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의 해결사가 드러내는 존재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누구나 공격수가 되어 멋진 골과 주목받는 세리머니를 꿈꾸지만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수원 블루윙즈와 울산 현대의 엇갈린 희비 속에서 또 확인할 수 있었다. 수원의 골잡이 데얀은 역시 검증된 해결사였지만 울산의 도요타 요헤이는 아직 의문 부호가 남았다.

서정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13일 오후 9시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홍커우 풋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상하이 선화(중국)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해결사 본능에 힘입어 2-0으로 이기고 2위 자리를 지키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골문 바로 앞에서 공을 띄워버린 울산의 도요타 요헤이

작전지시하는 김도훈 감독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도훈 감독(오른쪽)이 경기 도중 이명재 선수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작전지시하는 김도훈 감독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도훈 감독(오른쪽)이 경기 도중 이명재 선수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F조의 울산 현대가 2시간 먼저 홈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중국의 강팀 상하이 상강이었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지난 주말에 벌어진 K리그1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에서 핵심 선수들 대부분에게 휴식 기회를 주었다.

센터백 강민수를 제외하고는 이번 상하이 상강과의 경기 스타팅 멤버 10명 모두가 다른 얼굴이었다. 상주에게 0-2로 패한 울산은 그만큼 챔피언스리그 상하이 상강과의 홈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이었다.

하지만 울산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경기 내내 탄식만 내뱉으며 0-1로 패하고 말았다. 상하이 상강의 브라질 출신 트리오 '엘케손-오스카-헐크'에게 밀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보다 먼저 얻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려버린 순간을 생각하면 화요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막힌 정재용의 드리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정재용(가운데)이 중국 상하이 상강의 선수 2명을 따돌리려다 막히고 있다.

▲ 막힌 정재용의 드리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정재용(가운데)이 중국 상하이 상강의 선수 2명을 따돌리려다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울산의 4-1-4-1 포메이션에서 맨앞 골잡이 역할을 맡은 인물은 일본 J리그에서 나름대로 골 좀 넣었다고 이름 날리던 도요타 요헤이였다. 경기 시작 후 40분만에 누가 봐도 울산의 골이라고 여길만한 상황에서 도요타 요헤이가 달려들었다. 오르샤의 기막힌 전진 패스를 받은 김인성이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타이밍의 낮은 크로스를 도요타 요헤이에게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순간이 휙 하고 지나갔다. 도요타 요헤이가 상하이 상강 골문 바로 앞에서 어이없게도 공을 하늘로 띄워버린 것이다. 일부러 크로스바를 넘기라고 해도 너무 가까웠기에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요헤이의 마무리 슛 동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날아가버렸다.

오르샤 "내가 먼저"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현대 오르샤(왼쪽)가 드리블하고 있다.

▲ 오르샤 "내가 먼저"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현대 오르샤(왼쪽)가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울산 현대는 후반전 시작 후 단 5분만에 상하이 상강에게 결정적 한방을 얻어맞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헐크가 이번에 한국 월드컵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주호를 묵직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완벽하게 따돌린 다음 골문 앞으로 달려드는 엘케손에게 연결하여 결승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무리 순간 몸 중심을 살짝 낮춰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예방하는 엘케손의 대응 자세가 전반전 울산 도요타 요헤이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바로 이것이 승점 3점과 0점의 차이를 만들어낸 셈이었다.

데얀이 완성시킨 절묘한 인사이드 킥

이렇게 허무하게 울산의 패배 소식이 들리고 곧바로 중국 상하이 어웨이 경기를 시작한 H조 수원 블루윙즈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라이벌 팀에서 데려온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 덕분에 활짝 웃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수원 블루윙즈는 후반전 결승골을 뽑아내기 위해 더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여 50분에 귀중한 결실을 보았다. 왼쪽 측면 공격 상황에서 미드필더 김종우가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낮게 깔리는 왼발 크로스를 보내주었고 이 공을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어김없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슛하는 데얀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3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상하이 선화의 경기. 수원 데얀이 슛을 하고 있다.

▲ 슛하는 데얀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3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상하이 선화의 경기. 수원 데얀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크로스-오른발 슛'이라는 단순 과정만 놓고 보면 쉬워보이는 것이지만 김종우의 크로스도, 데얀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도 어느 것 하나 쉬운 동작이 아니었다. 특히, 공의 진행 방향을 90도 가량 바꾸는 데얀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 수준은 정말로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상하이 선화 수비수 두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고 리 슈아이 골키퍼도 자신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몸을 내던졌지만 데얀의 감각적인 슛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른바 클래스의 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묘하게도 두 시간 먼저 벌어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결승골(엘케손) 시간도 50분이었고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이 결승골 시간도 50분이라는 사실까지 놀라웠다. 해결사의 존재가치를 보다 많은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장치로 보일 정도였다고 할까?

이후 수원은 마음이 조급해진 상대 선수들을 향해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고 88분에는 데얀의 그것만큼이나 멋진 쐐기골까지 뽑아내 기쁜 소식을 안고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장호익의 롱 스로인을 받은 데얀이 머리로 공을 넘겨주었고 후반전 교체 선수 바그닝요가 역시 이 공을 잡지도 않고 가슴으로 떨어뜨려 준 것이다. 그리고 최성근은 벼락같이 달려들면서 왼발 슛을 시원하게 차 넣었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뛴 상하이 선화 선수들은 이 쐐기골 때문에 거기서 모두 주저앉은 듯 보였다. 이렇게 2승 1무 1패(승점 7, 6득점 3실점 +3)의 성적으로 3위 상하이 선화(승점 3, 3무 1패, 4득점 6실점 -2), 4위 시드니 FC(승점 2, 2무 2패, 3득점 7실점 -4)를 비교적 멀리 밀어낸 수원 블루윙즈는 이제 다음 달 3일 오후 8시에 시드니 FC와의 홈 경기를 통해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수원 블루윙즈는 오는 18일(일) 오후 4시 K리그1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빅 버드 홈 경기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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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AFC 챔피언스리그 H조 결과(13일 오후 9시, 홍커우 스타디움-상하이)

★ 상하이 선화 0-2 수원 블루윙즈 [득점 : 데얀 다미아노비치(50분,도움-박종우), 최성근(88분,도움-바그닝요)]

◎ 수원 선수들
FW : 염기훈(86분↔바그닝요), 데얀 다미아노비치, 임상협
MF : 이기제(90+2분↔박형진), 김은선, 김종우(64분↔최성근), 장호익
DF : 구자룡, 조성진, 이종성
GK : 노동건
축구 챔피언스리그 수원 블루윙즈 상하이 선화 데얀 다미아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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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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