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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경질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경질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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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국장이 우리의 새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봉직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인 틸러슨 장관은 1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틸러슨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계속해서 중대한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가 직면한 도전에 맞서며 질서있고 원활한 정책 이행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어 "미국 국무부는 모든 파트너와 동맹국들이 참여하도록 세계적인 캠페인을 펼쳤다"라며 "우리는 최대의 압박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초과했다"라고 북한에 대한 압박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와 사사건건 갈등... 틸러슨 결국 경질

틸러슨 장관은 그동안 이란 핵 합의, 파리 기후협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미국 외교의 중요한 현안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갈등을 겪었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경질설에 시달려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질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 합의를 비롯해 틸러슨 장관과 이견이 있었다"라며 "우리는 정말 사고방식이 달랐다(different mind-set)"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만 폼페이오 지명자에 대해서는 "우리는 처음부터 궁합이 잘 맞았고 매우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라며 "나는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미국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핵 문제를 놓고도 '강경파'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파' 틸러슨 장관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틸러슨 장관이 지난 2017년 9월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라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바 있다.

같은해 12월에는 틸러슨 장관이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라고 밝히자 곧바로 백악관이 나서 "지금은 대화할 시간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전달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전격 수락했을 당시에도 아프리카 순방 중이었던 틸러슨 장관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이 너무 기득권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해왔다"라며 "북한과의 회담이나 굵직한 무역 협상을 앞두고 변화를 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틸러슨 장관의 경질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으나, 오는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미국의 전격적인 외교수장 교체가 몰고 올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외교수장 '강경파' 폼페이오, 북미 회담의 앞날은?

미국의 새 외교수장에 오를 폼페이오 지명자는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장교를 거친 뒤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트럼프 행정부에 CIA 국장으로 합류했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그는 2017년 7월 안보 포럼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 교체를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장관이 틸러슨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폼페이오를 지명한 것은 강경파가 대화파와의 권력 다툼에서 승리한 것이자 미국이 '힘의 논리'로 북미 회담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폼페이오 지명자가 강경파라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손발이 잘 맞고 결정권도 더 강력해서 오히려 북미 회담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미 관계가 대화 분위기로 전환되자 지난 11일 '폭스뉴스'에 직접 출연해 "북한과의 회담에 추가적인 전제 조건 없다"라며 "북한의 정권교체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북미 회담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요즘처럼 중요한 시기에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확신한다"라며 "그는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목표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미 회담이 만약 큰 성과 없이 끝난다면 폼페이오 지명자를 비롯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가 장악한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대북 압박이 더욱 거칠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그:#도널드 트럼프, #렉스 틸러슨, #마이크 폼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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