 지금은 기계화돼 있다.
 산수유 열매에서 씨앗을 뺀 과육. 옛날에는 아낙네들이 입으로 씨앗을 하나하나 분리시켰다. 지금은 기계화돼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당시는 산수유열매의 씨앗을 입으로 분리시켰다. 산동 아낙네들의 입술이 빨갛게 물들어 더 예뻤다. 산동 아낙네들의 입술이 보약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어릴 때부터 산수유열매의 씨앗을 입으로 빼내며 살았던 아낙네들의 앞니가 많이 닳아서, 산동 아낙네는 어디에서나 티가 났다고도 한다.

남원, 순천 등지에서 산동처녀를 며느리로 삼으려는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몸에 좋은 산수유열매를 평생 입에 달고 산 덕분이었다고 한다. 잎보다 먼저 핀 꽃이 진 자리에 초록 열매가 달린다. 이것이 가을에 빨갛게 루비를 닮은 선홍빛으로 익는다. 이 열매가 우리 몸에 좋다.

겉보기에 달달하고 맛있게 생겼지만, 실제 맛은 시고 떫다. 술에 담그거나 차로 끓여 마신다. 한의학에선 약재로 쓴다. 산수유열매에는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이 풍부해 당뇨와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신장에 좋다고 전해진다. 소문대로 원기를 보충해 줘 남자한테 좋고, 여성들의 미용과 건강에도 아주 좋다.

지리산 만복대 서남쪽 기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수유 군락지다. 산기슭의 반곡마을 풍경이다. 지난해 3월 모습이다.
 지리산 만복대 서남쪽 기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수유 군락지다. 산기슭의 반곡마을 풍경이다. 지난해 3월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 꽃은 깊은 산, 계곡, 돌담, 오솔길에서 피어난다. 눈길 닿는 곳마다 노란 산수유꽃으로 채색된다. 지난 3월 11일 반곡마을 풍경이다.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 꽃은 깊은 산, 계곡, 돌담, 오솔길에서 피어난다. 눈길 닿는 곳마다 노란 산수유꽃으로 채색된다. 지난 3월 11일 반곡마을 풍경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구례의 산수유 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4분의3을 차지하고 있다. 지리산 만복대 서남쪽 기슭의 상위·하위·월계·반곡마을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산수유 군락지다. 눈길 닿는 곳마다 노란 산수유꽃이 방글방글 피어있다.

상위마을과 하위마을의 산수유꽃은 깊은 산, 계곡과 어우러진다. 시간의 흔적이 쌓인 마을의 돌담과 오솔길에도 흐드러져 있다. 평촌마을에선 노란 꽃이 논두렁과 밭두렁까지 줄지어 핀다. 서시천을 가로지르는 아치형의 대음교가 있는 반곡마을은 계곡의 너럭바위와 어우러져 더 매혹적이다.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구례예술인촌. 산수유마을에서 가까운 구례군 광의면 당동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구례예술인촌. 산수유마을에서 가까운 구례군 광의면 당동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구례군 용방면에 있는 자연드림의 라면 공방 모습. 누구라도 견학할 수 있다. 구례자연드림은 체험형 문화테마파크다.
 구례군 용방면에 있는 자연드림의 라면 공방 모습. 누구라도 견학할 수 있다. 구례자연드림은 체험형 문화테마파크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구례예술인촌이 산수유마을에서 가깝다. 구례군 광의면 당동마을에 있다. 체험형 문화테마파크인 구례자연드림은 용방면에 있다. 라면이나 빵 공방 견학도 할 수 있다. 섬진강변 따라 광양 방면으로 드라이브하면서 매화를 감상하는 것도 멋스럽다.

먹을거리는 요즘 쑥부쟁이 돌솥밥이 뜨고 있다. 우리 몸에 좋은 쑥부쟁이를 말려서 쌀과 함께 밥을 짓는다. 나물로 무치고, 국으로도 끓여 내놓는다. 지리산 자락에서 나는 송이, 표고, 더덕, 취, 고사리, 뽕잎 등 갖가지 산나물을 무쳐 내는 산채 요리도 미각을 살려준다. 산수유막걸리에 노란 산수유꽃송이 하나 띄우는 것도 운치 있다.

쑥부쟁이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산나물들. 우리 몸에 좋은 쑥부쟁이를 말려서 쌀과 함께 밥을 짓고, 나물로 무치고, 국으로도 끓여 내놓는다.
 쑥부쟁이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산나물들. 우리 몸에 좋은 쑥부쟁이를 말려서 쌀과 함께 밥을 짓고, 나물로 무치고, 국으로도 끓여 내놓는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 산수유마을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곡성나들목에서 곡성 고달면과 구례 산동면을 관통하는 고산터널을 넘으면 된다. 광주-대구를 잇는 달빛고속국도 남원나들목에서 밤재를 넘어 구례로 가도 된다.



태그:#산수유꽃, #산수유열매, #구례산수유축제, #산수유 시목, #할머니산수유나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