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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생태공원
 고양생태공원
ⓒ 고양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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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5일은 고양생태공원이 문을 연 지 5년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해가 바뀐 뒤 무심코 달력을 들추다가 문득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와, 벌써. 낮은 탄성이 새어나왔습니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데, 그 의미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고양생태공원 개장준비를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개장 5주년을 맞이한다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층 세미나실로 올라가 창가에 서서 바깥을 내다보았습니다. 고양생태공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2월말까지만 해도 눈 덮인 황량한 겨울 풍경이었는데 며칠 사이에 확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쓸쓸하고 황량해 겨울이 가득 찼던 공원에 어느 사이엔가 봄기운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이 살아나 생기를 되찾은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축 늘어졌던 버들 역시 가지 끝에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공원 산책에 나섰습니다. 역시 공원 곳곳에 봄이 와 있었습니다. 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풀려 있었습니다. 걸을 때마다 폭신한 느낌이 발바닥까지 와 닿는 게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봄은 이미 가까이에 와 있었던 것이죠. 봄을 볼 수 있다면 찾아가 반갑게 악수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봄이 와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겨울에 유난히 추워서 고양생태공원이 개장하고 처음으로 생태교육센터 앞에 있는 부들연못이 꽝꽝 얼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나 저녁에 퇴근할 때 부들연못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얼어 죽을까봐 걱정했습니다.

겨울동안 얼었던 부들연못이 녹자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겨울동안 얼었던 부들연못이 녹자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 고양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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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걱정은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양지바른 쪽의 부들연못이 녹았는데, 죽은 붕어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던 것입니다. 세어보니 무려 150여 마리 가까이 됩니다. 우리 예상이 맞았습니다. 부들연못에 살던 생물들이 혹독한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은 것입니다.

죽은 부들 사이에서 참게들이 언뜻언뜻 보였습니다. 긴 장화를 꺼내 신고 연못 안으로 들어가 연못 바닥을 더듬어 붕어, 말조개와 참게들을 건졌습니다. 참게들은 아기 주먹 크기였는데, 전부 죽어 있었습니다. 고양생태공원 계류에서만 사는 줄 알았던 참게들이 부들연못까지 진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지만, 죽은 채 발견된 것은 안타까웠습니다.

죽은 말조개와 참게들
 죽은 말조개와 참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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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연못에서 죽은 말조개를 확인하고 있다.
 부들연못에서 죽은 말조개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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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조개는 네 개였는데, 하나만 살아 있었습니다. 말조개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연못에 들어간 저를 지켜보고 있던 생태팀원들은 탄성을 질렀습니다.

"와, 살아있다! 다행이다!"

어른 주먹 2개를 합친 크기의 큰 말조개들은 죽었고, 어른 주먹 하나 크기인 말조개는 살아 있었습니다. 작은 말조개가 혀를 내밀었다가 들이미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 살아있어.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조개는 큰 개체에서 번식된 새끼 조개로 추정됩니다.

꽁꽁 얼어붙은 부들연못에 사는 모든 생명이 죽음을 맞이한 게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생명이 있다는 것에서 자연의 신비를 다시 느꼈습니다.

고양생태공원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모니터링한 <2017 고양생태공원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1300여 종의 동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고양생태공원을 서식지로 삼고 있는 생물들은 흔적을 통해, 소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려줍니다.

고양생태공원 부들연못
 고양생태공원 부들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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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연못에서 건진 물고기의 크기와 종류를 확인해서 생태보고서에 반영한다.
 부들연못에서 건진 물고기의 크기와 종류를 확인해서 생태보고서에 반영한다.
ⓒ 고양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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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생태공원 생태교육센터 코디네이터인 저는 고양생태공원 안에 있을 때는 언제나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고양생태공원과 함께 하는 5년 동안 그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습니다.

고양생태공원 개장 5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 기록, 전달하고 싶어졌습니다. 모니터링을 하고 숫자를 나열하는 생태보고서가 아니라 고양생태공원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생태시민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잘 할 자신은 없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할 생각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공부를 더 하거나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서 채워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고양생태공원은 일산신도시를 조성할 때 버려진 나대지에 조성한 생태를 주제로 한 고양시에 하나밖에 없는 생태공원입니다. 이곳은 1만8천 평이라는 적지 않은 공간이지만 활용방법을 찾지 못한 채 버려져 있었습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 끝에 우리나라 최고의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고양생태공원 생태환경교육센터
 고양생태공원 생태환경교육센터
ⓒ 고양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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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는 다른 도시보다 공원과 녹지공간이 많습니다. 고양시에 공원이 많은데 근린공원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주 현명한 결정입니다.

그렇게 해서 생물들에게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서식처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자연의 생물들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환경을 제공하는 공원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생태공원 조성공사는 3년이 걸렸습니다. 공원에 고양생태환경교육센터도 함께 지었습니다. 생태를 주제로 한 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생태환경교육이기 때문입니다. 2012년에 생태공원 조성공사가 끝났지만 바로 개장하지 않았습니다. 1년 동안 공원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관찰했습니다. 일 년 사계절의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것입니다.

개장할 때는 12개의 테마를 선정해서 주제별로 구역을 조성했는데, 지금은 그런 경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생태공원을 운영하면서 사람의 인위적인 손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변화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인간이 정해놓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생태공원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양생태공원 생태연못
 고양생태공원 생태연못
ⓒ 고양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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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생태공원은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공원을 항상 개방하면 좋겠지만,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 때문에 자연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부득이 울타리를 설치해 접근을 막았습니다. 생태공원 생태시민들의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인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 상태에 가깝게 생태환경을 만들어 현장감 있는 생태환경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점점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고양생태공원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490종이었던 다양한 생물군은 1300여 종으로 늘었습니다. 어린 나무들은 둘레가 굵어졌고, 철마다 피는 꽃 종류가 많아졌으며 찾아오는 새 종류도 늘었습니다.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자 생태공원은 다양한 생물군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고양생태공원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겠습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들이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태그:#고양생태공원, #고양시, #부들연못, #고양생태환경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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